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연구진, 타이타늄에 버금가지만 원가가 10% 이하인 철강소재 개발

포스텍(포항공대) 연구팀이 타이타늄과 견줄 수 있는 새로운 철강 소재를 개발했다.

김낙준·김한수 포스텍 철강대학원 교수와 김상헌 박사과정 연구팀은 금속간화합물(FeAl)을 이용, 강도와 연성이 뛰어나면서도 그 무게가 가벼운 저비중강을 개발했다.

김낙준 교수
김낙준 교수

이 연구 성과는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지 5일자에 발표됐다. 친환경성과 경제성을 모두 갖춘 이 소재는 단단하지만 부러지기 쉬워 구조재로 실용화하기 어려웠던 금속간화합물을 이용한 것이어서 학계뿐만 아니라 산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기초과학 연구성과가 주로 게재되는 네이처에 이 같은 금속 소재 관련 연구가 게재된 것은 이례적이다. 또 국내 연구팀의 이 분야 연구가 네이처 본지에 소개된 것은 처음이다.

철강은 자동차 산업의 핵심이지만 고연비 등을 이유로 차체 경량화에 나선 자동차 제조사들은 점차 알루미늄합금과 같은 경량합금의 사용을 늘려가는 추세다. 이와 함께 철에 알루미늄을 합금화해 비중을 더 낮추면서도 강도를 높이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비중을 줄이기 위해 철강 속에 알루미늄의 양을 늘리면 금속간화합물이 생겨나 변형 시에 철강이 오히려 부러지기 쉬워진다는 문제점을 갖고 있었다.

연구팀은 이런 금속간화합물을 아예 부러지지 않을 정도의 작은 크기로 만들어 외부에서 힘을 가했을 때 합금 속 전위들의 움직임을 멈출 ‘스토퍼(Stopper)’로서의 기능을 하도록 하는 역발상을 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새로운 소재는 기존에 연구되어 온 다른 저비중강 소재에 비해 50% 이상 강도가 뛰어나며, 가볍고 연성이 좋아 변형 시에 잘 부러지지 않는 성질을 갖췄다.

특히 가벼우면서도 강도가 강한 것으로 잘 알려진 타이타늄과 그 비강도는 비슷하면서도 갑절 이상 잘 늘어나 변형이 쉽고 무엇보다 타이타늄에 비해 소재 비용이 10분의 1 이하라는 점에서 경제성도 갖췄다.

연구팀은 이 소재가 자동차용 강재로 사용될 경우 차체가 경량화 돼 연비가 높아지고 배기가스를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우수한 강도로 승차자의 안전성까지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연구는 이미 국제특허 출원을 마쳤으며 대량생산 가능성 여부를 타진하기 위해 포스코를 통한 시험생산을 앞둔 상태다.

김한수 교수는 “이번에 개발된 소재는 타이타늄에 도전할 수 있을 정도로 무게와 강도, 그리고 연성이 모두 우수한 새로운 소재로서 그 비용도 저렴하고 기존 철강제조설비를 활용할 수 있다”며 “조선과 토목 등 경량화가 필요한 구조재의 또 다른 합금 개발의 가능성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포스코의 ‘철강혁신프로그램’의 지원으로 지난 4년간 수행됐다.

포항=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