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마존이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데카르트를 70억달러(9조4000억원)에 인수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AI 모델을 다양한 반도체에서 구동할 수 있도록 하는 소프트웨어 기술을 확보해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 AI 반도체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아마존이 데카르트 인수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협상이 결렬되거나 다른 인수 후보가 등장하지 않는다면 거래가 조만간 성사될 가능성이 있다고 WSJ는 전했다.
2023년 이스라엘 엔지니어 3명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설립한 데카르트는 AI 모델을 다양한 반도체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소프트웨어와 3차원(3D) 환경을 생성·시뮬레이션하는 월드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기존 AI 모델은 특정 반도체에 맞춰 개발되는 경우가 많아 다른 칩에서 구동하려면 성능 조정 등 추가 작업이 필요하다. 데카르트의 소프트웨어는 이 같은 작업 부담을 줄여 기업들이 여러 종류의 반도체를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데카르트는 월드 모델인 '루시(Lucy)'와 '오아시스(Oasis)'도 개발하고 있다. 루시는 실시간 동영상 편집에 활용할 수 있으며, 오아시스는 로봇공학과 자율주행 시스템을 훈련하고 시험하기 위한 시뮬레이션 환경을 제공한다. 월드 모델은 현실 세계의 물리 법칙과 공간 구조 등을 학습해 가상 환경을 만들고, 조건 변화에 따른 결과를 예측하는 AI 모델이다.
AI 연산 수요가 늘면서 반도체 확보와 비용 부담이 커진 가운데 여러 종류의 칩을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의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특정 반도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면 공급 부족에 대응하고 비용을 절감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엔비디아가 주도하는 AI 반도체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자체 AI 반도체 트레이니엄 시리즈를 개발해 왔다. WSJ에 따르면 아마존웹서비스(AWS)는 2025년 데카르트 창업자들을 만난 뒤 이 회사에 트레이니엄3를 조기에 사용할 기회를 제공했다. 데카르트의 소프트웨어 기술을 활용하면 아마존 자체 반도체의 활용 범위를 넓히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데카르트는 세쿼이아캐피털, 벤치마크, 래디컬벤처스 등으로부터 4억달러 이상의 투자를 유치했다. 지난 5월 기준 기업가치는 40억달러로 평가받았다.
앞서 AI 챗봇 클로드 개발사 앤스로픽도 데카르트 인수를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앤스로픽은 약 60억달러에 인수하는 방안을 놓고 협상을 진행하고 기업 실사까지 마쳤으나 지난 9월 인수를 포기했다.
아마존은 최근에도 대규모 인수에 나섰다. 2022년 MGM 영화·TV 스튜디오를 65억달러에 인수했으며, 올해 초에는 위성통신 기업 글로벌스타를 11억달러에 인수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