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공자급 과학기술자도 사기 떨어져…과기인 기살리기 나서자

‘과기유공자 보고서’ 분석, 존중·예우 대상에도 부정적

유공자급 과학기술자도 사기 떨어져…과기인 기살리기 나서자

정부 포상을 받은 유공자급 과학기술자마저 사회 인식, 예우 측면에서 박탈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중이 과학기술인을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느끼는 과학자는 10명 가운데 2명에도 못 미쳤다. 복지 후생 만족도 역시 바닥이다. 과학기술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높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해 과학자의 사기 진작책 마련이 시급하다.

20일 전자신문이 50번째 '과학의 날(21일)'을 맞아 미래창조과학부·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설문 조사 분석 결과 과학자 예우 정책 만족도, 과학자를 바라보는 대중 인식 항목에서 응답자 만족도는 현저히 낮았다. ▶관련기사 13면

조사는 미래부가 지난해 하반기 과학기술유공자 예우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진행됐다. '과학기술유공자 예우 및 지원에 관한 계획 수립을 위한 사전기획 연구'로 발간했다. 우리나라 과학기술인은 약 422만명으로 추산됐다. KISTEP은 이 가운데 정부·민간 포상자, 50대 이상 국가 연구개발(R&D) 사업 책임자 1만500명으로 설문 범위를 좁혔다. 연구계에서 지위가 높거나 유공자급에 해당하는 과학자다.

조사 결과 이들도 과학자 예우·복지 정책과 사회 존중을 체감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공자급 연구자마저 박탈감을 느낀다는 것은 과학기술인의 사기 저하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뜻이다.

과학자 스스로 느끼는 사회 인식 문제가 가장 심각했다. '우리나라 사회와 대중은 과학기술인을 성공한 사람으로 인식하는 편인가'라는 문항에 대한 긍정 답변은 21.0%에 그쳤다. 같은 문항에 대해 '보통'은 42%, '부정'은 37.1%였다.

'우리나라 사회와 대중은 과학기술인을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생각하는가'라는 문항에 대한 긍정 답변은 15.2%로 더 낮았다. 보통은 43.6%, 부정은 41.2%로 나왔다. '우리나라 사회와 대중은 의료인 및 법조인에 비해 과학기술인을 더 존중하고 예우한다고 생각하는가'라는 문항의 긍정 답변은 10%(8.4%)에도 미치지 못했다.

사회 기여도에 대한 인식은 그나마 양호했다. '우리나라 사회와 대중은 과학기술인이 국가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문항에 응답자의 51.3%가 '그렇다'는 답변을 했다. 보통은 31.5%, 부정은 17.2%로 조사됐다.

종합하면 우리나라 과학자가 스스로 대중에게서 느끼는 인식은 '사회 기여는 인정하지만 자랑스럽거나 성공한 존재, 존중과 예우 대상은 아닌 것'이다. 이는 국가 R&D 경쟁력 저하로 직결된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던져 준다. 과학자가 사회·경제적으로 소외되면 결국 우수 인력의 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올해 시행되는 '과학기술유공자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등 정책 지원에 더해 고급 과학기술 인재 양성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 관계자는 “과학기술자의 직업 안정성은 물론 학생들의 직업 선호도가 지속적으로 낮아졌다는 게 중론”이라면서 “전반적으로 위축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과학기술인 1만500명이 대중에게서 느끼는 인식, 자료:미래창조과학부·KISTEP>


과학기술인 1만500명이 대중에게서 느끼는 인식, 자료:미래창조과학부·KISTEP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