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명의 사이버펀치]<86>시장이 맞장구칠 때다

[정태명의 사이버펀치]<86>시장이 맞장구칠 때다

2013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전신 미래창조부에서 소프트웨어(SW)국을 신설하고 SW 중심 국가를 표방한 지 5년이 지났다. 그 이전에도 SW 육성의 의지 표현은 있었지만 국 단위 지원 체제를 갖춘 것은 정부 수립 후 처음이었다. 2015년 'K-ICT 전략'에 SW를 포함하고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정보보호, 디지털콘텐츠 등과 함께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기로 함으로써 노무현 정부의 'IT 강국' 선언 이후 최대의 변화를 가져왔다.

정부의 다양한 SW 육성 정책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하나는 역시 'SW중심대학 지원 사업'이다. 최초 8개 대학에서 25개 대학까지 확대하면서 SW 전문가 양성뿐만 아니라 비전공자 SW 교육, 초·중·고교 SW 확산 등 괄목할 활동을 주도했다. 아직은 산업에 미치는 여파가 지대하다고 말할 수 없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SW가 의료, 제조, 국방, 문화, 교육 등 산업의 감초 역할을 하는 것으로 미루어 SW 인재 양성은 필수 정책이라고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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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인력 양성은 짧은 시간에 이뤄지지 않는다. 입학해서 졸업할 때까지 평균 5년의 시간이 소요되고, 전문가로서 기여하기까지 또 다른 5년 이상이 필요하다. 10년 이상을 투자해야 하는 장기 사업이지만 이러한 과정이 없으면 계속 인력 부족을 불평해야 한다. 다행히 SW중심대학 중심으로 SW 확산 사업을 시작한 지 4년이 됐다. 이제 실질 효과를 창출하고 국가의 미래를 견인하기 위해 한 번쯤 호흡을 가다듬고 부족하거나 왜곡된 부분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 SW 인력 양성의 토대가 마련되고, 결과 활용 시점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SW 육성 결실을 보기 위한 정부와 민간의 '더불어 행보'가 절실하다.

우선 교육받은 SW 인재가 일할 수 있는 터전이 마련돼야 한다. SW를 택한 젊은이가 역량을 발휘할 일터가 지속 성장의 열쇠다. 삼성이 청년아카데미를 신설해 1만명의 SW 전문가를 육성하겠다고 선언했지만 기업이 할 일은 인재 양성보다 일자리 창출이다. 기업이 SW 전문가가 둥지를 틀고 신기술 개발에 전력할 수 있도록 연구소를 확대하는 등 정부 정책에 맞장구칠 때다. 제조 산업이 SW 인재를 영입해 4차 산업혁명에 참여하고 SW 기업이 글로벌 진출을 통해 시장을 확대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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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 인재가 응용 분야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융합 사업이 활성화돼야 한다.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제거하고 개별 분야 아집을 버려야 한다. 정부도 부처 단독 사업을 지양하고 다부처 연계 사업을 확대, SW가 산업 전 분야에 흡수되는 청사진을 그릴 때다. 예를 들면 의료 분야 IoT 플랫폼을 구축하거나 제조업 구매, 유통, 판매 등을 자동화하는 SW 개발 등 생각할 수 있는 후보는 다양하다.
'교육은 인내를 바탕으로 열매를 맺는다'는 지나친 말이 아니다. 기초를 다듬고 산업 유발 효과를 거둘 때까지 지치지 않으려면 응원의 함성이 필요하다. 산업과 국민의 응원이 SW 교육을 담당하는 이들에게 필요한 약이다. 이제 막 물꼬를 튼 SW중심대학 지원 사업이 한걸음 진화해서 우리나라 미래 산업의 효자가 될 수 있도록 정부가 정책을 확대,. 기업이 맞장구 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씨를 심고 거름을 주는 일은 농부가 할 수 있지만 열매를 거둬 시장을 만드는 일은 소비자 몫이다. SW 강국으로 진입하기 위해 시장이 맞장구칠 때다.

[정태명의 사이버펀치]<86>시장이 맞장구칠 때다

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