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원격의료 정책 뒷걸음은 안된다

파국으로 치달았던 정부와 의료계간 대결이 한 고비를 넘겼다.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는 원격의료 도입에 앞서 일단 4월부터 6개월간 시범사업을 실시한 후 결과를 입법에 반영하기로 합의했다. 17∼19일 진행할 의협 회원 투표에서 회원 과반수가 협의 결과를 수용하면 의협은 24∼29일로 예정된 집단휴진을 일단 철회할 예정이다.

원격진료는 의사가 정보통신망을 통해 전송받은 환자의 생체신호, 혈당, 혈압, 맥박 등 측정치를 분석하고 결과를 바탕으로 원격지 환자에게 상담을 하거나 처방을 하는 의료행위다. 장기간 진료가 필요한 만성질환자, 거동이 어려운 노인과 장애인, 의료기관까지 거리가 먼 섬·벽지에 사는 사람이 혜택을 받는다.

의료계는 대면 진료가 아니어서 안정성과 유효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몰려 1차 의료기관 몰락→의료전달체계 붕괴→국민 의료접근성 하락이라는 악순환을 우려했다. 정부는 원격진료는 동네의원 중심으로 만성 또는 경증질환에 허용하며 대형병원은 수술 후 신체에 부착된 의료기기 작동 상태를 점검하거나 군·교도소 진료 등 반드시 필요한 경우로 제한돼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거듭 강조해도 의료계는 요지부동이다.

일반 여론도 ‘어설픈 원격의료가 대형 의료사고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의견과 ‘원격진료 도입반대는 스마트 시대를 역행하는 것’이라는 입장이 팽팽히 엇갈린다.

정부가 의료계가 우선 시범사업을 실시키로 하면서 파국을 면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다만, 시범 사업과정에서 문제점과 개선점을 찾아내 입법에 반영하려면 서로 한발씩 양보하는 자세가 지금보다 더 필요하다. 정부는 밀어붙이기식 정책 추진을 자제해야 한다. 의료계는 시범사업을 원격진료 자체를 거부하는 수단으로 삼지 말아야 한다.

원격진료는 세계적 추세다. 해외 대형 의료기관과 정보통신기술(ICT)업계가 원격진료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시장에 뛰어들었으며 아낌없는 투자를 감행한다. 세계적 수준인 정보통신인프라를 활용해 신성장동력을 만들 기회를 우리 스스로 내팽겨치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