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앞다퉈 '재기지원법' 발의 준비...업계 “희망고문 끝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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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 여야 의원들이 실패한 기업인 재기를 돕는 법안 준비에 나섰다. 수년간 논의 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재기 지원 전담 기관 설립에 물꼬가 트일 공산이 높아졌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으로 실패 기업인이 늘자 이들의 재창업이 수월해지도록 제도적 개혁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도 커진 상황이어서 업계의 기대감이 높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김경만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장제원 미래통합당 의원이 재기지원법 관련 제정 준비에 들어갔다. 이들은 늦어도 7월 중순께 법안 발의까지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여야 앞다퉈 '재기지원법' 발의 준비...업계 “희망고문 끝내야”

김 의원은 오는 8일 재기지원법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 수렴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한다. 이후 재기 지원 전담 기관 등 방안을 구체화해 나갈 예정이다.

김 의원은 “성급히 법안을 발의하기보다는 재도전을 위해 필요한 방안을 도출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법안을 다듬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 의원은 주채무가 탕감되면 연대보증 채무도 감면해 주는 '부종성의 원칙' 적용과 기업인 이중 처벌 금지 등 내용에 대한 심사 해석을 법제처에 요청한 상황이다. 이를 기반으로 7월 초 법안 마련에 나선다.

그동안 실패한 기업인의 재기를 지원하기 위한 법안으로는 패자부활법, 재도전지원법 등이 있었지만 매번 국회 문턱을 넘기지 못하고 폐기됐다. 이들 법안은 주로 '재기전용펀드'를 조성하는 내용이 골자였다. 한 번의 창업 실패가 신용불량으로 이어지면서 금융권의 지원을 더 이상 받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현재 재도전 관련 법안은 '중소기업 창업지원법' 50개조 가운데 4조 3항(재창업지원 및 성실경영 평가)만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것으로는 복잡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에 얽혀 있는 실패 기업인들을 지원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업계의 경우 그동안 재기 지원 관련 논의는 활발히 이뤄졌지만 실질직인 법적 근거는 불충분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상하 오뚝이창업 대표(전 재기중소기업개발원장)는 “연간 창업 100만건, 폐업 100만건 시대를 맞아 제대로 된 법적 근거를 기반으로 한 재도전 플랫폼이 필요하다”면서 “매번 정권이 바뀌고 국회가 바뀔 때마다 많은 의원이 법안 발의에 나섰지만 통과되지 않아 재도전 기업인에게는 희망 고문의 기억만 남아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우선 부실 선제 예방과 함께 사업 실패 관리 체계화를 위한 전국 단위의 재기 전문 기관 설립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기술보증기금, 창업진흥원,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등 4곳에서 재기 지원 사업을 분산·운영하고 있어 체계를 갖춘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재기 지원을 위한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정책을 일원화하고, 자금 집행 및 관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외에 재창업 지원 기업의 기준 명확화, 채무부종성 원칙 적용, 성실 실패 시 채무 조정, 과점주주 2차 납세 의무 면제 등도 주요 요구 사항으로 꼽힌다.

업계는 단순 중소기업 창업지원법 개정이 아닌 별도의 특별법이 제정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어느 한 부처가 컨트롤타워가 되면 제대로 된 지원을 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한정화 아산나눔재단 이사장은 “한 번의 실패가 인생 실패로 낙인찍는 현 제도가 창업 의지의 가장 큰 장애물”이라면서 “법무부, 금융위원회, 중기부, 국세청, 기획재정부 등 여러 부처가 풀어야 하기 때문에 별도의 특별법으로 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