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세라믹 소재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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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세라믹 소재 전쟁

미국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국내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우주 인구 과밀로 인한 자원 고갈, 환경오염 등 온갖 문제 해결을 위해 인구 절반을 없애야 한다는 소명 의식으로 무장돼 있는 악당 타노스와 인류를 지키려는 어벤저스 영웅 무용담이다. 이때 필수불가결한 물건이 바로 6개 '인피니티 스톤'이다. 그것은 우주가 만들어질 때 생성된 여섯 가지 절대 힘을 돌 형태로 봉인시킨 것이다. 공간, 현실, 정신, 시간, 힘, 영혼을 마음대로 바꾸고 이동하고 조종하는 등 전지전능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물질이다.

그런데 왜 이 영화가 세라믹 전쟁이라는 걸까. 바로 인피니티 스톤 때문이다. 세라믹을 한 글자로 정의하면 '돌'이다. 별칭은 '마법의 돌'이다. 인간 오감 구현 소재임은 물론 고효율, 다기능, 초고성능을 책임진다. 스마트폰 소재 80%가 세라믹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광범위하게 쓰이는 알루미나 세라믹 소재는 극미량 불순물 함유에 따라 루비 또는 사파이어 보석으로 둔갑한다. 그러한 세라믹이 이 영화에서는 절대 마법 능력을 펼칠 수 있는 여섯 가지 빛깔을 띤 신비한 돌로 표현되고 있다. 즉 우주 곳곳에 흩어져 있는 세라믹 조각을 차지하려는 악당과 이를 막으려는 영웅 간 대결은 이런 이유로 세라믹 소재 전쟁이 된다. 임진왜란을 조선 도자기 기술을 수탈하기 위한 도자기 전쟁이라고도 하는 것과 같은 이유다.

필자는 2011년에 '부품·소재특별조치법'이라는 10년짜리 한시법 연장 필요성을 기고한 바 있다. 우연의 일치인지 그 법은 재연장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4차 소재·부품발전기본계획 발표(2016년 12월) 등 꾸준하고 일관된 소재·부품산업 발전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최근 3년 연속 소재·부품 무역수지 1000억달러 이상 흑자를 이어 가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소재·부품에서 소재만을 놓고 보면 분위기는 돌변한다. 우리나라 4대 소재인 금속, 화학, 섬유, 세라믹 산업 선진국 핵심 기술 종속은 점차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 대비 당장 효과가 미미할 수밖에 없는, 기나긴 회임 기간을 특징으로 하는 소재 R&D는 요즘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산업부 소재 R&D 대표 사업으로 예산이 연간 4000억원 규모로 투입되던 산업 소재 핵심 기술 개발 사업과 소재·부품 기술 개발 사업이 2020년 일몰 판정을 받은 것이다. 그 대책으로 '소재기술혁신 2030 사업'(가칭) 예비타당성(예타) 관문을 넘어 신규 예산 확보를 위해 요즘 산업부와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R&D 기획팀 및 소재PD 그룹 등 대규모 인원이 주말 특근을 불사하며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란 말이 조금 식상해질 무렵 정부는 5대 신산업에 R&D 예산을 집중 투입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이 5개 산업군은 전기·자율주행차, 바이오·헬스, IoT·가전, 반도체·디스플레이, 에너지 신산업이다. 이들 산업은 자세히 봐도, 아무리 건성으로 봐도 (첨단)소재 없이는 어불성설이다. 그것은 상식과도 같은 범주다. 영화 '어벤져스'가 6개의 절대 보석 쟁탈전이라면 5대 신산업은 세라믹, 섬유, 금속, 화학 4대 첨단 소재 환골탈태 시나리오다. 왜 굳이 국산 소재를 써야 하는지를 여전히 모르겠다는 국내 모 대기업 임원 일성은 그 자체로 따갑다. 한국산 '절대 신소재'가 부리는 마법에 지구가 들썩거리는 그날을 학수고대한다.

정봉용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 산업융합기술본부 소재부품산업PD그룹 세라믹PD, jby67@keit.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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