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국경 없는 사이버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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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부터 전 국민이 검색할 때 네이버나 다음 대신 구글을 사용한다. 카카오톡 대신 왓츠앱을 쓰고, 쿠팡 대신 아마존에서 물건을 주문한다. 동영상은 네이버TV를 끄고 유튜브에서 보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은 원스토어를 지우고 앱스토어나 플레이스토어에서만 다운로드 한다.

[프리즘]국경 없는 사이버 세상

실제 일어난 일은 아니지만 꼭 공상이라고 할 수만은 없다. 검색이나 모바일 메신저, 전자상거래 정도를 제외하면 외산 서비스 의존도가 높다.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서비스는 대항마조차 없다.

이런 서비스를 법률은 '부가통신사업'으로 규정했다. 통신사가 구축한 네트워크에서 뛰어노는 사업이다.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 오토바이, 자전거 같은 개념이다. 이들이 마음껏 뛰놀 때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이 발전한다고 믿었다. 실제로 그랬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우리 통신망에서 뛰노는 부가사업자 가운데 외국 업체가 늘었다. 이들은 한 번 대세를 잡으면 사용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플랫폼' 효과를 이용, 시장을 장악했다. 더욱이 세계와 촘촘히 연결된 통신 고속도로로 물건(서비스)을 보내기만 할 뿐 국경 넘어 사무실을 차리지도, 서버를 설치하지도 않는다.

우리 법은 인터넷·모바일 서비스를 위한 핵심 서버를 설치하거나 지사 정도의 대규모 사무실을 설치하지 않으면 그 기업이 한국에 진출했다고 보지 않는다. 이런 허점을 이용해 외국 부가사업자는 한국에서 버는 돈에 비해 터무니없이 미미한 책임만 진다. 문자 그대로 한국 통신망이 그들의 '놀이터'로 전락한 것이다.

지난 수천 년 동안 무역이란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물건의 국경 간 이동을 의미했다. 반드시 해당 국가에 물리 형태의 실체가 남아야 했고, 그것은 규제의 근거가 됐다. 사이버 세상에서 국경은 의미를 상실한지 오래고, 거기서 파생하는 문제가 점점 현실을 옥죈다.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 논의를 미루기 어려운 시점이 온 것 같다. 처음 가는 길이지만 의지를 보이면서 가 보았으면 한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