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만 TSMC가 일본 구마모토현 제2공장에서 3나노미터(nm) 공정 반도체를 양산하기로 결정했다.
5일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TSMC 경영진은 이날 일본 총리 관저를 방문해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에게 이 같은 내용의 사업 계획 변경안을 전달할 예정이다.
현재 일본 내에는 3나노 공정 제조 시설이 없다. 지난 2024년 가동을 시작한 구마모토 제1공장은 12~28나노급 범용 반도체를 생산 중이다. 당초 제2공장은 6~12나노 공정으로 계획됐지만, TSMC는 이를 최첨단 공정인 3나노로 상향 조정했다.
공정 상향의 배경은 시장 환경 변화에 따른 대응이다. 전기차(EV) 시장 성장 둔화로 차량용 반도체 수요는 정체된 반면, AI 데이터센터용 최첨단 칩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양산 시점인 2027년에 4나노 공정이 성숙 공정으로 분류될 가능성을 고려해 선제적으로 공정 수준을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투자 규모는 기존 122억달러에서 170억달러(약 2조6000억엔)로 늘어났다. 지난해 12월 발생한 현장 장비 철수 및 공사 일시 중단은 3나노 양산에 필수적인 고중량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수용하기 위한 건물 재설계 및 보강 작업이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3나노 공정은 4나노 대비 전력 효율은 30% 높고 연산 밀도는 1.6배 강화된 차세대 표준 기술이다. 일본은 이번 결정으로 자국 내 제조 공정 수준을 40나노에서 3나노로 단축하게 됐다. 이는 현재 3나노 수율 확보를 추진 중인 주요 파운드리에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고객사들이 일본의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생태계를 갖춘 TSMC 3나노 공정으로 주문을 분산할 가능성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3나노 미만 공정은 대만과 미국에 다소 집중돼 있다. 최근 대만과 중국 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일본에 3나노 양산 기지가 수립된다면, 주요 글로벌 빅테크는 일본 공장을 첨단 반도체 공급을 위한 일종의 '보험'으로 고려할 여유가 생긴다.
일본 정부는 이번 결정을 경제안전보장의 핵심 성과로 보고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미 확정된 7320억엔의 보조금 외에 투자 증액분에 따른 추가 보조금 지급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은 국책 기업 라피다스(Rapidus)의 2나노 공정 개발과 TSMC의 3나노 양산을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통해 반도체 제조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형두 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