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암살자(들)'에 대한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 평가와 정책펀드 투자 경위가 국정감사에서 도마에 올랐다. 야당은 콘진원이 정치적 논란을 위험 요소로 짚고도 높은 등급을 매겨 공적 자금 투자로 이어졌다고 문제 삼았다. 여당은 정치권 개입이 창작의 자유와 영화 산업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맞섰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12일 콘진원과 영화진흥위원회, 영상물등급위원회 등 문화체육관광부 소관 기관 15곳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쟁점은 콘진원의 콘텐츠 가치평가였다. 작품의 사업화 가능성을 분석해 투자기관에 보고서를 제공하는 제도로, 콘진원은 이 영화에 종합 A등급을 부여했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보고서가 제작사 설명에만 기대고 유족 측 확인은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를 근거로 공적 자금이 투입된 데 대한 책임 규명도 요구했다.
김 의원이 앞서 한국벤처투자 자료로 공개한 바에 따르면 정부 모태펀드 자조합 9곳이 이 영화에 78억원을 투자했고, 이 가운데 40억원가량이 정부 출자금이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공적 자금 투입 기준 자료를 요구했다.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은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다룬 영화라도 흥행 가능성이 높으면 A등급을 줄 것이냐고 따지며 제작진의 국감 출석을 요구했다. 다만 이재정 문체위원장은 이를 허용하지 않겠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민주당은 정상적인 투자 절차였다고 반박했다. 조계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민간 운용사가 흥행성을 판단해 투자한 것이라고 했다. 야당이 거론한 340억원은 영화 한 편이 아닌 모태펀드 전체 출자 규모라고도 설명했다. 노종면 의원도 특정 영화에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창작 탄압이라고 비판했다.
영등위의 '12세 이상 관람가' 결정도 논란이 됐다. 윤용근 국민의힘 의원은 고문·폭력 장면과 음주·흡연·욕설 수위를 들어 등급 판단에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은 교과서에서 다룬 적 없는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12세 청소년이 학교에서 얻은 지식으로 수용할 수 있다고 본 근거를 따졌다.
김병재 영등위원장은 “지금의 시스템으로는 과거 역사적 사실의 진위를 가려내는 데 한계가 있다”며 청소년 보호를 위해 더 신중하게 등급을 분류하겠다고 답했다. 한상준 영진위원장은 회복세인 영화 산업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김윤지 콘진원장은 이날 업무보고 인사말에서 “K0콘텐츠 경쟁력 강화와 세계화 확대를 위해 맞춤형 제작과 해외 진출 지원, 신기술 융합 발전을 위한 정책 연구에 노력하고 있다”면서 “K-컬처 400조원, 수출 150조원 시대를 여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