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가만났습니다]김병수 로보티즈 대표

사진=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사진=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로봇 마니아에서 중견 로봇기업 대표로.'

김병수 로보티즈 대표는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대학시절 로봇에 미쳐 로봇 개발에 올인했다. 그가 속한 동아리는 국내외 로봇대회를 석권했다. 산업용 로봇이 각광받던 시절, 산업용 로봇은 만들기 싫다며 대기업 취직 대신 창업을 결심했다. 그렇게 탄생한 로보티즈는 20여년 만에 국내 유일 로봇 플랫폼 기업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올해 중소 로봇기업으로는 드물게 '1000불 수출의 탑'도 수상했다. 최근 LG전자가 협업을 위해 투자하기도 했다. 그는 요즘도 “꿈이 있는 로봇을 만들고 싶다”고 한다.

그는 올해 서울 마곡동에 마련한 사옥에 '로보티즈 캠퍼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1층은 로봇 개발자나 일반인이 아이디어를 갖고 로봇을 제작해보거나 콘퍼런스를 열 수 있는 캠퍼스 같은 공간으로 개방했다. 로봇에 미친 사람이 자신처럼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한국 서비스 로봇 시장 개척자 김 대표는 “로봇 시장은 산업용으로 시작해 이젠 서비스 로봇으로 영역을 넓혔다”며 “앞으로 개인용 로봇시대도 머지 않아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를 만나 성공기와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데스크가만났습니다]김병수 로보티즈 대표

-세계 서비스 로봇 경진대회를 휩쓴 경력으로 유명하다. 어떤 계기로 로봇에 관심을 갖게 되었나.

▲대학 시절은 강의실이나 도서관보다 로봇 동아리에 더 많은 추억이 있다. 경진대회 있기 전부터 로봇에 열의를 갖고 있었다. 그때부터 로봇이 인생 목표가 됐다. 내 길이라고 많이 느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자동톱이나 망치를 가지고 만드는 것에 관심이 많았다. 아버지가 여섯살 때 사준 작은 망치를 아직도 갖고 있다. 전기공학과를 나왔고, 최종적으로 지능형 로봇을 전공했다.

당시에는 마이크로 마우스 경진대회가 거의 유일한 로봇 경진대회였다. 그래서 지금 로봇대회와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1년 이상 그 로봇을 만드는 데 시간을 전부 투자했다. 로봇은 나의 인생이라고 생각해 로봇만 만들었다. 지금은 대회가 많으니까 시험 끝나고 방학 때 만들거나 한다.

당시 국내 마이크로 마우스 대회에서 우승했고, 한국인 처음으로 일본에서 열리는 마이크로 마우스 대회에서도 우승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때 축구 로봇 대회도 같이 열렸는데, 그 대회에서도 모두 우승했다.

-창업과정과 성장 스토리가 궁금하다. 어떤 계기로 창업했나. 여러 에피소드가 있었을 것 같다.

▲로봇 동아리 활동이 도움이 많이 됐다. 당시에는 납땜, 모터 제작 등 아주 기본적인 부품 레벨부터 다 해서 지금보다 배우는 게 많았다. 로보티즈는 액추에이터, 센서, 로봇 솔루션을 팔고 있다. 당시 대회 준비하면서 부품 레벨부터 만들어본 경험을 다 응용할 수 있었다.

90년대에는 사실상 산업용 로봇이 유일하게 로봇으로 직업을 삼을 수 있는 분야였다. 하지만 산업용 로봇을 만들 계획은 처음부터 없었다. 사람들이 어떤 로봇을 만들고 싶냐고 물어볼 때 '꿈이 있는 로봇'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철 없는 생각이었는데, 당시엔 산업용 로봇은 꿈이 없다고 단언했다.

갈 데가 없어서 창업을 했다. 산업용 로봇 회사 말고 재미있는 로봇을 만드는 회사가 있었다면 그곳에 들어갔을 거다. 재미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었고, 얼마를 벌어서 남겨야겠다는 개념 없이 창업했다.

