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원전 축소, 실리콘 열전소자 대안 주목... 상용화에 근접

포스텍과 RIST가 개발 중인 실리콘 열전소자(출처:포스텍)
포스텍과 RIST가 개발 중인 실리콘 열전소자(출처:포스텍)

문재인 정부의 원전 축소 정책에 따라 실리콘 열전소자를 이용한 발전시스템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열을 이용해 전기를 만드는 '열전발전'은 온도 차 때문에 열이 이동하려고 하는 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한다. 모듈 형태로 석유화학·철강산업, 열병합발전소 폐열뿐만 아니라 태양열과 지열, 도시배열, 해양 온도차 등 자연에너지원으로도 전기를 만들 수 있어 새로운 재생에너지원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포스텍과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은 실리콘 열전소자로 평균 0.2V 전압을 생성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는 기존 중금속 화합물 열전소자와 동일한 섭씨 100도 차 조건에서 테스트한 결과다. 화합물 열전소자에 비해 평균 25%, 최대 50%로 상용화에 근접했다는 평가다.

실리콘 열전소자는 부존량이 풍부하고 값이 저렴한 실리콘이 핵심소재다. 기존 중금속이나 희소금속을 사용한 소자에 비해 대량 생산과 상용화에 유리하다. 인체에 무해한 실리콘 소재로 친환경 발전방식이기도 하다.

상대적으로 부족한 효율은 기술로 해결했다. 화합이 아닌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제조 기술을 활용했다. 열전소자 반도체 제조방식은 처음이다. 이 분야 선도기업인 미국 알파벳에너지도 실리콘을 소재를 쓰지만 수작업 제조에 의존하고 있다.

포스텍과 RIST가 개발 중인 열전소자는 가로×세로 2㎝×2㎝ 크기 칩 내에 실리콘 나노선을 수직으로 5만개 꽂아 만든다. 나노선 개수에 따라 효율이 달라진다. 최대 25만개까지 가능하다. 5만개에 평균 효율 25%를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기존 화합물 열전소자 효율을 넘어설 수 있다. 효율 50% 기준으로 소재 가격과 공정을 고려하면 중금속 화합물 방식에 비해 발전 원가가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상용 수준을 50%로 보는 이유다. 투자 회수기간도 2년 정도로 짧다.

게다가 온도 차이를 활용하기에 24시간 발전이 가능하다. 기존 열교환기와 터빈을 이용한 폐열회수발전시스템에 비해 진동과 소음, 배출물질이 없다. 반도체 모듈로 유지보수가 필요 없는 것도 장점이다.

백창기 포스텍 교수는 “열전발전은 태양광과 풍력처럼 특정 시간이나 조건에서만 발전하지 않는다”면서 “에너지 재활용은 물론 자립이 필요한 공장과 지역에너지 발전사업에 적용해 국가 분산전력망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가정용 보일러 배관에도 활용 가능하다. 소형 모듈을 붙이면 스마트폰을 충전할 수 있는 전력 정도는 충분히 회수할 수 있다.

발전시스템 구성은 간단하다. 열전소자 모듈을 발전량에 따라 이어 붙이기만 하면 된다. 발전소나 제련소, 열화학공장에서 버려지는 열이 지나가는 배관이 최적 장소다. 폐열이용 터빈 발전 방식에 비해 크기가 4분의 1로 줄어든다.

포스텍과 RIST는 상용화 시기를 내년으로 잡고 있다. 상반기 기술 이전도 고려하고 있다.

백 교수는 “국내 1차 에너지 소비량 2억1025만 석유환산톤(TOE)에서 62%를 차지하는 산업부문 미활용 에너지가 3분의 1을 차지한다”면서 “열전소자 상용화에 성공할 경우 에너지 효율 향상으로 제조업 경쟁력 강화는 물론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 중 11.3%를 감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표>폐열이용 발전방식 비교(출처:포스텍)

유창선 성장기업부 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