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에 두번 퇴짜맞은 브로드컴…적대적 M&A 추진

퀄컴에 두번 퇴짜맞은 브로드컴…적대적 M&A 추진

퀄컴에 두 차례 인수 제안을 퇴짜 맞은 브로드컴이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위한 현금 실탄 확보에 나섰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복수 소식통을 인용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A) 그룹과 씨티, 도이체방크, JP모건체이스, 모건스탠리 등 월가 은행들은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를 지원하기 위해 최대 1000억달러(108조4000억원)를 신용 대출해주기로 합의했다.

여기에는 브릿지 파이낸싱 등을 통한 50억 달러(5조4000억원)도 포함된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브릿지 파이낸싱이란 기업이 적대적 M&A를 시도할 때 빠른 자금 조달을 목표로 차후 채권 발행을 약속하고, 인수자금을 융통하는 것을 말한다.

브로드컴을 인수한 아바고 최대 주주인 실버레이크는 현재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미국 사모펀드인 KKR과 영국계 사모펀드인 CVC 캐피털 파트너스도 실버레이크와 함께 60억달러(6조5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브로드컴에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브로드컴은 지난주 퀄컴 인수를 위한 2차 시도가 불발되면서 적대적 M&A에 시동을 걸고 있다. 브로드컴은 지난해 11월 퀄컴에 1050억 달러를 인수 가격으로 제안했으나 퀄컴은 시장가치와 성장 가능성을 저평가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지난 5일 인수가격을 주당 80∼82달러에 해당하는 1210억달러로 올려 2차 제안을 했지만 퀄컴 이사회가 만장일치로 거부했다.

다만 퀄컴 이사회는 브로드컴의 두 번째 제안을 거부하면서도 “브로드컴과의 협의를 통해 제안의 가치와 확실성에 대한 결함을 해결할 수 있는지를 확인할 것”이라고 밝혀 향후 협상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이와 관련 로이터통신은 브로드컴과 퀄컴이 두 번째 인수 제안을 논의하기 위해 오는 14일 회동할 예정이라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인수 제안을 두고 양측이 접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도체 업계 4위인 브로드컴과 3위 퀄컴의 합병이 성사될 경우 정보기술(IT) 업계 사상 최대규모의 M&A로 기록될 전망이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