전기차를 비롯한 신에너지차(NEV)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자동차 산업 경쟁축이 제조와 판매에서 애프터서비스로 확대되고 있다. 차량의 전동화·전자화·지능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일상적인 유지관리 비용은 낮아졌지만, 사고나 고장 발생 시 수리비와 수리 기간은 오히려 내연기관차보다 높아지는 '수리의 역설'이 나타나고 있다.
![[테크 차이나] 전기차 샀는데 수리비가 두렵다…고도화된 기술이 만든 '수리의 역설'](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6/10/08/news-p.v1.20261008.70aef05a641a4aba81cfc63bde3c5513_Z1.png)
중국에서는 이 같은 현상이 더욱 뚜렷하다. 중국 NEV 보유량은 올해 6월 말 기준 4897만대까지 증가했다. 전체 자동차 보유량 13% 이상을 차지하는 규모다. 올해 상반기에만 NEV 신규 등록은 519만5000대에 달했으며, 전체 신규 자동차 등록 49.42%를 차지했다. 신차 시장에서 전동화가 사실상 절반에 육박하면서 이제는 판매 확대뿐만 아니라 대규모 차량이 보증기간을 벗어난 이후를 대비한 정비·수리 생태계 구축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J.D. Power의 '2026 중국 NEV 애프터서비스 만족도 조사'에서도 NEV 사고 수리비가 내연기관차보다 높은 현실이 확인됐다. 관련 자료에 따르면 NEV 사고 수리 평균 비용은 내연기관차 약 1.7배 수준이다. 중국자동차정비산업협회가 집계한 관련 통계에서도 NEV 수리비가 내연기관차보다 1.6~2.3배 높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문제는 단순히 부품 가격이 비싸다는 데 있지 않다. 전기차 설계 방식 자체가 기존 자동차와 달라지면서 수리 경제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대표 사례가 부품 고도화·통합화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차량 경량화와 생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여러 부품을 하나의 대형 부품으로 통합하는 설계를 확대하고 있다. 일체형 주조 기술 등이 대표적이다. 생산 단계에서는 부품 수를 줄이고 조립 공정을 단순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사고가 발생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기존 내연기관차는 일부 부품이 손상됐을 경우 해당 부품을 판금하거나 교체하는 방식으로 수리가 가능했다. 반면에 여러 부품이 하나로 통합된 전기차 차체에서는 일부만 손상돼도 전체 부품을 교체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제조 단계에서 효율성이 애프터서비스 단계에서는 높은 수리비로 전환되는 구조다.
전자장비 고도화 역시 수리비 상승의 주요 원인이다. 전기차 범퍼와 사이드미러, 헤드램프 등에는 카메라와 레이더, 각종 센서와 제어장치가 통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단순한 외관 손상이라도 센서 교정과 소프트웨어 설정이 필요해지면서 수리 범위가 확대된다.
가벼운 접촉 사고에도 수천~수만위안에 달하는 비용이 발생하는 이유다. J.D. Power 관련 조사에서는 경미한 접촉 사고 경우 NEV 수리비가 약 5000~1만5000위안인 반면에 내연기관차는 2000~8000위안 수준으로 제시됐다. 단순 부품 교체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센서 교정과 고전압 시스템 점검 등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수리 업계가 주목하는 또 다른 문제는 '수리'보다 '부품 교환'에 의존하는 구조다. 차량이 점점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바뀌면서 고장 원인을 진단하고 부품을 교체한 뒤 시스템을 다시 설정하는 과정까지 제조사 진단 장비와 데이터에 의존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특히 배터리·구동모터·전력제어장치 등 이른바 '3전(三电)' 시스템은 전기차 핵심 기술이자 제조사 경쟁력과 직결되는 영역이다. 이에 따라 상당수 제조사가 진단 데이터와 소프트웨어, 부품 공급망을 자체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이 같은 구조는 제3자 정비업체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 일반 정비업체가 차량의 기본적인 판금·도장이나 타이어·브레이크 등 소모품 정비는 할 수 있지만, 고전압 배터리나 전력전자 시스템,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등 핵심 영역으로 들어가면 필요한 장비와 기술, 진단 권한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결국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정비 채널이 제한되고, 공식 서비스 네트워크에 수요가 집중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이는 정비 대기시간 증가와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정비 인력 부족도 문제다. 내연기관차 정비는 수십 년에 걸쳐 기술과 인력이 축적됐지만 전기차 정비는 상대적으로 역사가 짧다. 기존 정비 기술에 더해 고전압 안전관리, 전기회로, 전력전자, 소프트웨어, 차량 네트워크 등에 대한 전문지식이 필요하다.
중국에서도 제3자 정비업체의 NEV 대응 능력은 아직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 최근 업계 자료에서는 약 40만개에 달하는 자동차 정비업체 가운데 고도화된 3전 시스템 정비 능력을 갖춘 곳이 극히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에 차량 보유량은 빠르게 증가하면서 정비 수요와 공급 사이 격차가 커지고 있다.
이는 향후 더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 판매되는 전기차 상당수는 제조사 보증과 공식 서비스망 보호를 받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 차량이 보증기간을 벗어나고 중고차 시장으로 대거 유입되면 독립 정비시장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수밖에 없다.
정비 생태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 차량 유지비 상승은 중고차 잔존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신차 구매 단계에서 낮은 유지비를 장점으로 내세웠던 전기차가 오히려 '사기는 쉬운데 오래 타기는 어려운 차'라는 인식을 갖게 될 경우 신차 판매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보험업계에도 부담이다. 사고 수리비가 더 들면 보험사 손해율이 상승하고 이는 다시 보험료 상승 압력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NEV의 높은 사고 수리비는 차량 보유자 보험 부담과도 연결되는 구조다.

결국 전기차 수리비 문제는 단순히 소비자 불만이나 정비업계 문제로 볼 수 없다. 전동화와 지능화라는 자동차 산업의 구조적 변화가 애프터서비스 시장에 던지는 새로운 과제다.
해법은 제조 단계부터 수리 가능성을 고려한 설계로 전환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부품의 지나친 통합을 완화하고 사고가 발생한 부분만 교체할 수 있는 구조를 확대해야 한다. 센서와 전자장비 역시 개별 부품 단위 수리·교체가 가능하도록 표준화할 필요가 있다.
제조사와 제3자 정비업체 간 기술정보와 진단체계 개방도 중요하다. 안전과 보안을 이유로 핵심 시스템을 무조건 폐쇄하기보다는 일정한 자격을 갖춘 정비업체가 합법적으로 진단하고 수리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정비업계 역시 변화가 필요하다. 전기차 전문인력 양성과 고전압 정비 인증체계 구축, 표준화된 작업환경과 안전관리 시스템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 실제로 중국 자동차 정비 플랫폼들도 NEV 전용 정비 서비스를 확대하고 전문 기술 인력을 늘리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자동차 산업 경쟁은 더 이상 차량을 얼마나 싸고 빠르게 생산하느냐에만 머물지 않는다. 차량을 얼마나 오래, 안전하게, 합리적인 비용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하느냐까지 경쟁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전기차가 진정한 대중교통 수단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사기 쉬운 차'에서 '고치기 쉬운 차'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판매량이 늘어나는 만큼 애프터서비스 생태계도 함께 성장하지 못한다면 전동화 성공은 절반에 그칠 수밖에 없다.
※전자신문과 36케이알이 공동 기획한 기사입니다.
김현민 기자 min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