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4차 산업혁명, 개념을 이해하고 기술을 봐야 한다

글자 작게 글자 크게 인쇄하기
강명구 연세대학교 교수
<강명구 연세대학교 교수>

최근 정부는 4차 산업혁명 대응을 위해 2022년까지 인공지능(AI) 고급 인력 1370명 육성 정책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를 포함한 주요 민간 기업도 AI 분야에 대규모 인력을 확보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페이스북, 우버, 구글 등 주요 업체들이 핵심 인력을 선점하며 앞서 가고 있어 뒷북치기라는 걱정도 많다. 4차 산업혁명 주도권을 뺏기고 있다는 부분이다. 여기까지 보면 AI 기술 확보가 4차 산업혁명 핵심이며, 페이스북·우버·구글 등이 4차 산업혁명도 주도할 것 같다. 과연 그럴까.

페이스북은 세계에서 가장 큰 미디어 업체다. 자체 제작 콘텐츠가 없는 회사로 유명하다. 자사 플랫폼 가입자가 자진해서 콘텐츠를 올리기 때문이다. 인류 역사를 통틀어 거래를 중개하는 상인이 거래 과정에서 이익을 얻기도 하지만 무언가를 만든 사람이 그를 통해 이익을 얻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페이스북은 콘텐츠를 만든 사람에게 아무 보상이 없다. 광고를 비롯한 각종 이익은 단순 중개를 하는 페이스북이 독점하기 때문이다.

우버 등 공유경제 플랫폼도 다를 바 없다. 공유경제는 과잉 소비에 따른 환경 오염을 피하기 위해 각자 남는 것을 공유하자는 개념이다. 4차 산업혁명 핵심 모델로 언급된다. 그러나 공유경제 플랫폼 업체만 이익을 독점한다. 우버 기사와 택시 기사가 모두 울고 있다는 최근 보도가 이를 보여 준다. 뉴욕타임스는 공유경제가 소형사업자를 만들 것이라는 꿈이 저소득자 양산에 그쳤다고 꼬집었다. 이는 당연하다. 공유경제 플랫폼 업체가 중개인으로서 공유하는 사람들 이익을 독점했기 때문이다. 획일화, 플랫폼 중앙 집중, 소수 폐쇄형 권력 독점 등 지나간 산업혁명 그림자다. 모두 효율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주입된 것들이다. 4차 산업혁명은 기술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과거 그림자를 극복하기 위해 맞춤, 분권, 개방의 새로운 패러다임 변화를 지향하는 것이 핵심이다.

최근 스팀잇이라는 페이스북 대항마가 주목받고 있다. 블록체인 기반 소셜미디어 플랫폼이다. 콘텐츠를 만든 사람들이 평가를 받아서 달러와 교환 가능한 암호화폐를 받는 사업 모델이다. 페이스북이 독점하던 이익을 실제 콘텐츠를 만든 사람이 나눠 갖는 세상이 열리는 것이다. 스팀잇이 가입자 100만명을 넘는 등 빠르게 성장하면서 이와 유사한 사업 모델이 늘고 있다. 공유경제 분야도 이스라엘 신생 기업인 라주즈 차량 공유를 비롯해 분권형 플랫폼이 늘고 있다. 중앙 관리 플랫폼이 이익을 독차지하지 않고 실제 공유하는 사람들이 혜택을 보는 사업 모델들이다.

이처럼 세상이 맞춤, 개방, 분권이라는 큰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기존 중앙집중, 폐쇄형 독점 플랫폼은 대중에게 이익을 나눠 주는 분권 플랫폼을 이길 수 없다. AI나 블록체인을 썼다고 4차 산업혁명이라 할 수 없다. 패러다임 변화가 일어나야 혁명이다. 기존 플랫폼 업체는 과거 패러다임을 강화하기 위해 AI를 사용한다. 새로운 도전자가 맞춤, 개방, 분권의 4차 산업혁명 모델로 도전하면 무너진다. 이에 따라서 우리는 도구인 기술보다 변화를 읽어야 한다. 그래야 미래를 주도할 수 있다. 정책도 기술보다 변화에 초점을 맞춰 준비할 필요가 있다.

강명구 연세대 교수 kmkoo77@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