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SW조달 혁신은 분할발주 법제화에 달렸다"

조달청은 15일 회의실에서 `공공 소프트웨어사업 분할 발주 발전 토론회`를 가졌다.
조달청은 15일 회의실에서 `공공 소프트웨어사업 분할 발주 발전 토론회`를 가졌다.

국내 공공SW사업 체계를 혁신하기 위해서는 SW분할발주를 명문화하는 법제화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진형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장은 15일 조달청 주최로 열린 `공공소프트웨어사업 분할 발주 발전 토론회`에서 “공공SW 사업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그간 SW 제값주기, 요구사항 명확화 등 수 많은 노력이 있었으나 권고 사항에 불과해 구조적인 문제 해결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SW 산업 경쟁력 근간은 우수한 SW기획과 설계역량에서 시작된다”며 “공공SW 발주시 현행 설계와 구축을 동일 사업자가 수행하는 일괄 발주에서 설계와 구축을 분할 발주하는 설계 우선 분할 발주의 제도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현재 국내 공공 SW시장은 성숙기를 지나 쇠퇴기에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김 소장은 “올해 공공 SW 예산을 보면 신규 투자는 별로 없고, 전체의 74%가 유지보수다. 대부분 사업이 유지보수라는 얘기다. 어찌보면 우리가 분할발주를 얘기하는 게 우스꽝스러워졌다”면서 “우리가 좀 더 적극적으로 투자해서 시장을 확대하는 것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공공 SW조달 혁신 방안으로 분할발주 제도화 외에도 서비스 방식 조달 체계를 클라우드 기반 디지털 마켓 플레이스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김 소장은 “이미 전 세계는 클라우드 중심으로 바뀌었다. 소비자가 솔루션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로 사용한다”면서 “IT 환경이 바뀌었는데 아직도 우리 정부는 SW를 소유하고 유지보수료를 적게 주니 많이 주니 하면서 싸우고 있다. 새로 변화하는 IT 환경을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에는 이미 공공부문에 디지털 마켓 플레이스가 형성돼 있다. 민간이 쇼핑해서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제도는 지금처럼 과도한 하도급 문제, 갑을 문제 등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대규모 비용이 요구되는 사업에 민간참여 모델(BTO, BTL 등)을 확대해야 한다”며 “민간 투자법 대상 사업으로 SW사업을 추가해 법적 근거를 명시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15일 조달청 주최 `소프트웨어 분할 발주 발전 토론회`에 참석한 정양호 청장(앞줄 왼쪽 네번째) 등 관계자들이 기념촬영했다.
15일 조달청 주최 `소프트웨어 분할 발주 발전 토론회`에 참석한 정양호 청장(앞줄 왼쪽 네번째) 등 관계자들이 기념촬영했다.

이어진 토론회에서는 분할발주 시범 사업 발주기관과 설계 검증위원, 구현사업자 등이 참석해 분할발주 시범사업 평가와 함께 SW사업 품질관리 제고 방안 등을 집중 논의했다.

심재춘 아사달 부사장은 “실제 사업을 해보니 설계 사업자 설계 능력이 분할발주 사업을 좌우하는 것 같다”며 “보강하자면 현재는 설계와 구현자 공동 이행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원칙적으로는 완전히 분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표준 탬플릿 사업 유형별로 분류하고, 설계 단계 감리에서 전체적인 사업 설계 방향을 검증한다면 사업 기간도 짧아지고 품질도 좋아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변성욱 투이컨설팅 본부장은 “설계 산출물에 대한 품질을 좀 더 높여야 한다”며 “설계 당시 발주자 담당자가 명확한 의견을 개진하지 않으면 지금과 같은 상황이 똑같이 재현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영석 비즈엔젤 대표도 “사업 진행시 발주자 관심이 제일 중요하다. 관심이 높으면 좋은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사업 추진 과정에서 힘들었던 점은 설계검증위원회하고 감리위원회 역할이 겹친다는 점이다. 부담을 많이 느꼈다”며 제도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동건 세림티에스지 상무는 “분할발주 시범사업이 진행되기 이전인 5년 전에 이와 유사하게 사업을 진행한 적이 있었다. 전체적으로 따지면 산출물 결과는 비슷했다”며 “중요한 사실은 발주자가 명확한 지침만 준다면 굳이 분할발주가 아니더라도 제대로 사업을 끝낼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희 부산시 팀장은 “기존에는 기간이 짧아서 항상 시간에 쫓기는 입장이었지만, 분할 발주 시범사업은 시간적 여유를 갖고 진행하다보니 원활하게 잘 끝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공무원은 아무래도 사업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분할발주 제도가 법적으로 빨리 마련돼서 사업을 원활하게 수행하는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 정부의 공공SW사업 분할발주 법제화 움직임에 반대하는 의견도 나왔다.

채효근 IT산업서비스협회 상무는 “분할발주를 안 해서 사업이 다 실패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 해결 방법이 분할발주만은 아니다”며 “기존 규정을 적극 검토하고 충실히 하면 사업이 제대로 될 수 있다. 목적을 등한시하고 수단만 강조하면 안된다”고 분할발주 의무화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토론회 사회를 맡은 서영욱 대전대 교수(융합컨설팅학과)는 “근시안적이 아닌 거시적인 안목에서 볼 때 분할발주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해 관계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가 윈윈 전략을 개발해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양호 조달청장은 “토론회를 시발점으로 SW 산업과 관련한 다양한 이해 당사자 간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공공부문이 공공 SW사업 분할발주 정착 및 확산의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분할발주 제도적 기반을 다지기 위해 관계 부처 및 업계와 협업해 풀어가겠다”고 말했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