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 3당이 박근혜 대통령이 제안한 총리 추천 제안을 공식 거부했다. `조각권 위임`과 `대통령 2선 후퇴`를 대통령이 직접 선언하라고 재차 요구했다. 박 대통령이 국회에 총리 지명권은 넘겨주면서 난국을 풀어보려 했지만, 야권 반발은 더 거세졌다. 청와대와 야당 간 핑퐁 게임 양상이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는 9일 오전 국회에서 대표 회동을 갖고 `국회 총리 추천 반대` 입장을 모았다.
야 3당은 대통령의 총리 추천 제안이 `일고의 가치가 없다`고 평가하고, 오는 12일 국민집회에 당력을 집중해 참여하기로 했다.
청와대는 이날 아침부터 국회를 찾아 여야 합의로 국회가 총리를 추천하면 대통령이 지체 없이 임명할 것이라고 설득을 이어갔다. 헌법에 명시된 총리 3권 모두 총리가 강력하게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전날 야당이 구체적 권한 범위를 요구한 데 따른 추가 설명이다. 조속한 영수회담 개최도 요청했다.
배성례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날 청와대 기자실에서 “대통령이 정세균 의장에게 한 말은 헌법에 명시된 총리 권한인 내각 통할권과 임명제청권, 해임건의권 모두를 앞으로 총리가 강력하게 행사하는 것을 대통령이 보장하겠다는 뜻”이라며 “국회가 능력 있는 좋은 분을 추천해주면 대통령이 지체 없이 임명하겠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이어 “거국중립내각은 헌법에 없는 단어지만 그 권한을 총리에게 줘 취지를 살릴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면서 “이제는 빨리 총리를 추천해서 어려움을 극복하자”고 야당의 협조를 구했다.
야 3당은 청와대의 세부적 권한 설명이 여전히 부족하다며 박 대통령 제안을 거부했다. 박 대통령의 2선 후퇴 요구도 지속했다. 당별로 2선 후퇴 개념을 놓고 의견차가 있긴 하지만 `내·외치 전권 이양`에 무게가 실린다.
추미애 대표는 3당 대표 회동에서 “대통령은 이제 더 이상 외치든 내치든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대통령이 탈당하고 총리 추천을 받은 뒤 인준해서 그 총리가 책임지고 조각에 이르는 내각을 구성해야 한다”면서 “정부 내 최순실·우병우 사단 청산 없는 내각은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박 대통령에게 탈당을 요구하기로 뜻을 모았다. 박 대통령 탈당을 요구해 온 국민의당에 민주당이 동조한 형국이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비박계를 중심으로 박 대통령 탈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 7일 `헌법 위반`을 이유로 박 대통령 탈당을 촉구했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 탈당 가능성에 대해선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미묘한 기류 변화도 생겼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런 상황에 (박 대통령) 탈당 언급은 부적절하다”면서도 “다만 야당이 주장하는 얘기나 내용은 경청하고 있다”고 말해 여지를 남겼다.
다만 야권에서 요구하는 조각권 부여나 2선 후퇴라는 단어 자체는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수사를 받는다고 (2선 후퇴로) 직무를 수행하지 말라고 하는 건 좀 아니지 않느냐”면서 “박 대통령은 직무를 성실히 수행해야 하고, 이런 위기 상황에 헌정 중단은 안 된다”고 잘라말했다.
청와대는 이날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비상회의를 소집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트럼프 당선으로 대외적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경제 컨트롤타워인 경제부총리의 조속한 임명동의안 제출을 놓고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