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SW 인재와 4차 산업혁명

염근혁 부산대 전기컴퓨터공학부 교수
염근혁 부산대 전기컴퓨터공학부 교수

4차 산업혁명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스마트공장, 자율주행차량 등 첨단 기술은 기존 단순 지식·인지 형태 노동을 대체하고 있다. 2016년 다보스포럼은 이러한 변화를 '4차 산업혁명'이라 했고, 블루칼라와 화이트칼라에 이어 '뉴칼라' 계급의 등장을 예고했다.

직업과 고용 형태의 변화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더 크고 빠르게 다가와 위기이자 또 다른 기회로 작용한다. 시대는 우리에게 현재와 다른 새로운 역량을 요구하고 있다.

새로운 역량의 인재는 컴퓨팅 사고력 기반 창의 문제 발견과 해결 능력을 갖춘 창의·융합형 인재를 말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주도권은 창의 문제 해결 역량을 갖춘 SW 인재 양성에 달렸다. 시대에 맞는 우수한 인재 양성 정책에 국가 차원의 고민과 노력을 담아야 하는 이유다.

SW 인재 양성은 장·단기 두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

장기 접근은 초·중·고 교육 과정에서 SW 활용 역량과 컴퓨팅 사고력을 높일 수 있는 수업을 강화하는 것이다.

대학은 산업계와 연계한 SW 전문 인력 양성뿐만 아니라 SW 융합 교육 과정을 확대해야 한다. 창의 SW 융합 인재 양성을 위해 2015년에 시작한 'SW중심대학' 사업을 확대, SW 융합 인재 안정 배출과 함께 대학이 쌓은 SW 융합 인재 양성 경험을 사회 전반으로 확산시켜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단기 접근 방법으로는 산업 구조와 직업의 빠른 변화에 따르는 시급한 SW 산업 인력 수요를 고려한 처방이 필요하다. 대학 졸업예정자, 청년 구직자 대상으로 SW 산업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다.

미국은 2015년 하이테크 산업 종사자 평균 임금이 타 분야 대비 50%나 높은 수준이었지만 50만명이라는 인력 부족 현상을 겪었다.

미국 정부는 부족한 SW 산업 인력 수요를 맞추고자 4~16주 단기 집중 SW 실무 과정인 '부트 캠프'를 실시했다. 이 프로그램을 이수한 수강생은 SW 실무 전문성을 갖춰 충분한 수준의 임금을 보장받았고, 산업계는 SW 산업 인력을 안정 확보할 수 있었다. 2016년 미국 내 91개 부트 캠프에서 배출된 인력은 1만8000여명에 이르고, 부트 캠프 졸업생 73%는 SW 개발 관련 풀타임 직업을 구했다.

중국은 앞으로 3년 동안 인공지능(AI) SW 인재를 10만명 양성할 계획이다. 인해전술을 연상시키는 대규모 인재 양성 투자로 5년 안에 미국을 따라잡고 세계 1위로 올라선다는 목표다.

미국과 중국이 SW 인재 양성에 힘을 기울이는 이유는 AI를 비롯한 SW 기술이 한 국가의 산업 경쟁력은 물론 안보·군사력까지 좌우할 핵심 요소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청년 세대(만 20~29세) 고용률은 2007년 60%에서 2017년 57.8%로 2.2% 하락했다. 실업률은 지난해 9.9%로 2000년 이래 최고다. 무엇보다 고학력자인 전문대 이상 졸업자 58만1000여명 가운데 16만7000여명(29%)이 미취업자로, 이들의 사회 진출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통계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22년께에 AI SW 인력 5500명, AR·VR 인력 1만6000명이 각각 부족할 것으로 예측됐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한 혁신 성장을 위해 미국 부트 캠프나 중국 '기술 굴기'와 유사한 졸업예정자, 취업준비생 대상 'SW 인재 집중 양성 과정'을 조속히 검토할 것을 정부에 제안한다.

실무 역량을 갖춘 SW 인재를 양성하는 한편 4차 산업혁명 핵심 선도 분야인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AR·VR 등에 투입하면 청년 일자리 문제 해소와 미래 성장 동력 창출을 동시에 이룰 수 있다.

염근혁 부산대 전기컴퓨터공학부 교수(소프트웨어교육센터장) yeom@pusa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