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전장이 된 '모던워페어4(사)'... 익숙한 골목에서 마주한 전쟁의 얼굴

익숙한 한국의 편의점에서 한국 해병대원이 협동 순찰을 하는 미군에게 '홍어회'를 소개하는 장면도 나온다.
익숙한 한국의 편의점에서 한국 해병대원이 협동 순찰을 하는 미군에게 '홍어회'를 소개하는 장면도 나온다.

편의점과 상가, 좁은 골목과 익숙한 간판이 이어진 한국의 거리가 갑자기 정전이 되며 총성이 쏟아진다. 평소라면 무심코 지나쳤을 일상의 공간이 순식간에 전장으로 바뀐다. '콜오브듀티 모던워페어4(사)'가 보여주는 한국은 단순한 이국적 배경이 아니다. 익숙하기 때문에 오히려 전쟁의 비현실성과 참상이 더 선명하게 다가온다.

주말 동안 캠페인 얼리액세스를 직접 구매해 플레이했다. 약 10시간 분량의 캠페인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역시 한국이었다. 현대 한국을 본격적인 전장으로 삼은 시리즈 작품이라는 점부터 남다르다.

제작진은 한국의 도시 풍경을 상당히 세밀하게 구현했다. 편의점을 비롯해 길가의 상점, 주택가와 골목까지 우리가 매일 접하는 공간의 질감이 곳곳에 녹아 있다. 익숙한 일상 공간을 직접 뛰어다니며 한국 해병대원이 '박현준 이병'이 되어 전투를 벌이다 보니 기존 시리즈의 해외 전장보다 몰입도가 높다. 전쟁이 바로 눈앞에서 벌어지는 듯한 현실적 감각을 준다.

시리즈 넘버링인 숫자 '4'와 한글 '사'를 함께 활용한 공식 표기도 눈길을 끈다. 영국 런던에서는 게임 속 한국 골목을 실제 공간으로 옮겨놓은 듯한 팝업스토어까지 마련했다. 한국이라는 공간 자체를 이번 작품의 핵심 이미지로 내세운 셈이다.

캠페인은 단순히 '북한을 적으로 설정하고 싸우는 게임'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전쟁을 일으키려는 이들의 이해관계와 이를 저지하려는 세력의 선택, 목적을 위해 어디까지 수단을 정당화할 수 있는지 등 주제의식을 담았다.

출시 전 일각에서는 한반도 전쟁을 소재로 삼았다는 이유로 남북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그러나 실제 캠페인을 따라가 보면 특정 국가나 민족을 단순한 악역으로 소비하는 방식과는 거리가 있다. 오히려 현대전이라는 극단적 상황에서 국가와 조직, 개인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를 묻는 데 가깝다.

비디오게임을 현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단순 자극물로만 보는 시선과 실제 작품이 전달하려는 맥락 사이에는 적지 않은 간극이 느껴진다. '모던워페어4(사)'는 적어도 한국을 값싼 전쟁 소재로 끌어온 작품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게임 역시 영화나 드라마처럼 서사와 연출, 미술과 음악이 결합된 종합예술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게임 자체의 완성도에서는 콜 오브 듀티다운 강점이 여전하다. 한 편의 블록버스터 영화를 직접 조작하는 듯한 연출은 이번에도 백미다. 대규모 교전과 잠입, 추격 등 장면 전환이 빠르고 세트피스의 밀도도 높다.

중반부에는 기존 콜 오브 듀티와 다소 다른 방식의 오픈월드형 구간도 등장한다. 넓은 지역을 이동하며 목표를 선택해 해결하는 구조는 '파크라이' 시리즈를 연상시킨다. 선형적인 미션을 빠르게 넘겨온 전통적인 캠페인 사이에서 호흡을 바꾸는 역할을 하며 색다른 재미를 준다.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사 콘텐츠 로드맵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사 콘텐츠 로드맵

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움이 느껴지는 부분도 적지 않다. 특히 시리즈 주요 인물의 서사는 호불호가 갈릴만 하다. 모던워페어 시리즈를 상징해온 프라이스 대위를 비롯한 주요 등장인물의 이야기가 비교적 급하게 정리된다는 인상을 준다. 오랜 시간 인물과 관계를 따라온 이용자라면 결말까지 조금 더 충분한 설명과 감정의 축적을 기대했을 법하다.

한국을 주요 배경으로 삼은 만큼 현지화에서 더 욕심을 냈다면 좋았을 부분도 있다. 한국 해병대와 미군이 함께 작전을 수행하는 장면에서도 한국어판에서는 양측 모두 한국어로 대화한다. 실제 상황을 고려하면 한국군은 한국어, 미군은 영어를 사용하는 식의 언어 혼용이 오히려 현실감을 높였을 것이다.

한국 전통음악을 연상시키는 배경음악도 마찬가지다. 처음 등장할 때는 한국이라는 공간의 정체성을 강조하는 장치로 신선하게 느껴지지만 반복될수록 일부 장면에서는 오히려 분위기와 어긋난다. '한국이 배경'이라는 사실을 지나치게 강조하려 했다는 인상도 남는다.

캠페인은 플레이 방식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략 10시간 안팎이면 이야기를 마칠 수 있다. 멀티플레이까지 지속적으로 즐길 이용자라면 큰 문제가 아니지만 캠페인만을 목적으로 8만원대 풀프라이스를 지불한다면 짧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모던워페어4(사)'의 한국은 의미 있는 시도다. 게임 속 한국이 단순히 서울의 유명 관광지 몇 곳이나 한글 간판을 배치한 배경에 그치지 않았다. 평범한 생활 공간을 세밀하게 재현하고 그 일상을 무너뜨리는 전쟁을 보여줌으로써 익숙한 장소가 낯선 전장으로 변하는 감각을 만들어냈다.

우리가 매일 지나치는 편의점과 골목을 전장으로 바라보는 순간, '모던워페어4(사)'가 말하려는 전쟁의 무게 역시 다르게 다가온다.

박정은 기자 je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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