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한국은 없다

CES 전시관 中물결 넘실…아마존·엔비디아도 맹위

대한민국이 4차 산업혁명에서 밀리고 있다.

8일 폐막한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17에는 한국 기업도 기술 혁신도 없었다. 카를로스 곤 닛산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기조연설을 했다. 곤 닛산 회장은 “배출가스가 없고 자동차 사고로 인한 사망자도 없는 미래 이동수단”을 예고했다. 소비자가전 부문에서는 리처드 위 화웨이 대표가 기조연설을 했다. 중국 기업 CEO가 CES에서 기조연설을 한 것은 두 번째다. 한국은 기조강연자가 없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젠슨 황 CEO 엔비디아 CEO를 만나 인공지능(AI)과 그래픽 인지·처리 분야 등에서 협력할 수 있다는 입장을 확인했을 뿐이다.

삼성과 LG는 TV와 가전에서 우위를 확인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에 발맞춘 새로운 시대 강자로서의 가능성은 보여 주지 못했다. `두려운 대상` 소니와 파나소닉이 재기했다. 파나소닉은 자율주행자동차 개발업체로 업태를 바꿨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손잡고 신제품을 선보인다.

중국 업체는 전시관을 빨간색으로 채웠다. 1300여개 부스가 중국 기업이었다. 미국 현지에 본사를 둔 기업까지 포함하면 훨씬 늘어난다. 화웨이, DJI, 레노버, 하이센스, TCL, 창훙, 하이얼, 샤오미, 바이두, 텐센트 등 중국 기업의 위세는 만만찮았다. 기술 수준은 우리 기업과 비슷했다.

CES 2017 주인공은 전자가전 업체가 아니다. 주된 관심은 자율주행차와 빅데이터·클라우드 시스템을 이용한 의료 서비스, 인공지능 로봇 등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2025년께 나올 것이라던 4~5단계 완전자율주행차 출시 시기는 약 5년 당겨졌다.

실질적 승자는 아마존과 엔비디아였다. 아마존은 AI 음성비서 `알렉사`를 통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여러 업체 냉장고와 자동차에 알렉사가 탑재됐다. 구글이 안드로이드 운용체계(OS)로 여러 스마트폰 메이커를 줄 세우는 것과 유사하다.

엔비디아는 아우디에 자율주행 솔루션을 장착했다. 메르세데스 벤츠와도 AI 구동자동차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젠슨 황 CEO는 1년 안에 엔비디아 제품을 내놓겠다고 자신감을 과시했다. 아우디, 보쉬, ZF와 협력해 2020년까지 4~5단계 자율주행(완전/무인자율주행)을 출시한다. 모빌아이도 BMW, 인텔, 델파이와 함께 2021년에 4~5단계 자율주행차를 출시한다.

엔비디아와 아마존, 모빌아이 외에 벨로다인, 쿼너지, 오스람, HERE, 톰톰, NXP, 헬라 등도 자동차와 ICT 융합을 시도해 눈길을 끌었다.

자율주행과 전장 산업에서 AI 활용, 이를 구현하기 위한 5세대 이동통신, 각종 데이터를 클라우드 기반에서 확장하는 방안, 사물 인식 기술, 센서 기술 등에서 우리 기업 제품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자율주행차, 전기자동차, 커넥티드카 주도권은 완성차 업체에서 정보기술(IT) 업체로 주도권이 넘어왔지만 현대기아차는 물론 삼성전자와 LG전자도 대응이 더디다. 파나소닉이 발 빠르게 `자동차 업체`로 업종 전환한 것에 비해 한국 기업의 변신은 둔했다. 해외 기업의 자동차와 가전 융합 속도가 빨라 국내 자동차업체나 가전업체가 따라잡기조차 어려워 보인다.

한국 기업은 CES 전시 기간에 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로봇, 자율주행 등에서 밀렸다. 기술 융·복합과 오픈이노베이션에서도 뒤졌다. 소프트웨어(SW) 부문은 더 취약했다. 소프트파워가 없는 하드웨어(HW) IT 강국의 한계가 드러난 셈이다.

관람객들이 CES 2017 현대모비스 전시관 `스마트카`존에서 대형 LED 스크린을 통해 자율주행을 체험했다. (제공=현대모비스)
관람객들이 CES 2017 현대모비스 전시관 `스마트카`존에서 대형 LED 스크린을 통해 자율주행을 체험했다. (제공=현대모비스)

4차산업혁명...한국은 없다

정부는 4차 산업혁명 방향조차 제시하지 못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와 관련한 중국의 보복무역, 미국 도널드 트럼프 시대에 따른 보호무역, `소녀상 문제`에서 기인한 일본의 통화스와프 거부 등 대외 정치 문제가 산적해 있다. 대통령 탄핵 소추안 발의로 인해 우리나라는 국정 최고 책임자를 잃고 혼란에 빠져 있다.

정치인도 행정가도 4차 산업혁명을 외면했다. 대통령 탄핵에 따른 조기 대선과 부처 개편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주요 경제 정책은 추진력을 상실했다.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재계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SK, 롯데 등 재계 총수 검찰 소환 및 구속 가능성에 긴장했다. 삼성은 연말 인사도 뒤로 미뤘다. 협력사도 올해 사업 계획을 확정하지 못하고 혼란스럽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주력 그룹사 이탈에 따라 재기 여부가 불투명하다.

4차산업혁명...한국은 없다

CES 2017을 다녀 온 송희경 의원(새누리당)은 “트럼프 시대를 맞아 중국, 일본 등 글로벌 IT기업이 총력을 쏟고 있는 시점에서 대기업이 국정 혼란 문제로 발목이 잡혀 아쉽다”면서 “대기업 관록과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 아이디어, 청년 브레인을 잘 결합할 환경과 강력한 추진 체계가 뒷받침되도록 모든 경제 주체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승규 전자자동차산업부 데스크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