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지컬AI 운영 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엘이 기존 소형 전고체배터리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고, 에너지 밀도와 고속방전 성능을 동시에 향상시킨 차세대 전고체배터리 기술을 개발했다.
아이엘은 기존 박막형 전고체배터리에서 전체 부피의 95% 이상을 차지하던 기판을 완전히 제거하고, 독자적인 '박막-후막 하이브리드 계면 제어 기술'을 적용해 부피당 에너지 밀도를 기존 대비 약 10배 수준으로 높일 수 있는 기술적 성과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번 기술의 핵심은 배터리의 에너지 저장에 직접 기여하지 않으면서 전체 부피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기판을 제거하고, 확보된 공간을 에너지 저장에 활용할 수 있도록 배터리 구조 자체를 재설계한 데 있다.
기존 박막 전고체배터리는 약 500㎛ 두께의 실리콘 또는 유리 기판을 기반으로 제작돼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데 구조적인 제약이 있었다. 아이엘은 기판을 완전히 제거하는 공정과 박막·후막 하이브리드 구조를 적용해 이러한 한계를 개선했다.

회사가 실제 제작한 전고체배터리 코인셀에 사용된 활물질을 기준으로 부피당 에너지 밀도를 산출한 결과, 기존 박막형의 약 50~80Wh/L 대비 약 500~750Wh/L 수준을 나타냈다. 이는 기존 비교 구조 대비 에너지 밀도가 약 10배 수준으로 향상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해당 에너지 밀도는 실제 제작한 코인셀에 사용된 활물질을 바탕으로 산출했으며, 패키징을 제외하고 기판·활물질·전해질·전극으로 구성되는 부피를 기준으로 계산했다. 특히 이번 기술은 기존 구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던 기판을 제거함으로써 부피당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 기술에서 주목할 부분은 에너지 밀도 향상뿐 아니라 고속방전 성능까지 함께 확보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배터리의 전극을 두껍게 만들어 에너지 저장 용량을 높이면 이온 이동 거리와 내부 저항이 증가해 고속 충·방전 성능이 저하되는 기술적 한계가 발생한다.
아이엘은 정밀 박막 공정의 고출력 특성과 전도성 가교 물질을 적용한 후막 전극의 고용량 특성을 결합하고, 박막과 후막 사이의 계면을 제어하는 독자적인 기술을 적용해 이러한 상충 관계를 개선했다.
아이엘이 공개한 방전 특성 평가자료에서도 고속방전 성능의 차이가 확인됐다.
0.1C 방전 용량을 기준으로 1C 방전에서 일반 박막 전고체배터리의 용량 유지율은 85%인 반면, 아이엘의 소형 전고체배터리는 92%를 나타냈다. 방전 속도를 5C로 높였을 때는 일반 박막형이 40%로 감소한 반면 아이엘은 74%를 유지했다.
특히 10C 초고속 방전 조건에서는 일반 박막형의 용량 유지율이 15%까지 떨어진 반면, 아이엘의 전고체배터리는 55%를 유지해 비교군 대비 약 3.7배 높은 용량 유지율을 나타냈다.
이는 에너지 저장 용량을 확대하면 고속방전 성능이 저하되는 기존 배터리의 기술적 한계를 개선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결과다.
이번 성능 평가는 연구실 규모에서 동일한 제조 조건으로 제작한 복수의 전고체배터리 코인셀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아이엘은 평가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셀의 열화와 손상이 후속 측정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점을 고려해, 동일한 제조 조건에서 제작한 셀을 활용하여 각 성능을 평가했다. 에너지 밀도 역시 셀 간 제작 편차를 반영해 단일 수치가 아닌 범위로 제시했다.
회사는 이번 기술개발 과정에서 확보한 전자현미경 이미지를 통해 박막과 후막이 결합된 계면 구조도 공개했다. 서로 다른 특성을 지닌 박막과 후막을 하나의 배터리 구조로 결합하면서 계면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것이 기술의 핵심으로, 아이엘은 이를 통해 고용량과 고출력 특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기술은 아이엘이 추진하고 있는 휴머노이드 및 피지컬AI 사업과도 전략적으로 연결된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제한된 내부 공간에 배터리를 탑재해야 하는 동시에 관절과 구동부의 움직임에 필요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한다. 이에 따라 높은 에너지 밀도와 고출력 특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차세대 배터리 기술은 향후 로봇의 구동 효율과 운용 성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
아이엘은 이번 전고체배터리 기술개발을 단순한 소형 배터리 사업 확대가 아닌,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의 핵심 에너지 기술을 내재화하기 위한 중장기 전략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다.
회사는 휴머노이드의 운영 데이터와 AI 기술을 중심으로 구축해 온 피지컬AI 사업 경쟁력을 에너지 기술 영역까지 확장함으로써, 향후 로봇의 구동 효율과 전원 안정성을 높이는 기술 기반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로봇의 지능을 고도화하는 AI 기술과 실제 물리적 환경에서 로봇을 지속적으로 구동시키는 에너지 기술을 함께 확보해 피지컬AI 사업의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고, 장기적으로 핵심 기술 내재화를 통한 사업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고재환 아이엘 배터리R&D 센터장은 “이번 기술의 핵심은 단순히 배터리 소재를 개선한 것이 아니라, 기존 박막 전고체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를 제약하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 고용량과 고출력이라는 두 가지 기술적 과제를 동시에 개선했다는 점”이라며 “독자적인 박막-후막 계면 제어 기술을 기반으로 차세대 소형 전고체배터리의 성능과 기술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피지컬AI 시대에는 로봇의 지능을 결정하는 AI 기술뿐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로봇을 움직이게 하는 에너지 기술 역시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며 “아이엘은 대한민국 피지컬AI 운영 데이터 플랫폼 기업으로서 로봇의 운영 데이터와 인공지능, 핵심 에너지 기술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피지컬AI 산업의 기술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