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026년 경기도 기후테크 스타트업 육성사업'에는 푸드테크·에코테크·카본테크·클린테크 등 4개 분야 11개 기업이 참여한다. 식물 바이오 파운드리와 종자 판별부터 재활용 플라스틱 선박 소재, 자원순환형 종이팩, 친환경 펄프몰드·세라믹 코팅제, 전고체 전해질막, 공장에너지관리시스템(FEMS), 재사용 배터리 해체 자동화, 우주용 태양전지, 지붕형 태양광 플랫폼까지 해법도 다양하다.
이들 기업은 온실가스와 폐기물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산업 현장의 비용·효율·안전 문제를 풀며 사업성을 입증하고 있다. 전자신문은 11개 기업을 만나 기술의 원리와 경쟁력, 고객이 얻는 가치, 실증·사업화 성과를 살펴본다. 육성사업 참여 과정에서 해결한 과제와 투자유치, 국내외 시장진출 전략도 짚는다. 기술이 산업과 일상의 변화를 이끄는 기후 해법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11회에 걸쳐 소개한다.

친환경 선박 소재기업 에코마린(대표 박덕훈)이 재활용할 수 있는 고밀도폴리에틸렌(HDPE) 선박 소재의 사업화에 나섰다. 국내외 선박 17척에 소재를 적용해 해상 실증을 진행하고 있으며, 올해 어선 실증을 마친 뒤 시장 진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소형 선박에 널리 쓰이는 섬유강화플라스틱(FRP)은 수명이 끝나면 재활용하기 어려워 폐선 처리에 부담이 따른다. 에코마린은 선체 소재를 HDPE로 바꾸는 한편, 사용을 마친 선박을 회수해 새 선박의 원료로 재생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HDPE는 폐선 뒤 재활용할 수 있고 부식에 강한 소재다. 에코마린은 선체의 유지보수에 드는 자원을 줄이고, 소재의 무게와 부력을 활용해 운항 연료 소비도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기존 소재와 비교해 탄소 배출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는 원료 생산부터 제작·운항·폐기까지 모든 과정을 평가해야 한다.
재생 플라스틱을 선박에 다시 쓰는 데는 강도와 내구성이 관건이다. 선체는 안전과 직결되는 만큼 재생원료의 품질 편차도 관리해야 한다. 에코마린은 폐 HDPE 선박과 사용 후 플라스틱 포장재를 재생해 선박 소재로 만드는 자체 기술 '고도 재생 폴리에틸렌(UrPE)'를 개발했다. 재생원료를 선체 일부에만 사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구조 전체로 적용 범위를 넓히는 것이 목표다. 재활용 원료와 관련한 국제 인증인 국제재생표준(GRS)도 획득했다.
에코마린은 사용을 마친 HDPE 선박을 회수·해체하고, 선체를 재생원료로 가공해 새 선박 제작에 투입하는 자원순환 모델 '리플로트(Re-Float)'를 추진하고 있다. 재활용 기술을 개발한 만큼 앞으로는 폐선박을 안정적으로 회수할 체계를 갖추는 것이 과제다.
에코마린은 선박의 제작부터 운항, 유지보수, 폐선까지 이력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선박별 정보를 축적해 회수 시점을 예측하고, 해체한 선체를 UrPE 원료로 재생한다는 구상이다. 2029년 목포에 조성될 예정인 친환경 어선 건조 지원단지에는 HDPE 선박 회수센터를 운영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해양생물이 선체에 달라붙는 현상을 줄이기 위한 소재 연구도 진행 중이다. 선체에 부착물이 쌓이면 운항 효율에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3차원(3D) 프린팅을 활용한 선체 제작은 국방·레저용 선박처럼 종류가 많고 생산량이 적은 시장을 겨냥해 검토하고 있다.

에코마린은 국내 16척과 말레이시아 1척 등 선박 17척에 제품을 적용해 해상 실증을 진행하고 있다. 주력 시장으로 삼은 HDPE 어선의 실증은 올해 안에 마무리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유치한 누적 투자금은 32억원이며, 누적 매출은 약 25억원이다.
투자금을 바탕으로 자체 생산시설을 구축했으며, 제조설비를 정비하고 관련 인증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HDPE 조선소 12곳과 협력해 어선 시장 진출을 추진한다. 해외에서는 조선소 약 5곳과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방산·특수목적선 시장을 살펴보고 있다.
네덜란드 기업과는 약 1억2000만원 규모 수출 계약을 맺고 제품 출하를 준비 중이다. 말레이시아에서도 특수목적선 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나, 현지에서 논의 중인 약 200척 제작은 실증 결과에 따라 추진 여부가 결정된다.
에코마린이 경기도와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의 '2026년 경기도 기후테크 스타트업 육성사업'에 참여한 이유는 HDPE 선박의 환경 개선 효과를 수치로 입증하기 위해서다. 폐선박을 재활용할 수 있다는 기술적 가능성을 제시한 데 이어, 기존 FRP 선박과 비교해 환경 부담이 실제로 얼마나 줄어드는지 검증할 근거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에코마린은 육성사업의 '그린스케일업' 프로그램을 통해 HDPE 선박의 전과정평가(LCA) 지원을 받고 있다. 원료 생산과 선박 제작, 운항, 폐기·재활용 단계의 환경 영향을 살펴 사업화에 활용할 객관적 자료를 마련하는 작업이다. 평가는 진행 중이며, 이 사업을 통해 확정된 탄소 감축 수치가 나온 단계는 아니다. 에코마린은 평가 결과를 소재 개선과 고객사 설득에 활용할 계획이다.
박덕훈 대표는 “환경에 기여하고 후손에게 좋은 환경을 남겨주고 싶다는 사명감으로 창업했다”며 “경기혁신센터와 함께 친환경 사업도 경제성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더 많은 기후테크 스타트업이 생겨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공동기획: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전자신문
수원=김동성 기자 est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