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기금 R&D예산 놓고 미래부·산업부 `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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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진흥기금 사용처를 놓고 미래창조과학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엇박자를 내고 있다.

1차적인 정진기금 예산 배분 권한을 가진 미래부가 산업부의 신규 연구개발(R&D) 사업 예산을 대부분 삭감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기획재정부 예산안 제출을 앞두고 협상이 지연돼 부처 대립으로 비화되는 형국이다.

8일 미래부와 산업부 등에 따르면 내년 정진기금을 이용한 R&D 예산 편성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발단은 내년 예산안 편성을 하면서 기재부의 정진기금 R&D 예산 9.3% 삭감 방침이 정해지면서 벌어졌다. 미래부가 예산 삭감 편성을 이유로 산업부의 신규 R&D 사업 대폭 삭감을 밝혔기 때문이다.

정진기금을 활용한 산업부 R&D 예산은 매년 1100억원정도 편성됐다. 이 중 20% 중반이 신규 R&D 예산으로 책정됐다. 나머지 금액은 계속 사업에 쓰였다.

하지만 올해 산업부에 책정된 금액은 813억원이다. 이 중 신규 R&D 사업 예산은 75억원에 불과하다. 통상 200억~300억원(최저 220억원)씩 편성되던 예산이 올해 3분의 1로 줄어든 것이다.

이에 산업부는 정진기금을 활용해 진행하려던 신규 R&D 사업 대부분을 진행하기 힘들게 됐다. 내년 신규 R&D 사업에는 모바일 코어 CPU 국산화 사업, 시스템 및 전력반도체 사업, 반도체 장비개발 사업 등이 포함됐다.

산업부 관계자는 “계속 사업 예산을 조정해 신규 사업에 투자하라는 게 미래부 방침”이라며 “매년 투자규모와 일정이 정해진 사업 예산을 활용하라는 얘기는 현실성이 없다”고 밝혔다. 특히 미래부가 선정한 13대 미래 성장동력에 포함돼 산업부와 공동 진행할 지능형반도체 사업마저 추진이 불가능하게 됐다.

지능형반도체 사업은 미래부 13대 미래 성장동력으로 산업부와 공동 주관 사업으로 포함돼 부처 간 협업 성과를 만들겠다던 대표 사례다. 양 부처 장관이 내세웠던 ‘부처 칸막이 허물기’의 대표 사업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정진기금 예산 배분을 놓고) 산업부와 전향적으로 논의하고 있다”며 “예산 자체가 줄었기 때문에 정진기금 취지에 맞는 사업에 우선 배분하고 있고 미래부 사업도 일정 부분 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산업부는 “처음 얘기에서 전혀 진전된 게 없다”며 “예산안을 제출하면 기재부에 해당 사업의 중요성을 다시 설명하고 조정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양 부처는 국장급 협의를 이어가며 타협점을 찾고 있지만, 기재부 조정으로 사안이 넘어가는 것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정보통신진흥기금

정부가 정보통신 진흥을 지원하기 위해 조성한 기금으로 정부 출연금이나 융자금, 기간통신사업자 및 기타 사업자가 부담하는 부담금, 전파법 제11조에 따른 주파수 할당 대가, 기금운용 등에 따른 수익금 등으로 조성된다.

기금은 정보통신에 관한 R&D 사업, 정보통신 관련 표준 개발, 제정 및 보급 사업, 정보통신 관련 인력양성 사업, 정보통신산업 기반 조성 사업에 사용된다.

정보화촉진기금(1996~2004년)이 2005년 1월 정보통신진흥기금으로 개편됐으며 정보통신산업진흥법 제41조에 근거를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