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주산업의 경제적 가치가 로켓과 인공위성 제작에서 위성 데이터 활용 서비스로 확장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발사 비용 절감과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으로 위성정보를 활용해 소비·물류·에너지 시장까지 분석하는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현옥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난 2일 서울 마곡동 시스원 본사에서 열린 제347회 스마트포럼에서 '스페이스X가 쏘아 올린 우주경제와 새로운 기회'를 주제로 강연했다.
김 연구원은 “우주 개발의 궁극적인 목적은 결국 인공위성에서 획득되는 데이터를 가지고 삶의 질 향상과 미래 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라며 위성정보 활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대표적인 변화로 스페이스X의 재사용 발사체 기술을 꼽았다. 스페이스X는 발사체를 회수해 재사용하는 방식으로 발사 비용을 낮췄다. 전자·통신 기술 발전에 따른 위성 소형화까지 맞물리면서 적은 비용으로 다수의 위성을 발사할 수 있게 됐다.
김 연구원은 국가 주도로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투입하던 우주산업이 민간 기업의 참여와 혁신을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뉴스페이스(New Space)' 시대의 특징을 설명했다.
스페이스X의 위성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도 소개했다. 저궤도에 다수의 통신위성을 배치해 지상 통신망이 부족한 지역에 인터넷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지진 등 재난으로 지상 통신시설이 파괴된 지역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위성 데이터를 활용한 금융·경제 분야의 새로운 사업 기회에 주목했다.
미국 쇼핑몰 주차장을 촬영한 위성영상이 대표적인 사례다. AI로 주차 차량 수를 분석하면 소비자 방문 추이를 파악할 수 있다. 실제 미국 백화점 체인의 주차 차량 수와 기업 실적·주가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는 분석 사례도 제시했다.
김 연구원은 “주차장에 차가 많다는 얘기는 경기 흐름이 좋다는 얘기일 수도 있다”며 위성정보가 기업의 내부 자료 없이도 경제활동을 파악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위성 소형화로 같은 지역을 거의 매일 촬영할 수 있게 된 점도 강조했다. 지속적으로 확보한 위성영상을 AI로 분석하면 시기별 소비 변화를 추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주요 항만의 물동량을 분석하는 사례도 소개했다. 위성영상으로 선박과 물류 활동의 변화를 관측하면 제조업과 수출 경기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원유 저장시설의 재고량을 추정하는 기술도 제시했다. 원유 저장탱크는 저장량에 따라 내부 지붕 높이가 달라진다. 위성영상에 나타나는 그림자 크기를 분석하면 원유 재고량을 추정할 수 있다.
산유국의 공식 발표에 의존하지 않고 원유 재고 변화를 관측할 수 있어 원유 거래와 투자 판단에도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위성정보의 활용 범위는 경제 분야에 그치지 않는다. 야간 위성영상의 밝기 변화로 국가별 경제활동을 추정하거나 대기 중 이산화질소 농도를 관측해 공장 가동과 교통량 변화를 파악할 수도 있다.
기후변화와 재난재해 대응에서도 지구관측 데이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연구원은 “데이터 기반으로 합리적인 의사결정, 객관적인 분석과 정책 결정이 필요하다”며 지속적인 관측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미래 기술로는 지리공간 파운데이션 모델과 지구 디지털 트윈을 소개했다. 위성 데이터를 AI로 분석하고 지구 환경을 가상으로 구현해 기후변화와 재난 위험을 예측하는 기술이다. 데이터센터 입지 선정 과정에서도 미래 기온과 물 사용량 등을 예측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도 다수의 소형 위성을 운용하는 군집위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위성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재난재해와 농업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하기 위한 시스템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마트포럼은 전자신문과 도산아카데미가 공동 주최하고 시스원이 후원한다.
한편 스마트포럼은 출범 30주년을 맞아 백두권 고려대 명예교수와 곽덕훈 전 EBS 사장에게 공로패를 수여했다. 스마트포럼은 1996년 백 명예교수의 제안으로 발족해 30년간 정보화·IT 분야의 주요 이슈를 다뤄왔다. 곽 전 사장은 2002년부터 2018년까지 16년간 운영위원장을 맡아 포럼 발전에 기여했다.
박진형 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