창업해서 가장 먼저 '스마트토이'를 했다. 꿈이 담긴 로봇은 역시 완구 아닌가라고 생각했다. 로봇 기술이나 특정 기술이 접목된 장난감이다. 처음에 개발만 하고 완구업체에 이를 제공할 때는 사업이 괜찮았다. 수출도 많이 했다. '디디와 티티'라는 애완쥐 로봇은 세계적으로 120만대가 팔렸다. 생산·판매까지 직접 하고나서부터 사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로봇업체지만 완구업체 경쟁사가 되다보니 기존 고객사와 거래도 못했다.

처음에는 다시 극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사업가가 아니라 공학도의 생각으로 창업하다보니 투자 유치나 자금 융통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르고 시작했다. 같이 창업한 사람들과 회의를 통해 마지막으로 완구에 머무르지 않고 하이 테크놀로지 로봇 제품을 만들어봤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다. 마침 일본 컴퓨터 주변기기 제조사가 휴머노이드 로봇 사업을 위해 액추에이터 기업을 찾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지금처럼 시스템 갖춰도 액추에이터 만들려면 일년 반 정도 걸린다. 그걸 6개월 만에 완성할 정도로 열심히 했다.

완전 회복까지 몇년이 걸렸다. 2012년쯤 매출 100억원을 넘겼다. 이를 계기로 액추에이터를 기반으로 로봇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가 되자는 계획을 세웠다. 여러 가지 로봇을 쉽게 구현하는 데 적합한 모듈형 액추에이터를 선보였다. 제어기, 센서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데스크가만났습니다]김병수 로보티즈 대표

-로보티즈는 어떤 회사인가. 액추에이터로 유명하지만 에듀테인먼트로봇 등 제품이 다양하다. 사업 분야별 주력 제품과 사업 현황에 대해 말해달라.

▲로보티즈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액추에이터를 많이 내세웠다. 지금은 로봇 솔루션이라고 바꿨다. 소프트웨어 비중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SLAM(Simultaneous Localization and Mapping), 내비게이션 기능 등을 같이 제공해 로보티즈는 서비스 로봇에 적합한 로봇 솔루션 기업이라고 설명한다.

솔루션으로 만들 수 있는 로봇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당시엔 주변 기술, 통신 문제 등으로 완전하지 않은 로봇 솔루션 기술을 받아들일 수 있는 곳이 에듀테인먼트분야였다. 학원에서 로봇으로 수업을 하고 싶다고 해서 그쪽으로 시작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과 코딩 교육 때문에 수요가 늘었다. 에듀테인먼트 외에도 의료보조, 농업 등 고객층이 다양하다. 솔루션은 대부분 해외에 판매한다. 해외 매출 비중이 50% 정도에서 60%로 늘었다. 현재는 미국과 유럽 시장이 주력인데, 일본과 중국이 좋은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로봇 솔루션을 제공하면서 로봇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지 시장 경향을 읽어내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그 분야가 로봇 플랫폼 사업이다. 솔루션이 부품과 소프트웨어를 지원하는 거라면 플랫폼은 거의 반제품, 완제품으로 제공하는 사업이다. 고객사는 하드웨어나 기본 로봇 기능을 구축하는 시간을 많이 절약한다. 그 대신 서비스에 더 치중할 수 있다. LG전자와도 그런 식으로 협력하고 있다. 로보티즈가 자율주행 로봇 모듈을 납품하면 거기에 서비스를 얹는 방식이다. 그 위에 적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다양하기 때문에 완제품이라고 안 하고 플랫폼이라고 한다. 게임 엔진 개발사가 게임사에 제품을 공급하는 것과 유사하다.

-로봇은 산업용에서 최근 서비스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앞으로 로봇산업 전망은 어떤가.

▲로봇 발전 단계를 보면 산업용 로봇이 있었고, 그 다음 전문 서비스 로봇이 활성화된다. 마지막이 개인 서비스 로봇이다. 지금 단계는 전문 서비스 로봇 시대인데, 개인 서비스 로봇으로 가는 추세다. 개인 서비스 로봇은 불특정 다수가 쓰는 로봇이다. 가정, 사무실, 매장, 호텔 등에서 개인이 직접 로봇을 접한다. 이 때문에 AI를 통한 상호 의사소통, 지능이 더 중요해진다. 전문 서비스 로봇은 지능적 요소가 많이 필요하지 않다. 전문가가 쓰기 때문에 어느 정도 로봇과 작업 내용에 숙련됐다. 의사가 쓰는 수술 로봇은 전문 서비스 로봇이고, 특별 교육을 받지 않은 환자가 쓰는 로봇은 개인 서비스 로봇이다. 가상현실(VR), 농업, 간호보조, 재활 이런 쪽에 수요들이 늘어나고 있다.

