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맞춤형 환경산업 지원으로 수출 위기 극복

남광희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
남광희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무역 규모는 9550억달러로 예상된다. 2015년 이후 3년 연속 무역 규모 1조달러를 회복하지 못하는 것이다. 글로벌 경기 부진으로 국제 무역 규모가 줄어든 데다 강대국들의 보호무역주의와 무역 분쟁이 가속되면서 수출 환경이 더욱 나빠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로선 큰 위기가 아닐 수 없다.수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주요 수출 품목 외 새로운 품목을 발굴할 필요가 있다. 또 대기업 중심 수출 문화에서 벗어나 강소기업 중심으로 전환하는 새로운 수출 패러다임이 요구된다.

이 같은 관점에서 환경 산업이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 환경 산업은 기후 변화와 같은 환경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동시에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으로 각광받고 있다. 미국의 분석기관인 EBI의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환경 시장은 2020년까지 1조1610억달러 규모까지 성장하고, 특히 신흥국가를 중심으로 향후 10년 동안 연 7% 이상 성장할 정도로 세계 환경 시장은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환경 산업은 중소기업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환경 기업들은 평균 매출액 17억2000만원, 종업원 수 8명에 불과한 영세한 수준이다. 환경 중소기업은 수출 잠재력이 큰 환경 기술을 개발하더라도 인적·물적 자원이나 해외 인맥 또는 수출 경험이 부족해서 기회를 잡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세계 환경 시장 프로젝트들은 정부가 주도하는 발주 사업이 대부분인 만큼 개별 기업이 단독 수주하기도 어렵다. 정부가 앞장서서 이들에 필요한 도움을 제때 줄 수 있다면 국내 중소기업을 실력 있는 강소 수출기업으로 키울 수 있다.

그동안 정부는 시장개척단 파견, 개발도상국 마스터플랜 사업 등 다각적인 환경 산업 지원 정책을 시행해 왔다. 그럼에도 기업의 특성과 개별적인 수요에 부합하는 지원은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효과적인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선 기술 개발부터 수출까지 단계별로 지원하는 전방위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단계별 정책을 지원할 때도 개별 기업들의 어려움을 면밀히 살피고, 그에 맞는 맞춤형 지원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새로운 혁신 정책도 개발해야 한다.

일례로 중소기업이 환경 사업을 추진할 때 투자처를 확보하지 못해 프로젝트가 무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가 주도적으로 환경 산업 분야 중심으로 투자하는 환경 전문 펀드를 조성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기업이 해외에 진출할 때 경험하는 자금 절벽을 해소해 주고, 민간투자자의 환경 산업 분야의 투자 참여도 유도하면 국내 환경 산업의 경쟁력도 제고할 수 있다. 환경부가 올해 200억원을 출자해 미래환경산업펀드를 출범한 것은 가뭄에 단비 같은 희소식이다. 앞으로 이 펀드를 계속 확대해서 더 많은 지원이 있기를 기대한다.

환경 분야에 특화된 전문 무역상사를 설립해 중소 환경 기업의 우수 아이템을 직접 수출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기업의 전문성 부족이나 경험 부족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하기 어려운 상황을 해소하고, 나아가 우리나라 환경 분야 대표 수출 브랜드도 만들어서 해외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환경산업기술원의 환경 분야 전문 무역상사 지정을 계기로 우리 환경 기업의 해외 진출이 대폭 확대되도록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환경 산업을 우리나라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애로 사항에 귀 기울이고, 맞춤형 지원 정책 개발에 힘써야 할 것이다. 정부의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맞춤형 지원이 이뤄질 때 우리나라 환경 산업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는 새로운 수출 생태계를 형성할 수 있다.

남광희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 khnam03@keit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