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래블월렛이 카카오페이를 제치고 대형 핀테크 5개사 가운데 선불충전금 1위를 차지했다. 해외 결제 수요 확대에 힘입어 1년 만에 잔액이 두 배 이상 늘면서, 해외 결제 특화 핀테크가 국내 송금·결제 중심의 대형 플랫폼을 넘어섰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트래블월렛의 선불충전금 잔액은 6504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3106억원보다 2배 넘게 증가했다. 카카오페이·토스·네이버페이·쿠팡페이와 비교해 잔액과 증가율 모두 가장 높았다.
트래블월렛의 급성장 배경에는 여행 경비를 나누고 정산하는 'N빵 결제' 수요가 있다. 인터넷은행 모임통장을 이용해 여행 자금을 모으던 이용자들이 해외 결제와 동행자 간 정산을 함께 처리할 수 있는 트래블월렛으로 이동하면서 충전금 확대를 이끌었다.
모임통장에 경비를 모아도 해외에서 사용하려면 별도로 환전하거나 결제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 반면 트래블월렛에서는 외화를 미리 충전해 결제하고, 동행자와 비용을 나누거나 남은 외화를 주고받을 수 있다. 여행 자금 준비부터 현지 결제, 여행 이후 정산까지 하나의 앱에서 처리하는 편의성이 이용 수요를 끌어들인 것이다.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하는 기능이 '친구간송금'이다. 트래블월렛 앱 이용자끼리 원화와 외화를 수수료 없이 실시간으로 주고받을 수 있다. 친구·연인·여행 동행자 사이에서 공동 경비를 정산하거나 남은 외화를 나누는 데 활용된다. 개인의 해외 결제 수단이었던 트래블월렛이 동행자들의 여행 경비를 함께 관리하는 서비스로 쓰임새를 넓히고 있다.
엔저 현상을 비롯해 외화를 사전에 확보하는 서비스 구조도 잔액에 영향을 준다. 환율이 유리할 때 외화를 확보해 두는 수요가 반영된다.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3분기 5925억원에서 올해 6193억원으로 4.5% 늘었다. 국내 주요 간편결제사 중에서는 토스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토스의 선불충전금은 지난해 3분기 1703억원에서 올해 2560억원으로 50.3% 늘었다. 토스는 청소년 대상 틴즈와 방한 외국인 대상 비지터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충전잔액이 크게 증가했다.
네이버페이는 1688억원에서 1786억원으로 5.8% 증가했다. 쿠팡페이는 올해 상반기에 외부 결제 생태계를 개방했는데 불구하고, 선불충전금이 전년 동기보다 줄었다. 올해 3분기 잔액은 119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235억원보다 3.3% 감소했다.
5개사의 선불충전금 합계는 1조823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3.5% 증가했다. 전체 증가액 4580억원 가운데 트래블월렛이 차지한 비중은 74.2%에 달했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선불충전금이 많을수록 플랫폼 안에서 결제·송금에 활용할 자금이 크고, 이용자를 서비스에 머물게 하는 기반도 넓어진다”며 “다만 네이버페이처럼 결제 중심의 플랫폼은 선불충전금 잔액이 상대적으로 적어도 실제 결제액은 크기 때문에, 잔액만으로 이용 규모를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박두호 기자 walnut_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