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SW 하도급 금지 놓고 업계 반발 높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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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소프트웨어(SW)사업 하도급 금지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는다. 무분별한 하도급 폐해를 막겠다는 정부 취지와 달리 국내 SW개발사 입지를 축소시킬 것이라는 우려 목소리가 높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SW업계가 다음달 31일 시행되는 공공 SW사업 하도급 금지 관련해 주무부처 미래창조과학부에 공식 이의서 제출을 준비 중이다. 앞서 구두로 개선 의견을 전했으나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

공공 SW사업 하도급 금지는 지난해 말 개정된 ‘SW산업 진흥법’에 담겼다. 개정 법률은 공공 SW사업 전부 하도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다단계 하도급을 제한한다. 공공 SW사업에서 단순물품을 제외하고는 원 수급자의 50% 이상 하도급을 불허한다.

미래부는 공공 SW조달 시장 고질적 병폐로 꼽힌 다단계 하도급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법을 개정했다. 2013년 조사에 따르면 전체 사업 3개 중 1개는 원 수급사업자가 자체 수행하는 비중이 10%에도 못미쳤다. 이른바 ‘턴키’ 방식 수직적 재하도급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하도급 구조가 복잡해지면 발주기관 사업 관리가 힘들다. 동일한 과업이라도 이익 확보 차원에서 단계별로 단가 할인이 발생한다. 사업 품질 저하, 개발자 근로조건 악화, 중소기업 수익성 하락 등을 야기한다.

법 시행이 한 달 남짓 남았지만 업계 반응은 부정적이다. SW업계는 다단계 하도급 문제를 해결한다는 법 개정 목적에는 동의했다. 세부 방안을 놓고는 시장 현실을 고려하지 않았다며 반발했다.

SW개발사는 원 수급사업자에게 제품을 공급할 때 대부분 중간 유통업체를 거친다. 규모가 작은 중소 개발사가 유통·영업에서 설치·최적화·유지보수에 이르는 모든 작업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래부는 중간 업체가 단순히 패키지SW를 유통하는 것엔 하도급을 적용하지 않지만 최적화 등 용역 작업이 들어가면 제한할 방침이다. 업계는 현 정부 방침이 현실화하면 개발사가 제품을 공급하기 어려워져 오히려 수익성이 나빠질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형국”이라고 걱정했다.

일각에서는 건강한 SW 생태계를 조성하려면 하도급 제한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기존 수직적 하도급 구조를 병렬식 컨소시엄 형태로 재편하면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SW정책 전문가는 “줄서기식으로 수차례에 걸쳐 동일한 과업을 재하도급하는 구조는 SW 산업 발전에 도움이 안된다”며 “하도급이 필요하다면 분야별로 과업을 나눠 공동수급하면 된다”고 말했다. 흐트러진 공공 SW사업 질서를 바로잡는 게 중요하다는 뜻이다.

업계는 공동수급 방식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SW개발사가 원사업자와 일일이 파트너십을 꾸리기엔 여력이 부족하다. 현실상 유통사 힘을 빌리지 않으면 어렵다. 결국 하도급 금지조항을 피하려는 편법이 난무할 것으로 예상했다.

개정 SW진흥법은 현재 시행령·시행규칙 법제처 심사를 밟고 있다. 심사를 마치는 대로 내용을 확정한다. 미래부는 이를 바탕으로 상세한 하도급 제한·예외 기준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연내 발표한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