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인공지능(AI)이 병원 간 격차를 줄일 기술로 주목받지만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자금과 인프라를 갖춘 대형병원으로 도입이 쏠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AI 확산이 오히려 의료격차를 심화하지 않도록 재정 여력이 부족한 병원에 대한 도입·활용 지원 확대가 국가 차원의 과제로 부상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유럽지역사무소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참여 50개 회원국 중 39개국(78%)이 의료AI 도입 장애물인 비용 부담 중요도를 '높음' 또는 '중간'으로 평가했다. 의료인력 부담 완화를 AI 개발·시험·활용의 중요한 동기로 평가한 국가도 46개국(92%)에 달했다. 반면 의료AI 우선 추진 분야를 정한 26개국 가운데 별도 재원을 배정한 국가는 14개국에 그쳤다.
미국 정부가 미국병원협회(AHA) 조사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에서는 2024년 대형 병원의 예측형 AI 활용률이 96%로 소형 병원(59%)보다 37%포인트(P)나 높았다. 중형병원은 80%였다.
도시에 위치한 병원은 81%가 활용했지만, 농촌 지역 병원은 56%에 그쳤다. 여러 병원이 속한 의료네트워크 소속 병원은 86%로 개별 독립병원(37%)을 크게 웃돌았다.
조사에서 다룬 예측형 AI는 전자의무기록(EHR)에 연계해 환자 상태 악화나 진료 수요 등을 예측하는 도구로 전통적인 통계 기반 예측 모델도 포함한다.
병원 재정 상태가 의료AI 도입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도 있다.
국제학술지 헬스어페어스에 지난해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2023년 미국 병원 2425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영업이익률 상위 20% 병원이 나머지 병원보다 AI와 예측 모델을 활용할 가능성이 27% 높았다. 대형 병원은 소형 병원보다 23% 높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4월 발간한 '보건의료 AI 확산' 보고서에서 “의료기관 재정 여력에 따라 AI 도입과 지속 활용 역량에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정이 풍부한 기관은 기술 인프라와 전문 인력에 투자할 수 있지만 여력이 부족한 기관은 AI를 도입·유지·고도화하는 데 필요한 인력과 데이터·인프라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OECD는 보고서에서 “AI의 효과·가치 평가와 비용 보상 체계를 정비하고 지속적인 관리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장기적인 확산 과제”라고 분석했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