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도시 개발로 살던 집을 떠나야 하는 A씨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이주대책 심사 결과를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자신이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 지원과 심사 결과가 달랐기 때문이다. 이의를 제기한 A씨는 다시 심사받은 끝에 적격 판정을 받았다. 새 보금자리 마련을 돕는 지원을 받기 위해 심사 결과부터 다퉈야 했던 셈이다.
실제 LH의 이주대책 대상자 선정을 둘러싸고 이의신청과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3기 신도시인 하남교산 공공주택지구에서만 관련 건수가 145건에 달했다. LH가 제출한 17개 지구 전체 건수의 74%가 한 곳에 몰렸다. 다른 지구에서도 이의신청 심사에서 주민이 적격 판정을 받거나 LH가 소송에서 패소한 사례가 확인돼 대상자 선정과 분쟁 처리 과정을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LH에서 제출받은 '지구별 이주대책 등 현황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9월까지 17개 지구의 연도별 이의신청·행정심판·행정소송 기재 건수는 총 195건이었다. 하남교산이 145건으로 가장 많았고 대구연호 16건, 남양주진접2와 고양창릉 각각 6건이 뒤를 이었다.
이주대책은 공공사업으로 살던 집을 내주는 주민에게 이주자택지나 이주자주택, 이주정착금 등을 제공하는 제도다. 집을 지을 땅이나 분양주택 등을 지원하는 것으로, 대상자 선정 여부와 지원 방식은 주민의 이주 계획과 직결된다. LH는 거주기간과 주택 소유 시점 등을 따져 대상자를 가린다. 자료상 제외 사유는 거주요건 미비가 대부분이었으며 기준일 이후 전입·소유, 중복신청, 무허가 건축물 거주 등도 있었다.
LH의 신청·선정 현황에 따르면 하남교산에서는 지난해 436명이 신청해 409명이 선정되고 27명이 제외됐다. 같은 해 이주대책 관련 이의신청·소송 등은 145건이었다. 다만 쟁점은 '이주자택지 등 선정', 진행 상태는 '이의신청, 소송 등'으로만 기재돼 구체적인 불복 사유와 처리 결과는 확인되지 않았다.
주민이 이의를 제기한 뒤 적격 판정을 받은 사례도 확인됐다. 남양주진접2에서는 2023년 이주자택지·주택 대상자 선정 관련 이의신청 심사에서 5명 중 4명이 적격으로 인정됐다. 부적격 판정은 1명이었다. 성남복정1에서는 2022년 이주자택지 선정을 둘러싼 소송 2건에서 LH가 패소했다.
반대로 성남금토에서는 LH가 1심과 2심에서 승소했고, 성남복정1의 2023년 소송 결과도 '승소, 회수완료'로 기록됐다. 개별 심사와 판결의 구체적인 이유는 자료에 담기지 않아 결과만으로 최초 심사의 잘잘못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판단 경위를 확인하고 선정 기준이 일관되게 적용됐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다툼이 수년째 이어지는 곳도 있다. 대구연호에서 2023년 제기된 행정소송 16건은 올해 9월 말 기준으로 여전히 1심이 진행 중이다. 고양창릉에서도 행정소송 1건과 행정심판 5건이 진행되고 있으며 남양주왕숙2, 의정부우정, 군포대야미 등에서도 소송과 심판이 이어지고 있다.
제외 주민에 대한 후속 보상·지원도 점검할 대목이다. LH의 '제외대상자 보상현황'에는 구리갈매역세권 44명, 창원명곡 8명, 남양주진접2 3명 등 55명이 '미수혜'로 기재됐다. 사유는 '이의신청 접수 등 검토중' 또는 '진행중'이었다. 세 지구의 제외 결정은 2021~2022년 이뤄졌지만, 개인별 이의신청 시점과 구체적으로 어떤 지원을 받지 못했는지는 자료에 담기지 않았다.
김미애 의원은 “이주대책은 공공사업으로 삶의 터전을 내놓는 주민을 위한 최소한의 보상”이라며 “억울하게 빠진 주민은 신속히 구제하고, 보상을 노린 반칙은 확실히 걸러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두 가지 모두 정확한 1차 심사에서 출발한다”며 “3기 신도시 한 곳에서 불복이 145건이나 쌓이고 이의신청 심사에서 적격 판정이 잇따른 만큼, LH는 심사 기준이 일관되게 적용됐는지 점검하고 다툼이 길어지는 동안 주민의 이주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윤호 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