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구독형 의료AI도 버거워”…도입·운영비 '이중 부담'

의료AI 일시 구매형·구독형 비용 및 운영구조 비교
의료AI 일시 구매형·구독형 비용 및 운영구조 비교

“의료AI 도입은 커녕 당장 의료진 PC 교체 비용도 부담이 되는 게 지역 의료원의 현실입니다. 각종 첨단 의료AI 제품이 쏟아지지만 도입 여력이 부족한 지역 의료원에는 먼 얘기일 뿐입니다.”

조승연 강원도 영월의료원 외과 전문의가 전한 지역 의료현장의 현실이다. 의료 인공지능(AI)이 인력 부족을 완화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지만 정작 지역·중소병원은 AI를 도입할 기초 인프라를 갖추는 것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양한 의료AI를 도입해 활용 효과를 검증하는 대형병원과 대조적이다. 대형병원은 영상 판독과 내시경 검사부터 입원환자 실시간 모니터링, 판독문 초안 작성, 음성인식 기반 진료기록 작성까지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디지털 전환 기반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국립대병원 사이에서도 격차가 뚜렷하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올해 7월 성숙도가 높은 10개 국립대병원 대상으로 공공의료 AX 격차를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디지털헬스 성숙도의 고도화 단계에 해당하는 영역에서 기관 간 차이가 컸다.

환자 정보 이동 인프라와 의료기기 연계, 국제 표준 의료용어 채택 등을 평가하는 '상호운영성' 영역에서는 기반 인프라 항목의 기관 간 격차가 전체 영역 중 가장 컸다. 보고서는 하위권 기관에 대한 집중 지원이 없으면 전체 평균을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자동화와 운영비 절감, 개인화된 처방 분석, 맞춤형 케어 경로 도출 등을 평가하는 '예측 분석' 영역도 격차가 컸다. '개인화'와 '예측'은 분석 항목 가운데 달성률이 가장 낮았고 기관 간 역량 격차도 극단적으로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고도화된 예측·분석 역량이 일부 선도기관에 집중된 반면 다수 기관은 기초 수준에 머무르는 양극화 구조라고 해석했다.

◇공용 인프라·구독형 모델로 도입 문턱 낮춘다

정부는 병원 간 디지털 인프라 격차가 의료서비스 격차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올해 '공공의료 AI 고속도로' 구축 사업에 착수했다. 개별 지역·공공병원이 자체 확보하기 어려운 AI 연산 자원을 공용으로 공급하는 방식이다.

병원정보시스템(HIS)을 표준 클라우드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사업도 추진한다. 수백억원을 투입해 시스템을 전면 교체하는 부담을 줄이고, 적은 예산으로도 최신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국립중앙의료원과 서울의료원에서 실증을 거쳐 전국 지방의료원으로 확산할 계획이다.

의료AI 기업들은 일회성 판매에서 구독형 사업모델로 전환하며 병원의 초기 비용 부담을 낮추고 있다. 병원은 지출을 분산하고, 기업은 장기 계약으로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하는 구조다.

의료AI 업계에 따르면 초기 구축 비용은 제품과 적용 범위에 따라 다르지만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3억원에 육박하는 사례도 있다. 중소종합병원에서도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이 발생한다. 영상 검사 건수와 사용 기능, 계약 조건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예산이 부족한 지역·중소병원에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구독형 모델은 월별·연간 사용료를 내거나 영상 분석 건수에 따라 요금을 지불하는 방식이다. 초기 계약금액을 분할 납부하거나 장기 계약과 대량 이용을 조건으로 건당 단가를 낮추기도 한다.

충청남도 서산의료원 건강검진센터에서 코어라인소프트 AI 기반 흉부 진단 소프트웨어 '에이뷰(AVIEW)'를 활용중인 모습.(제공=코어라인소프트)
충청남도 서산의료원 건강검진센터에서 코어라인소프트 AI 기반 흉부 진단 소프트웨어 '에이뷰(AVIEW)'를 활용중인 모습.(제공=코어라인소프트)

코어라인소프트의 경우 미국 의료영상 분석 전문기업 3DR랩스와 의료AI 솔루션 '에이뷰'의 4년차 구독 계약을 갱신했다. 구독 계약으로 전환한 이후 연간 에이뷰 사용량은 약 60% 증가했다. 국내에서도 권역책임의료기관 7곳에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기반 의료AI를 공급하는 등 구독형 활용 사례가 나오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신규 고객 확보와 함께 기존 고객 사용량과 재계약률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구독형 전환이 반드시 병원의 총비용 절감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계약금액을 나눠 내는 방식이라면 초기 지출은 줄어도 전체 부담은 크게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매달 내는 사용료 역시 지역·중소병원이 도입을 주저하는 요인이다.

한 의료AI 업계 관계자는 “월 분납 형식을 취하더라도 눈에 보이는 총금액과 적지 않은 월 분납금이 도입 결정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며 “특히 중소·지방 병원의 경우 정부 지원이 없으면 자체 예산으로 AI를 도입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사용료 넘어 연동·운영비까지 줄여야

구독료 외에 발생하는 전산 인프라 비용도 넘어야 할 문턱이다. 의료AI를 진료에 활용하려면 기존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이나 전자의무기록(EMR)과 연동해야 한다. 클라우드 기반 제품은 병원 내 별도 서버 설치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대용량 의료영상을 전송할 네트워크와 보안 환경은 갖춰야 한다.

특히 PACS 연동은 단순히 영상 전송에 그치지 않고, AI 분석 결과를 의료진이 사용하는 기존 판독 화면에 구현하는 작업까지 포함한다. 연동 범위에 따라 별도 개발이 필요하고 PACS 업체에 지급하는 비용도 발생할 수 있다. 의료AI 기업이 이를 부담하면 공급사 수익성에 영향을 미친다.

기존 시스템이 외부 클라우드와 직접 연결되지 않으면 별도 인터페이스나 미들웨어를 구축해야 할 수 있다. 환자 의료정보 보호를 위한 가상사설망(VPN)과 방화벽 등 보안체계도 고려해야 한다. 전산 담당 인력이 부족한 중소병원에는 설치부터 유지관리까지 전 과정이 부담이다.

조승연 강원도 영월의료원 외과 전문의는 “정부 지원이 끝나고 재계약을 하지 못해 철수하거나 그대로 방치되는 사례가 종종 일어나는 게 현실”이라며 “공공병원의 AI 솔루션에 대해서는 정부가 일정 지분을 보유해서 최소한의 안정적 사용과 운영을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상혁 기자 faker@etnews.com,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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