10년 전에는 국내 서비스 로봇 시장은 거의 없었다. 2016년에는 전체 시장 대비 10~20% 정도 올라온 것으로 추산된다. 앞으로는 기존 로봇과 대등한 수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우리 생활 속에서 확실하게 보이는 시점이 되려면 적어도 3~5년 정도는 걸려야 할 것이다.

[데스크가만났습니다]김병수 로보티즈 대표

-로보티즈 경쟁력은 무엇인가.

▲로보티즈 같은 기업이 많지 않다. 로봇 솔루션 업체라고 말하는 기업으로는 거의 유일하다. 산업용 로봇은 주로 자동제어를 핵심 기술 기반으로 한다. 앞으로 확산될 서비스 로봇은 AI 기반으로 생산이 아니라 서비스를 하는 로봇이다. 기업이 부품부터 하드웨어를 모두 자체 개발하고 생산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면 제대로 된 서비스 공급을 못한다. 서비스 로봇을 공급하고 싶은 업체는 서비스에 집중해야 한다. 그래서 로봇 플랫폼이 필요하다.

기존 로봇 산업, 제조업 기반 산업용 로봇에서는 없었던 개념이다. 앞으로 저희 같은 회사가 늘어날 수 있다. 아직은 감속기, 센서, 모터 등 개별 업체가 많다. 언젠가 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신뢰를 가졌다기보다, 좋아서 해온 분야가 산업에서 요구하는 여러 가지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오랜 기간 기술을 축적해온 회사라는 것도 장점이다. 다른 기업이 산업용에 집중한 반면 우리는 솔루션 지원 기업으로 활동해왔기 때문에 그동안 시장을 보는 안목과 노하우도 다른 업체보다 많이 쌓였다.

-LG전자에게 투자도 받았는데. 어떤 점이 높게 평가 받았나. LG전자와 시너지는 어떤 방식으로 추진하고 있나.

▲평가 이유는 추측으로 말씀드릴 수 밖에 없다. LG전자도 우리 솔루션 고객이었다. LG전자는 로봇에 대한 열망이 굉장히 강한 기업이다. 차세대 가전 형태에서 로봇을 많이 본 거다. 자체적으로 다하기보다 외부에 경쟁력 있는 기업은 끌어들이겠다라는 상생 의지도 다른 기업에 비해 많이 있다. 저희가 로봇 솔루션 업체로 자리매김했고, LG전자도 기술적으로 아는 업체, 해외에서 경쟁력이 더 있는 업체라서 그렇게 평가하지 않았나 싶다. 협력은 다른 로봇 솔루션, 로봇 플랫폼 사업과 동일한 형태다. 로보티즈는 LG전자뿐 아니라 전자, 유통 등 다방면에서 글로벌 기업과 협력하고 있다.

-올해 상장했다. 상장 추진 이유는 무엇가. 상장으로 자금을 확보했는데 향후 로보티즈 사업 계획은 무엇인가.

▲상장으로 확보한 자금은 대외 경쟁력, 기술 경쟁력 확보에 쓸 예정이다. 플랫폼 비즈니스뿐 아니라 구체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봇도 개발하고 있다.

마곡 캠퍼스 1층을 회사가 쓰지 않고 로봇 만드는 제작자에 개방했다. 1층은 로보티즈 메이커스페이스다. 일주일 1, 2회는 외부 로봇개발자 모임, 세미나, 강연이 있다. 직접 로봇을 만들어볼 수도 있다. 나도 로봇을 만드는 엔지니어로 시작해서 성장했다. 개발자를 위해 소스도 많이 공개한다. 초기 시장 형성을 위한 전략적 이유도 있다.

