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기본법 개정 제자리…규제효율화와 안전강화 접점 찾아야

정부가 규제비용총량제 도입을 골자로 행정규제기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지 1년이 지났다. 법안 시각 차이로 한 걸음도 못 나간 가운데 그 사이 10여건 의원발의가 이뤄져 교통정리가 쉽지 않다. 최악의 경우 19대 국회에서 결론을 못 내고 폐기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30일 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지난 27일로 정부 행정규제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에 계류된 지 1년을 맞았다. 이후 5차례에 걸쳐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가 열렸지만 이렇다 할 진척이 없다.

정부는 지난해 규제개혁 작업 일환으로 행정규제기본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1998년 법 제정 이후 15년 만에 전면 개정을 추진했다. 규제비용총량제를 포함해 △네거티브·일몰제 강화 △행정규칙 규제관리 강화 △규제개혁신문고 법률 근거 마련 등을 담았다.

가장 주목받은 것은 중앙행정기관별로 소관 규제비용 총량을 일정 수준 이하로 관리하는 규제비용총량제다. 단순히 말하면 규제를 새로 만들려는 부처는 기존 규제 하나를 무조건 없애야 한다. 불필요한 규제 신설을 억제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정부 개정안 제출 이후 국회에서 여러 차례 논의됐지만 의견 조율이 어렵다. 무분별한 규제 증가를 막자는 취지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의무적으로 기존 규제를 없애는 부분에서 의견이 엇갈렸다.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달 법안소위에서 “없애야 할 규제는 별도로 고민해야 한다. 새로 규제를 만들기 위해 이를 없애야 한다는 강압 속에서 판단하면 올바른 판단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신동우 새누리당 의원은 국민안전 등 규제비용총량제에서 제외되는 규제 개념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부 개정안과 별도로 여야 의원이 발의한 10여개 관련 법안을 절충하는 것도 과제다. 규제 폐지 시 국민안전에 미치는 영향 분석 강화, 규제개혁위원회 심사과정 투명성 제고에서 아예 행정규제기본법을 폐지하고 새로운 규제개혁특별법을 만들자는 내용까지 다양하다.

법안 심사가 길어지면서 향후 일정을 가늠하기 힘들어졌다. 당초 정부는 지난해 국회 통과를 기대했다. 현재로서는 올해 통과도 어려울 전망이다. 19대 국회 회기가 내년 5월 말까지인 것을 감안하면 결론을 못 내고 폐기될 공산도 있다.

이를 막기 위해 합의 가능한 부분을 먼저 도출해 법 개정을 시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정 항목에 함몰되지 말고 규제 효율화와 국민안전 강화 사이에서 접점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입법 작업을 지속하면서 규제비용총량제 시범사업을 확대한다. 정부는 올해 16개 부처에서 규제비용총량제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강영철 국무조정실 규제조정실장은 “내년에는 규제 관련성이 적은 곳을 제외한 전 부처에서 시범사업을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