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트가전, 힛(HIT)스토리]<11>재기 성공 휴롬, 1등 공신 '휴롬 이지'

휴롬은 2000년대 중후반부터 국내 원액기 시장을 연 대표기업이다. 원액기·착즙기 열풍이 정점이던 2016년에는 매출 1600억원을 돌파하며 승승장구했지만, 이를 정점으로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매출은 절반 이하인 700억원대까지 떨어졌다. 단일 제품의 한계, 제한적 내수시장, 경쟁제품 등장, 사용 불편함 등 '한물갔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그러나 지난해 휴롬은 4년 만에 매출 1000억원(1100억원)을 돌파하며 재기에 성공했다. 그동안 자만에 가까웠던 자부심을 과감히 버리고 시장에 귀를 기울였다. 소비자 요구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신제품 '휴롬 이지'는 폭발적 반응을 보이며 재기 발판을 마련했다. 휴롬을 다시 일으킨 일등공신인 셈이다.

서울 강남구 휴롬 본사에서 정재훈 제품디자인팀 과장(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정성하 개발1팀 과장, 김태진 제품디자인팀 대리가 휴롬 이지와 함께 기념촬영했다.
서울 강남구 휴롬 본사에서 정재훈 제품디자인팀 과장(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정성하 개발1팀 과장, 김태진 제품디자인팀 대리가 휴롬 이지와 함께 기념촬영했다.

지난해 3월 출시한 휴롬 이지는 기존 착즙기 단점을 대거 개선한 제품이다. 혁신을 넘어 원액기 시장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혁신의 출발은 고객 '페인 포인트(불편점)'였다.

김태진 휴롬 제품디자인팀 대리는 “개발 과정에서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은 기존 착즙기의 페인 포인트에 해당하는 재료 소분과 세척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면서 “이 두 가지를 해소하면서도 휴롬의 철학을 계승하고 사용자 경험을 극대화하는 게 관건이었다”고 말했다.

휴롬은 재료를 적당한 크기로 썰어야 하는 점, 착즙 후 세척 문제 해결에 승부수를 던졌다. 그러기 위해서는 재료가 투입되는 호퍼가 커지고 큰 재료도 무리 없이 분쇄하고 착즙하는 기술이 필요했다.

휴롬 이지에 탑재된 메가 호퍼는 기존 제품 대비 세 배나 커져 현존 착즙기 중 가장 큰 크기를 자랑한다. 제품 이름(이지)처럼 사과나 배, 당근 등 재료를 소분 없이 바로 넣으면 된다. 호퍼도 커졌지만 큰 재료를 무리 없이 파쇄·착즙하는 오토커팅기술과 저속압착기술(SST)이 있었기에 제품을 완성할 수 있었다.

정성하 개발1팀 과장은 “호퍼 크기가 커지면서 기존 소분했던 재료보다 사용 환경이 훨씬 혹독해 졌다”면서 “크고 딱딱한 재료도 파쇄 되게끔 고강도 스테인리스 소재를 적용했고 출시 임박해서는 톤 단위 당근을 구매해 혹독한 테스트를 거쳤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페인 포인트였던 세척 이슈도 해결했다. 착즙 과정에서 찌꺼기가 끼지 않아 간단한 세척만으로 제품을 편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휴롬 이지
휴롬 이지

김 대리는 “재료 소분은 물론 세척 과정에서도 고객은 시간과 노동력을 소모하는데, 재료 준비단계부터 착즙, 세척까지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는 게 휴롬 이지의 목표였다”면서 “찌꺼기가 나오는 부분을 본체에 매립해 이 부분만 세척하도록 함으로써 불편을 줄였다”고 말했다.

휴롬 이지는 지난해 약 520억원어치가 판매됐다. 회사 전체 매출의 절반을 이 제품이 책임진 것이다. 올해 상반기 휴롬은 작년 동기 대비 50%가량 성장한 700억원 매출이 전망된다. 여기에서도 휴롬 이지는 3분의 2에 가까운 매출을 책임지는 한편, 다음 달이면 출시 1년 5개월 만에 단일제품 매출 1000억원 돌파도 유력하다.

정재훈 제품디자인팀 과장은 “휴롬 이지는 모터회전, 분쇄기술을 기반으로 건강한 주스가 만들어지는 기능에 최적화된 제품”이라면서 “현재는 선택가전에 가깝지만 향후 다양한 재료 활용성과 착즙 효율성을 바탕으로 필수가전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