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학협력 명문 산기대]교수-기업-학생 `삼위일체` 엔지니어링하우스

산기대에는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곳이 있다. 바로 기술혁신파크(TIP:Techno Innovation Park)다. 기술혁신파크는 2007년 완공됐다.

IT·신소재·생명화학·전통산업 등 분야별로 50여 엔지니어링하우스(EH) 기업이 입주해 있다. EH는 대학 안에 있는 산학협력 연구개발(R&D) 프로그램이란 점에서 다른 곳과 차별화된다.

엔지니어링하우스(EH) 기업에 속한 산기대 학생들이 실험 및 실습하고 있는 장면.
엔지니어링하우스(EH) 기업에 속한 산기대 학생들이 실험 및 실습하고 있는 장면.

수요자인 산업체 요구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것이 국내 공학교육의 현실이다. 산업계에 인력 부족과 동시에 청년실업이라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 중 하나다.

산기대는 이러한 공대 교육과 산업체 간 괴리를 극복하고자 EH라는 산학일체형 신공학교육 시스템을 만들었다.

EH는 기업 신상품 개발과 실용적 교육을 혼합한 산학협력 시스템이다. 교수·기업·학생이 하나의 공간에서 교육과 R&D 및 산학협력 활동을 24시간 공동으로 수행할 수 있게 한 새로운 산학협력 모델이다. 실용기술 인력양성과 산업체 공동연구가 함께 이뤄지는 것으로 산기대가 처음 도입했다.

보통 중소기업은 한 가지 분야에만 특화된 기술을 가지고 있다. 이 기술을 바탕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판매한다. 하지만 빠르고 복잡하게 진화하는 기술을 따라잡기 벅차다. 기업 성장에 필요한 신입사원 재교육도 어렵다. 산기대는 이러한 문제를 EH 교과로 해결했다.

이는 50개 EH에 참여하고 있는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자체 교육프로그램과 세미나, 실습 등을 체계화해 만들었다. 올해 정규교과로 지정했다. 산기대는 EH 교과에 학점을 부여하고 다양한 실무교재 개발과 이를 활용한 기술 심화교육으로 EH 교육체제를 강화했다.

특히 서로 다른 전공교수 2~3명이 하나의 EH를 구성하기 때문에 전공 융합이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기업이 참여해 학생을 교육하고 채용까지 하기 때문에 신입사원 재교육 문제도 해결된다. EH 교과는 현장 적응능력 및 프로젝트 수행능력을 배양할 뿐만 아니라 산업체의 필요 기술 변화 수요를 신속하고 탄력 있게 정규교과목에 반영, 기업에 필요한 기업친화형 실용인재 양성을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도 매력적이다.

실제로 바이오인식 전문기업 슈프리마는 2005년 EH에 입주, 산기대와 공동 연구해 오차율이 낮은 지문인식센서를 개발해 세계적 수준의 지문인식기를 갖출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산기대는 기술 및 장비를 지원했을 뿐만 아니라 관련 전공 학부생을 연구원으로 참여시켰고 참여 학부생은 EH에서 쌓은 실무 경험을 인정받아 정식 직원으로 채용돼 근무하고 있다.

또 산기대는 EH에서 보유하고 있는 독창적 기술을 바탕으로 창업까지 구상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고 있다. 작년에는 EH 창업 트랙에서 창의적 아이디어와 열정을 지닌 청년 사업가 12명이 배출됐다. 과거 창업 성공에는 자본과 경험이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하지만 정보통신기술 발달로 창업에 우호적 환경이 조성됐고 청년 실업률 문제가 부각되면서 정부에서도 청년 창업을 장려하는 다양한 정책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창업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많은 위험 요소가 청년들로 하여금 선뜻 창업에 뛰어 들지 못하게 하고 있다.

산기대는 이런 위험 요소를 최소화해 창업 성공률을 높이는 시스템으로 EH 기반 창업트랙을 운영하고 있다. 창의적 아이디어를 가진 학생이 관련 EH에서 교수, 기업과 함께 아이디어를 상품으로 개발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놓았다. 창업에 필요한 지식은 EH 내에서 실시 중인 EH 교과 및 기업연계 교육으로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다. 시제품 제작을 마치면 교수와 기업 평가로 리스크를 최소화한다. 이후 예비 학생창업자는 열린 EH를 이용해 본격적인 창업 준비를 할 수 있다. 창업 후에는 중기사랑지원단, 가족회사종합지원센터에서 기술지도 및 경영 고충을 컨설팅받을 수 있다.

산기대는 내년부터 입시에 창업특기자 전형을 신설해 창업 잠재력이 우수한 학생을 모집할 계획이다. 산기대는 EH 제도를 내부 성과에 그치지 않고 타 대학 및 기관으로 전수하기도 했다. 지난해 EH 확산의 첫 결과물로 산학협력 체제구축 및 운영을 희망하는 한독미디어대학원대학교를 대상으로 가족회사 제도 및 EH를 개소하는 등 산학협력 시스템 구축 노하우 전수와 함께 EH 확산 가능성을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