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게임, '세제 사다리' 필요하다... 규제 강화 속 진흥책 요원

지난해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지스타 2025
지난해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지스타 2025

K게임이 글로벌 시장 파고를 넘기 위해 '제작비 세액공제'라는 실질적인 진흥책 도입이 필요하다는 업계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년 새 게임 이용률이 20%포인트 넘게 급락하며 산업 근간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중소 개발사의 창작 의지를 고취할 '세제 사다리' 마련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게임사들은 최근 정부와 국회를 중심으로 확산되는 고강도 규제 기조에 심각한 부담을 안고 있다. 반면 정작 필요한 진흥책 부재로 산업 전반이 위축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인 게임물관리위원회 업무보고에서 확률형 아이템 관련 법 위반에 대한 강경 대응을 주문했다. 이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성회 의원(더불어민주당)도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의무 위반 시 매출액의 3% 또는 10억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게임산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게임업계는 이용자 보호를 위한 정책 방향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규제에 걸맞은 진흥책이 병행되지 않는 것에 부담이다. 한 중소 개발사 대표는 “규제 수위는 해외보다 강화하면서 산업을 지탱할 진흥책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산업의 기초 체력을 나타내는 지표는 이미 위기를 가리키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5 게임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2년 74.4%에 달했던 국내 게임 이용률은 3년 만인 2025년 50.2%까지 추락했다. 불과 3년 사이에 국민 4명 중 1명이 게임을 떠난 셈이다.

이용자 이탈은 곧 매출 하락과 투자 위축으로 이어진다. 대형사들은 축적된 자본으로 버티고 있지만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승부수를 던져야 할 중소 개발사들은 고금리와 제작비 상승, 이용자 감소라는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조승래(더불어민주당), 정연욱(국민의힘) 의원이 각각 발의한 '게임 제작비 세액공제' 관련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영상 콘텐츠처럼 게임 제작비에 대해서도 세액공제를 적용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재정당국은 '세수 감소'와 '연구개발(R&D) 세액공제와의 중복 지원'을 이유로 난색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R&D 세액공제와 게임 제작비 세액 공제 비교
R&D 세액공제와 게임 제작비 세액 공제 비교

현재 R&D 세액공제를 받는 게임사는 대형사 위주 약 20여 곳에 불과하다. 인력이 부족해 개발과 운영을 겸해야 하는 중소 개발사는 별도 연구소와 전담 인력을 요구하는 R&D 공제 요건을 맞추기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한 출시 후 라이브 서비스가 제작의 연속인 게임의 특성을 제조업 중심의 R&D 잣대로는 온전히 담아낼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게임 제작비 세액공제 도입 시 향후 5년간 약 1조4500억원의 부가가치 유발 효과와 1만5000명 이상의 고용 창출이 기대된다. 특히 감면된 세액이 다시 신규 프로젝트 투자와 고용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확립되면 장기적으로는 법인세 수익 등 국가 세원을 오히려 확대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승우 법무법인 율촌 수석 전문위원은 “K콘텐츠의 대표 주자인 K게임 진흥을 위한 실질적 지원은 부족한 반면 규제 리스크만 확대되고 있다”면서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K게임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세액공제 등을 포함한 선순환적 생태계 기반을 조속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정은 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