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권에서 고객의 이체나 상품 선택을 돕던 인공지능(AI)이 직원의 상담·심사·개발 업무로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해빗팩토리가 상담사 교육에 AI를 도입했고 신한은행은 AI로 부동산 감정평가서를 점검한다. 기술이 직업 업무를 대신 수행하는 'DIFM(Do It For Me)' 흐름이 금융사 내부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해빗팩토리는 10월부터 상담사별 맞춤형 코칭을 지원하는 AI 시스템을 도입했다. 누적 3000만건 이상의 상담 메시지, 교육 매니저의 코칭 내용, 우수 상담사의 상담 절차 등을 학습해 개인별 강점과 보완점을 보고서로 제공한다. 교육 매니저가 이를 바탕으로 면담을 하면서 코칭 업무에 투입하는 시간이 60% 이상 줄었다.
신한은행은 지난 8월 부동산 담보대출 심사 과정에서 감정평가서 점검을 지원하는 AI 에이전트를 도입했다. 사람이 평가서를 확인하던 작업을 AI가 지원하면서 건당 점검 시간이 약 70% 단축되고 하루 처리 가능한 업무량은 약 3배 늘었다.

이처럼 금융권에서 구체적인 도입 사례와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상담 분야에서는 필요한 정보를 찾고 기록을 정리하는 업무에서 AI가 확산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AI 기반 문의량 예측 모델과 지식관리시스템(KMS)에 연계한 AI 검색을 구축해 상담협력사 직원이 필요한 정보를 빠르게 찾도록 지원한다. 통화 내용을 자동으로 정리하는 후처리 자동화 시스템도 도입해 상담 이후의 업무 부담을 줄이고 있다.
생명보험협회도 지난달 민원 응대와 회원사 광고 심의를 지원하는 AI 시스템을 가동한다고 밝혔다. 민원관리 AI는 통화 내용을 텍스트로 변환하고 민원 유형을 분류해 상담자에게 필요한 응대 자료와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 임직원이 자연어로 질문하면 내부 규정과 근거 조항을 찾아주는 기능도 마련했다.
상담 과정에서 업무의 우선순위를 제안하거나 고객에게 안내하는 역할도 AI가 맡는다. 해빗팩토리는 여러 고객을 동시에 응대하는 설계사에게 고객별 진행 상황과 추가 조치 가운데 시급한 사항을 실시간 안내한다. 지난달 도입한 '넛지 AI'는 보험 분석 기능을 이용하고 상담방을 열었지만 대화를 시작하지 않은 고객에게 보험 데이터를 바탕으로 맞춤형 메시지를 보낸다. 회사 측은 분석과 초기 안내를 자동화하면서 처리량이 약 10배 늘었다고 평가했다.
개발 업무에도 AI가 투입된다. 케이뱅크는 지난 8월 코드 작성부터 시스템 분석, 개선 제안까지 개발 전 과정을 지원하는 에이전틱 AI를 도입했다. 사용자가 제시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단계를 설계하고 도구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개발자가 구현하려는 서비스 기능을 입력하면 필요한 코드를 생성하고 기존 시스템을 분석해 개선 방향을 제안한다.
임직원이 직접 자동화할 업무를 찾도록 하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비씨카드는 지난달 중순부터 자체 AI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사내 AI 플랫폼 'BC.AI' 활용법과 AI 거버넌스, 생성형 AI별 사용 기준 등을 교육하고 부서별 반복 업무를 발굴해 AI로 전환하도록 지원한다.
업계 관계자는 “DIFM 경제를 견인하는 AI 에이전트가 고객을 돕는 단계에서 내부 업무를 지원하는 사례로 확대되고 있다”며 “앞으로는 내부 업무에 얼마나 폭넓게 활용하고 실제 효율을 얼마나 높이는지가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두호 기자 walnut_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