이 과정에서 엔지니어들이 우리 회사에 입사도 가능하고, 다른 곳 가서도 저희 플랫폼 고객이 된다. 솔루션 홍보 효과가 크다. 경우에 따라 장비 사용료를 부과할 때도 있는데 대부분 그냥 공개한다. 로보티즈 생태계를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장지영 미래산업부장(왼쪽)이 김병수 로보티즈 대표의 도전과 꿈을 들어봤다.<사진 윤성혁 기자>
장지영 미래산업부장(왼쪽)이 김병수 로보티즈 대표의 도전과 꿈을 들어봤다.<사진 윤성혁 기자>

-경영철학이나 원칙이 있다면 무엇인가. 로보티즈 목표와 비전은 무엇인가.

▲로봇이 좋아서 미친듯이 했을 때는 누구보다 잘 했고 생산성이 높았다. 회사가 그렇게 개발하면 안 되고 일정과 체계도 있어야 한다고 정하다보니까 생산성이 조금씩 떨어졌다. 열심히 하는 사람이 아니고 그 안에서 형식적으로 일하는 사람도 생긴다. 재밌어서 하는 사람을 따라갈 수 없다. 원칙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마니아 정신을 훼손시킨다. 사람들이 형식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다. 그래서 경영 방침이나 철학을 물어보면 없다고 대답한다. 매니아들이 잘 활동하게 강제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 안 된다. 그들이 힘을 내도록 잘 배려해주는 게 회사가 발전하는 길이다. 그런 분위기 때무에 대기업에서 온 인력도 있다. 그런 배려를 하지 않으면 중소기업이 살아남기 어렵다. 구성원이 최대한 능력을 발휘하게 해주는 게 가장 좋다.

얼마 전까지 궁극적인 목표는 1인 1로봇 시대를 여는 것이었다. 지금은 1 태스크(task), 1 로봇이 될 거라고 본다. 어떤 서비스나 업무가 있으면 주변에 로봇을 소유하는 게 아니라 일을 처리하는 과정마다 로봇을 만나게 되는 날이 곧 올거다. 4차 산업혁명 발전 속에서 공유경제로 간다는 얘기도 있다. 정보와 물리적인 기술이 화합해 자율주행차가 나온다. 자동차가 스스로 사람을 태우고 가겠다는 건데, 꼭 사람을 태우고 가야할 필요도 없다. 서비스만 가도 된다. 로봇이 다음에 해야될 역할이다. 물론 그 단계까지 가려면 기술, 환경, 솔루션이 변해야 한다.

[데스크가만났습니다]김병수 로보티즈 대표

※ 김병수 로보티즈 대표는

1993년 고려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했다. 1997년까지 기아정보시스템에서 대체복무를 했다. 학창시절부터 로봇이 좋아 로봇 개발에 몰두한 엔지니어로, 세계 대회 우승컵을 연거푸 거머쥐며 국내 로봇계 상징적 인물이 됐다. 창업 전까지 모빌로봇 콘테스트, 전국 마이크로 마우스 대회 우승, 전 일본 마이크로 마우스 대회 우승·기술상 등 상을 국내외 로봇 경진대회를 휩쓸었다. 1998년 월드컵 로봇 축구대회 싱글·단체전 우승, 1999년 아시아 태평양 로봇 축구대회와 브라질 세계 로봇월드컵에서 전 종목 우승을 차지했다.

1999년 '꿈이 있는 로봇'을 만들고 싶어 로보티즈를 창업했다. 애완쥐 로봇 '디티와 티티'를 개발해 해외로 수출했다. 사업 성장을 위해 로봇 동력에 활용되는 핵심 부품 액추에이터를 제조하기 시작했다. 센서, 제어 솔루션 등 로봇 관련 하드웨어(HW)·소프트웨어(SW) 기술력을 축적, 로봇 솔루션 공급사로 사업을 확장했으며 모듈에서 에듀테인먼트 로봇 완제품까지 다양한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2017년 12월 LG전자로부터 투자를 받았으며 올해 10월 상장했다. 현재는 다양한 서비스 로봇 개발을 원하는 기업에 로봇 모듈부터 완제품까지 제공하는 '로봇 플랫폼' 기업으로 로보티즈를 한 단계 성장시키고 있다. 로보티즈는 12월 '1000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대담=장지영 미래산업부 부장

정리=

오대석기자 ods@etnews.com

사진=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