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지자 행보 보이는 삼성의 타이젠 전략…생태계도 오락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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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안드로이드, iOS에 맞서기 위해 개발한 독자 운용체계(OS) 타이젠 전략이 갈지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구글과 관계를 고려한 ‘안드로이드-타이젠 투 트랙 전략’이 일관성 없게 펼쳐지면서 타이젠 생태계 조성에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업계 최초로 안드로이드 OS 기반 복합기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 사용자경험(UX)이 핵심으로 스스로 진화 가능한 차세대 복합기’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스마트TV와 카메라, 웨어러블 기기를 필두로 타이젠 OS 사용을 폭넓게 확대해 나가겠다는 최근 기조를 감안하면 다소 의외의 선택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를 쓴 갤럭시기어 이후 선보인 스마트와치 기어핏, 기어2, 기어2 네오에 모두 타이젠을 사용했다. 반면에 최근 일부 국가에서 판매를 시작한 새 스마트와치 ‘기어라이브’에는 다시 안드로이드를 채택했다. 일부 외신은 웨어어블 기기용 OS인 안드로이드 웨어를 사용해 구글과 협력 관계를 강화하려는 의도로 분석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안드로이드-타이젠 투 트랙 전략이 제대로 발현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는 타이젠이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을 때까지 안드로이드를 동시에 활용한다는 입장을 취해왔지만, 오락가락하는 갈지자 행보로는 타이젠 육성 의지를 찾아보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일관성 있는 육성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모바일 금융솔루션 개발업체의 한 앱 개발자는 “타이젠은 웹-앱 통합 개발 지원 등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지만 아직 제대로 된 스마트폰도 나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리며 “이런 상황에서 정책 일관성마저 지키지 못하면 개발자들의 불만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타이젠에 대한 기대는 여전히 크지 않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초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타이젠 개발자 콘퍼런스를 열고 최초의 타이젠폰 ‘삼성Z’를 공개했지만 업계 반응은 차가웠다. 안정성 미흡과 애플리케이션·콘텐츠 부족이 주요 이유로 분석된다.

여기에 타이젠 스마트폰에 안드로이드 앱을 사용할 수 있는 호환 솔루션을 도입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결국 안드로이드에 종속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커졌다. 또 삼성Z가 스마트폰 변방인 러시아에서 먼저 출시되는 것은 결국 타이젠의 완성도가 낮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번 주 러시아에서 타이젠 스마트폰을 출시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은 타이젠을 육성한다고 했지만 최근의 행보는 타이젠이 ‘사면초가에 빠진 것 아니냐’는 의혹만 불러 일으킨다”며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인한 불확실성은 결국 개발자들의 외면을 불러와 ‘바다 OS’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웨어러블 기기 OS / 자료:삼성전자·외신종합>


삼성전자 웨어러블 기기 OS / 자료:삼성전자·외신종합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