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국토부, BMW 화재 차량 제대로 확보 못하고 있다...“EGR만 8개 확보”

국토교통부가 BMW 화재 차량을 확보해 정밀조사를 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차량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화재 차량 차주 동의 없이는 차량 확보가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대신 BMW코리아로부터 문제가 된 '배기가스재순환장치(EGR)' 8개만 제공받았다. 아직 제대로 된 조사계획조차 잡지 못하고 있어, 연말까지 화재원인 규명이 이뤄질지 불확실한 상황이다.

국토교통부 산하 교통안전공단 교통안전연구원(KATRI)가 확보한 BMW 520d 결함 부품.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국토교통부 산하 교통안전공단 교통안전연구원(KATRI)가 확보한 BMW 520d 결함 부품.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21일 국토부 산하 교통안전공단 교통안전연구원(KATRI) 및 BMW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발생한 39건의 BMW 화재 사건 중 국토부 측에서 확보한 화재 차량은 없다. 현재 화재가 발생한 차량 대부분은 BMW 서비스센터에서 보관 중이다. 일부 차량의 경우 소비자가 다른 조치를 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BMW 차량 화재 발생 시 국토부, KATRI 직원을 현장에 급파해 화재 차량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국토부 측이 확보한 것은 BMW코리아가 제공한 EGR 8개가 전부인 상황이다. 현행법 상 화재가 발생한 차량 소유주가 동의하지 않으면 국토부 측에서 차량이나 부품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KATRI 관계자는 “BMW 차량 화재가 발생하면 조사 요원이 현장조사에 바로 착수하지만, 차량이나 부품을 가져와서 조사하는 것은 소유주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면서 “초기 일부 차량은 화재 사건에 대한 경찰, 소방서 조사가 끝난 뒤 접수 돼 현장을 확인하지 못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화재로 전소된 BMW 차량 (전자신문 DB)
화재로 전소된 BMW 차량 (전자신문 DB)

KATRI는 BMW코리아로부터 EGR 모듈 50개를 제공받아 정밀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BMW 측에서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한 'EGR 결함'이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인지를 검증하기 위해서다. 또 다른 화재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BMW 520d 3대를 구입해서 실차 테스트를 진행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발생한 화재에 대한 조사를 위한 차량 확보는 앞으로도 어려울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국토부 측이 BMW 화재 차량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EGR 결함'을 제외한 다른 화재원인을 규명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제 국토부와 KATRI는 EGR 결함이 화재 원인이라는 BMW 측 주장을 신뢰하지 않고 있다. BMW가 제출한 자료에만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실험,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또 전문가로 구성된 민간 조사단도 투입한다.

서울 마포구 BMW서비스센터 인근 초등학교 운동장에 안전점검을 받기 위해 BMW차량이 주차 대기 중이다. 이동근 기자 foto@etnews.com
서울 마포구 BMW서비스센터 인근 초등학교 운동장에 안전점검을 받기 위해 BMW차량이 주차 대기 중이다. 이동근 기자 foto@etnews.com

하지만 실제 자체조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화재 차량 및 부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또 EGR 결함을 제외한 다른 화재 원인을 찾기 위해서는 물리적인 시간도 많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당초 10개월 걸릴 것이라던 화재원인 규명 조사를 연말까지 완료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차량 확보없이 연말까지 정확한 조사 결과를 찾아내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전문가들 중론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국토부 측에서 화재에 대한 원인 데이터를 축적하면 좀 더 명확한 화재원인을 규명할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BMW 주장을 반박할 만한 자료를 확보하지 못했다”면서 “이로 인해 4개월 간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질 수 없고, 민간 조사단의 경우 법적 책임마저 없기 때문에 국토부 측에서 좀 더 구체적인 계획과 실행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