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무법에 손놓은 당국...소비자 보호 외면, 아직도 "암호화폐 정의 타령"

금융당국과 사법당국,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가 암호화폐공개(ICO)를 이용한 각종 사기 의심 행위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것은 명확한 법률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법률 공백이 길어지는 사이 유사수신행위, 사기, 다단계 등 정부의 기존 규제를 피해가고 있다. 소비자가 그대로 위험에 노출된 상황이다.

1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 암호화폐 열풍을 계기로 ICO, 채굴, 투자 등을 빙자한 유사수신 혐의 업체는 39개로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27건에 비해 12건 늘었다. 같은 기간 종합금융컨설팅, 핀테크 등 여타 금융업체 가장 유사수신 혐의 업체가 10건 증가한 것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ICO 관련 각종 논란에도 이처럼 유사수신 혐의업체로 지목되는 사례가 적은 이유는 유사수신 범위가 지나치게 한정됐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금감원이 운영하는 '불법사금융피해신고센터'에 접수된 712건 신고와 상담 가운데 암호화폐 관련 신고는 453건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유사수신 의미는 '원금 보장'을 내걸고 영업을 하는 행위로 최근 ICO 관련 업체는 유사수신행위에 저촉될 수 있는 문구를 피하고 있다”며 “접수된 암호화폐 관련 신고 대부분이 유사수신이 아닌 단순 사기에 가까운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앞서 금융위는 암호화폐 관련 불법 행위를 금융거래로 보기 어려운 만큼 유사수신행위에 포함해 규율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ICO관련 각종 불공정 행위가 만연하다.

실제 현행법 상 금감원은 유사수신행위가 아닌 나머지 영역에는 검사·감독을 실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암호화폐를 빙자한 행위가 사기면 경찰 등 사법당국이, 다단계 판매 행위에 해당하면 공정거래위원회가 감독·조사해야 한다. 사실상 암호화폐 자체가 아닌 취급업자 행위에 규제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업계는 사법부가 암호화폐에 대한 해석을 내렸지만, 정부가 암호화폐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을 미루면서 문제를 키우고 있다고 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사법부가 범죄수익을 이루는 재산의 개념을 사회통념상 경제적 가치가 인정되는 일반을 의미한다고 해석했음에도,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은 앞으로 닥쳐올 규제 부담이 가장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시장에서는 사법부 판결을 암호화폐에 대한 가장 적절한 해석으로 이해한다.

올해 초 수원지법은 불법 음란물 사이트를 운영하며 비트코인을 받은 안모씨(34)에 대한 항소심 선고에서 범죄수익 191.32비트코인 몰수와 6억9587만원 추징을 판결했다. 비트코인이 법률상 '재산'으로 인정해 몰수 대상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정부는 아직 명확한 결정을 못 내렸다.

금융위는 “국제사회 결정이 아직 남았을 뿐 아니라 가상통화 정책 결정은 금융위가 아닌 총리실”이라며 결정을 미루고 있다.

국회도 다수의 관련 법안이 제출됐지만, 아직 통과를 못 시키고 있다.

국회 정무위 수석전문위원은 “가상화폐, 암호통화 등을 규율하는 법률의 제정이 전반적으로 시의적절한 때”라며 “다만 제도화가 투기 과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정부 입장을 반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