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면서 유럽 재정위기가 동유럽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다음 순서로는 폴란드가 지목됐다.
21일(현지시간) 국제통화기금(IMF)은 성명을 통해 헝가리로부터 금융 지원을 요청받았음을 확인했다. 야노시 머르토니 헝가리 외무장관도 헝가리가 원하는 것은 IMF의 ‘탄력대출제도(FCL:Flexible Credit Line)’라고 밝혔다.
헝가리 정부가 IMF와 협상을 통해 금융지원을 받게 되면 일단 재정위기의 급한 불은 끌 수 있겠지만 동유럽 재정위기감에 미치는 파장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증시전문가들은 유럽 위기가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에 이어 동유럽까지 빠르게 확산되는 것과 관련, 동유럽 국가 중 취약성이 높은 폴란드의 구제금융 신청을 전망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폴란드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채무가 작년에 55%며 GDP 대비 경상수지 적자도 3분기에 4.6%에 이른다. 게다가 폴란드는 헝가리와 유사하게 스위스프랑화 가치 상승에 따른 외화대출 상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헝가리는 스위스프랑화 표시 외화대출이 GDP의 21%, 폴란드는 11%에 달한다. 유로지역 수출 비중이 큰 체코가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체코의 대(對)독일 수출 비중은 작년 18.5%다.
증시전문가들은 유로존 위기의 동유럽 전파는 시간문제지만 내주 개최될 EU 재무장관회의 등에서 긍정적인 결론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최근 동유럽 환율이 가파르게 치솟는 등 조짐을 보인 바 있다”며 “유럽 수출 의존도가 낮고 조만간 EU 차원에서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올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박승영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도 “유럽의 생산기지 동유럽에는 유럽의 자금이 대거 들어가 있기 때문에 위험한 상황”이라면서 “코스피는 이미 많이 하락해 대기매수자금 유입으로 1820선이 지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폴란드 등 동유럽으로 위기가 번지면 전 세계 금융 시장 혼란이 불가피하다. 그렇게 되면 한국 시장도 위기의 소용돌이에 다시 빠져들 수 있다.
21일 코스피는 전날 유럽증시 폭락에도 6.25포인트(0.34%) 오른 1826.28로 마감하며 선방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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