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세돌 vs 알파고`, 사고의 프레임을 바꿔야 한다

[기고]`이세돌 vs 알파고`, 사고의 프레임을 바꿔야 한다

이세돌과 알파고 대결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천재 프로기사와 최신 인공지능의 대결이라는 점에서 세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세돌 본인은 알파고와의 대결에서 완승을 자신하고 있다. 알파고도 4주 만에 100만건의 새로운 대국을 소화하는 등 엄청난 속도로 학습하고 있다.

이 대결에서 이세돌이 이길지 알파고가 이길지에 대한 논란은 흥밋거리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인간과 인공지능의 능력을 비교하는 것이 과연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지 고민해 봐야 한다.

[기고]`이세돌 vs 알파고`, 사고의 프레임을 바꿔야 한다

이세돌이 이전에 없던 새로운 바둑을 창조하고 있다면 알파고는 이세돌을 포함한 최고 기사들의 기보를 학습하고 있다. 그런데 알파고는 인간이 아닌 기계다. 이 때문에 이세돌보다 더 많은 기보를 학습할 수 있고, 더 많은 기억을 할 수 있고, 더 많은 연산을 할 수 있다. 또 기계이기 때문에 인간 이세돌이 저지를 수 있는 우발성 실수도 하지 않는다. 이 점을 종합해 보면 그 시기가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기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기고]`이세돌 vs 알파고`, 사고의 프레임을 바꿔야 한다

그렇다고 언젠가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긴다고 해서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우월해진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그것은 기중기가 인간보다 더 무거운 짐을 든다고 해서, 계산기가 인간보다 곱셈과 나눗셈을 더 잘한다고 해서 그것들이 인간보다 우수하다고 이야기하는 것과 같은 논리다. 기중기는 힘을 쓰기 위한 도구일 뿐이고 계산기는 연산을 위한 도구일 뿐이다. 이것들과 인간을 비교해 누가 더 우수한지를 생각하는 자체가 잘못된 사고 프레임이다.

기중기와 계산기가 인간을 돕기 위한 도구인 것처럼 인공지능 또한 지금까지의 모든 관련 현상을 학습, 인간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그것들을 종합해 주는 더 지능화 된 도구일 뿐이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이전의 모든 물리학을 학습했다고 해서 인공지능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만들지는 못할 것이며, 과거의 모든 철학 책을 학습했다고 해서 인공지능으로부터 버트런드 러셀의 철학을 기대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세돌과 알파고 대결도 사고의 프레임을 바꿔 접근해 볼 필요가 있다. 만약 알파고와 같은 능력의 컴퓨팅 지원을 받는 이세돌과 순수 인공지능 알파고가 대결한다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될까. 왜냐하면 이것이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기고]`이세돌 vs 알파고`, 사고의 프레임을 바꿔야 한다

이세돌이 인공지능의 학습된 지원과 연산과 기억을 도구로 사용하고, 여기에 인간 이세돌의 천재 능력을 더해서 알파고와 바둑 대결을 한다면 이런 대결에서 이세돌이 지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알파고 같은 인공지능이라는 지식 도구는 인간을 대체하기 위한 대안이 아니라 그것을 활용해 인간이 발휘하는 창의성을 더욱 빛나게 하기 위한 수단이자 도구다. 그래서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도 그 결과로 인간과 인공지능의 능력을 비교하는 사고의 어리석음은 범하지 말자.

최두환 포스코ICT 대표이사 dwight@poscoic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