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5G 선도 국가역량 모을 때

[기자수첩]5G 선도 국가역량 모을 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6’ 개막을 나흘 앞둔 지난 18일 SK텔레콤과 KT 사이에 신경전이 일었다. KT는 이날 에릭슨과 세계 최초로 25.3Gbps 데이터 전송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국제전기통신엽합(ITU)이 밝힌 5세대(5G) 이동통신 속도 기준인 20Gbps를 넘어선 것이다.SK텔레콤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달 초 자사가 먼저 에릭슨과 25Gbps 이상 속도를 시연했다고 주장했다. MWC 2016에서 KT는 라이브(현장 시연)를 하지 않고 자사는 라이브 시연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KT는 에릭슨이 MWC에서 장비를 설치해 현장 시연을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지난해 초 세계 최초 3밴드 LTE-A 상용화를 둘러싸고 두 회사가 공방을 벌이던 모습이 재현됐다. 한동안 ‘세계 최초’ 마케팅을 자제하던 이통사가 또다시 세계 최초 마케팅을 시작한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ITU는 5G 성능 비전을 8가지로 분류했다. 속도도 중요하지만 주파수 효율성, 고속 이동성, 에너지 효율성, 면적당 데이터 처리 용량, 최대 기기 연결 수, 전송 지연, 이용자 체감 전송속도 등을 만족해야 5G 이동통신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속도는 5G 요구 사항의 하나일 뿐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 말 노키아와 손잡고 19.1Gbps 시연에 성공했다. 제조사와 통신사가 5G 속도 기준인 20Gbps 이상을 시연하는 것은 더 이상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런데도 두 회사가 속도만을 가지고 대립하는 양상은 보기 좋은 모습이 아니다. 5G는 어느 한 기업이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도입을 추진해야 할 기술이다. 2018년 초 평창올림픽에서 5G 시범서비스 제공을 계획한 우리나라는 자칫 5G 주도권을 확보하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2018년 하반기에 5G 표준화가 완료되기 때문에 2020년 여름 올림픽과 2022년 겨울 올림픽을 각각 개최하는 일본, 중국이 세계 최초 상용화를 노리고 있다.

경쟁은 필요하지만 국내 기업끼리 공방을 벌일 때가 아니다. 표준화와 경제 활성화를 위해선 오랫동안 이어 온 이동통신 주도권을 5G까지 계속 이어 가야 한다.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