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KAIST, 물체 접근 감지하고 붙잡는 '소프트 로봇' 개발

김용민 교수 실험 장면.
김용민 교수 실험 장면.

전북대학교는 김용민 공대 화학공학부 교수팀이 문홍철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팀과 물체가 가까이 오는 것을 감지하고, 빛을 받으면 움직여 물체를 붙잡는 이온성 소프트 로봇 '이오노그래스퍼(Ionograsper)'를 공동 개발했다고 22일 밝혔다.

이 로봇의 핵심은 하나의 부드러운 소재가 센서와 인공근육 역할을 함께 한다는 점이다. 짧은 시간 동안 약한 자외선을 비추는 것만으로 움직임을 유도할 수 있으며, 빛을 끈 뒤에도 추가적인 에너지 공급 없이 변형된 상태를 10분 이상 유지한다.

기존 소프트 로봇은 주변 환경을 감지하는 센서와 움직임을 만드는 구동기를 따로 장착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부품과 배선이 늘어나 구조가 복잡해지고, 움직이거나 특정 자세를 유지하는 데 지속적인 에너지 공급이 필요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줄이기 위해 감지와 구동 기능을 하나의 이온성 고분자 소재에 통합했다.

김용민 교수.
김용민 교수.

물체의 접근을 감지하는 원리는 소재 내부의 이온 움직임에 있다. 전기를 띤 물체가 가까워지면 주변 전기장의 영향으로 소재 속 이온의 배열이 달라지고, 이 과정에서 전기 신호가 발생한다. 이를 이용하면 별도의 감지용 전원 없이 물체의 접근과 움직임을 알아낼 수 있다.

움직임은 빛과 수분에 대한 소재의 반응을 이용한다. 약한 자외선을 비추면 소재 속 빛 반응성 분자인 아조벤젠의 구조가 바뀌고 일부 수분이 빠져나가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나노 크기의 기공이 형성된다.

이 과정에서 고분자 사슬의 움직임이 제한돼 변화된 내부 구조가 일시적으로 고정된다. 빛을 끄면 소재가 양쪽에서 수분을 서로 다른 속도로 다시 흡수하면서 반대 방향으로 휘어진다. 이후 고분자 구조가 서서히 이완되기 때문에 변형된 모양을 일정 시간 유지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러한 특성을 파리지옥의 감지·포획 동작을 본뜬 이오노그래스퍼로 구현했다. 이오노그래스퍼는 물체의 접근을 감지한 뒤 자외선 자극을 받으면 물체를 붙잡는다. 이후 추가적인 에너지 공급 없이 포획 상태를 유지하다가, 소재의 내부 구조가 서서히 풀리면서 물체를 자연스럽게 놓아준다.

이번 연구는 현실 세계에서 사람이나 사물과 상호작용하는 피지컬 AI 로봇에 활용할 수 있는 소재 설계 방향을 제시했다. 로봇의 표면이나 관절에 감지와 구동 기능을 함께 갖춘 부드러운 소재를 적용하면, 부품과 배선을 줄이고 유연한 움직임을 구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이번 성과는 소재와 소프트 로봇의 기능을 구현한 단계로, 향후 인공지능 제어 기술과의 연계를 통해 활용 범위를 넓혀갈 계획이다.

김용민 교수는 “이번 연구의 핵심은 하나의 부드러운 소재가 주변 물체를 감지하는 센서이자, 움직임을 만드는 인공근육 역할을 함께 한다는 점”이라며 “짧은 빛 자극만으로도 물체를 붙잡고 일정 시간 유지할 수 있어, 로봇의 구조와 에너지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인공지능 제어 기술과 연계해 사람이나 사물과 유연하게 상호작용하는 피지컬 AI 로봇용 소재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전주=김한식 기자 hs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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