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핵심광물 공급망과 순환경제를 동시에 겨냥한 의미 있는 제도 개편을 잇달아 내놓았다. 지난 6월에는 재활용 목적의 폐전기전자스크랩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수출입할 경우 기존 '수출입규제폐기물'에서 '수출입관리폐기물'로 전환해 신고만으로 거래할 수 있도록 절차를 간소화했다. 이어 7월에는 고철과 비철금속 수출을 신고 대상으로 전환하고, 순환자원 수입 절차를 간소화하는 추가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언뜻 보면 하나는 규제를 완화하고 다른 하나는 규제를 강화하는 정책처럼 보인다. 그러나 두 조치를 함께 보면 분명한 방향성이 읽힌다. 국내에서 발생한 유용한 자원의 해외 유출은 차단하고, 국내 산업이 필요로 하는 재활용 원료는 보다 원활하게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수출은 촘촘히 관리하고 수입은 원활하게 지원한다'는 정책 기조가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셈이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국제 폐기물 관리체계의 커다란 전환이 자리하고 있다. 작년부터 바젤협약 개정안이 발효되면서 전기전자폐기물의 국가 간 이동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과거에는 비유해 전자스크랩의 경우 비교적 자유로운 거래가 가능했지만, 이제는 유해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전기전자폐기물이 수입국의 사전 서면동의(PIC)를 받아야 하는 관리 대상이 됐다.
이 같은 국제 규범 강화는 분명 긍정적인 의미를 갖는다. 그동안 일부 국가에서는 재활용 자원을 가장한 폐기물이나, 반대로 폐기물을 재활용 자원으로 위장한 불법 거래가 지속적으로 문제가 됐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구리스크랩을 고철로 속여 해외로 반출하려던 사례가 적발되면서 자원 유출 문제가 사회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국가 자원안보 차원에서도 이러한 위장수출을 차단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과제다.
그러나 국제 규범 강화는 또 다른 현실도 함께 보여준다. 우리나라 재활용 산업은 폐전자스크랩을 단순한 폐기물이 아니라 핵심광물을 확보하는 중요한 원료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입 절차가 복잡해질수록 국내 기업들은 원료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커진다. 따라서 국제 규범을 충실히 이행하면서도 산업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정책적 균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폐전자스크랩이 주목받는 이유는 분명하다. 폐기된 전자제품 속에는 금·은·팔라듐과 같은 귀금속은 물론 리튬·니켈·코발트·희토류 등 첨단산업을 떠받치는 핵심광물이 고농도로 포함돼 있다. 일부 금속은 천연 광석보다 회수 효율이 높아 '도시광산(Urban Mine)'이라는 이름까지 얻었다. 더 이상 폐기물이 아니라 새로운 자원인 것이다.
세계 각국이 도시광산에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국은 핵심광물 공급망을 국가안보 전략으로 관리하고 있으며, 유럽연합(EU) 역시 핵심원자재법(CRMA)을 통해 재활용 비중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자원이 없는 나라일수록 버려진 제품 속 자원을 다시 활용하는 능력이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반도체와 이차전지, 전기차, 풍력발전,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미래 산업 대부분이 핵심광물에 의존한다. 하지만 국내 자급률은 매우 낮고 일부 광물은 특정 국가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최근 중국의 희토류와 흑연 수출 관리 강화가 세계 공급망을 흔든 사례는 핵심광물 확보가 더 이상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경제와 산업안보의 문제임을 보여준다.
이런 점에서 최근 정부의 제도 개선은 시의적절한 출발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자원의 무분별한 해외 유출을 막으면서도 재활용 산업이 필요한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정책의 방향을 전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폐전자스크랩을 단순한 폐기물이 아니라 전략 자원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점은 순환경제 정책의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도시광산 강국으로 가는 길은 이제 시작이다. 국제 공급망 재편은 더욱 빨라지고 있으며 핵심광물 확보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정부의 이번 제도 개선이 진정한 자원안보 전략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보다 정교한 후속 정책이 필요하다.
이소라 한국환경연구원 선임연구위원 sryi@ke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