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ES는 늘 미래를 예고해왔지만, 이번 CES 2026은 한 발 더 나아갔다. 인공지능(AI)이 비즈니스의 정의, 산업의 구조, 그리고 인간의 역할을 근본적으로 다시 쓰기 시작했음을 공식 선언한 자리였다. AI는 더 이상 '활용하는 기술'이 아니라, 기업과 사회를 움직이는 전제 조건(infrastructure of decision)으로 진화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기조연설에서 AI의 진화를 명확히 규정했다. “AI는 이제 답을 만드는 도구가 아니라,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이 결과물이 바로 에이전틱 AI(Agentic AI)와 피지컬 AI(Physical AI)다.
이제 AI는 질문에 답하는 챗봇이 아니라, 목표를 이해하고 추론하며 계획을 세우고 실행까지 담당한다. 이는 기업 조직 안에서 AI가 단순한 정보기술(IT) 시스템이 아닌 새로운 노동 주체로 편입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AI 진화의 토대에는 컴퓨팅 아키텍처의 대전환이 있다. 젠슨 황이 공개한 차세대 GPU '베라 루빈(Vera Rubin)'은 단순한 성능 향상이 아니다. 이는 '생각하는 AI'를 전제로 설계된 컴퓨팅 구조다.
리사 수 AMD CEO는 현재 슈퍼컴퓨터보다 수만 배 빠른 요타(Yotta) 스케일 컴퓨팅을 선언했다. 이제 AI 성능 경쟁은 모델 크기가 아니라 AI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추론하고 장시간 사고할 수 있는가의 경쟁으로 바뀌고 있다.
이번 CES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가전은 끝났고, AI 기반 생활 플랫폼이 시작됐다는 공통 메시지를 냈다.
삼성전자는 '통합된 AI 경험'을 전면에 내세우며, 집 안의 모든 기기가 사용자의 위치·습관·상황을 이해해 선제적으로 반응하는 환경형 AI를 제시했다. 이는 연결(Connected Home)을 넘어 맥락을 이해하는 집으로의 전환이다.
LG전자는 이동형 AI 홈 허브 로봇을 통해 '공감형 AI' 비전을 구체화했다. AI가 단순히 명령을 수행하는 존재가 아니라, 사용자와 상호작용하며 정서적 관계를 형성하는 단계로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가전은 더 이상 제품 판매 사업이 아니라 AI 서비스 비즈니스로 재편되고 있다.
모빌리티 분야에서 가장 인상적인 변화는 현대자동차의 행보다. 현대차그룹은 자동차를 더 이상 '운송 수단'이 아니라 '소프트웨어정의차량(SDV)', 나아가 이동하는 AI 플랫폼으로 규정했다.
자율주행, 로봇, 물류, 스마트팩토리를 관통하는 현대차의 메시지는 명확했다. 핵심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추론과 판단 능력을 갖춘 AI라는 점이다. 특히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실투입 계획은 로봇이 연구 단계를 넘어 실제 노동력으로 편입되는 시점이 도래했음을 알려줬다.
CES 2026이 보여준 산업의 미래는 분명했다. 제조, 에너지, 물류, 도시, 안전 분야 모두 AI 네이티브(native) 운영 구조로 이동 중이라는 사실이다. 디지털 트윈과 AI 에이전트가 결합되며, 운영의 중심은 사람의 경험이 아니라 데이터와 예측이 된다.
이는 특히 관제·안전·국방 영역에서 결정적이다. 이제 관제는 단순 모니터링이 아니라, AI가 상황을 이해하고 사전에 개입하는 운용체계(OS)의 경쟁이 됐다.
CES 2026이 던진 가장 중요한 질문은 “AI가 인간을 대체하는가”가 아니다. 진짜 질문은 “인간은 무엇에 집중하게 되는가”다.
반복적 판단과 실행은 AI가 맡고, 인간은 목표 설정, 가치 판단, 창의적 기획, 윤리적 책임을 담당하는 것으로 역할이 달라진다. AI는 인간을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인간의 역할을 재배치하는 기술이 된다.
CES 혁신상 심사위원이자 참가자로 필자는 “AI는 더 이상 선택지가 아니며 비즈니스와 산업을 재설계하는 기본 조건이 됐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제 AI를 전제로 비즈니스와 산업을 다시 설계하고 사람의 역할이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할 시점이다.
최은수 인텔리빅스 대표·aSSIST 석학교수·CES2025·2026 혁신상 심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