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상품 정보 한눈에 확인...API 도입 매만지는 금융투자업계

기존 계좌개설, 시세 정보를 넘어 금융투자상품 정보 전반으로 오픈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를 제공하기 위한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주가연계증권(ELS), 퇴직연금 등 금융투자 상품 정보를 단일 플랫폼에서 한 눈에 확인하고 투자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증권사를 대상으로 핀테크 기업의 금융투자상품 API 제공 제휴 제안이 잇따르고 있다. 핀테크 업체 A사는 최근 한 대형 증권사에 ELS, 주가연계사채(ELB), 퇴직연금 등 증권사의 각종 금융투자상품을 API 형태로 제공받을 수 있게 해달라는 내용의 제휴 방안을 전달했다.

토스, 뱅크샐러드 등 데이터 기반 핀테크 기업이 등장하면서 소비자는 대출, 보험, 카드 가입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금융사 애플리케이션(앱)에 직접 접속하지 않고도 가입이 가능하다. 은행권은 현재 금융결제원을 통해 정기예금, 적금, 연금저축,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개인신용대출 등 금융상품을 오픈 API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펀드, ELS, ELB 등 증권사 금융투자상품만큼은 가입이 불가능했다. 코스콤을 통해 계좌, 시세 등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만 불완전 판매 등에 대한 우려로 API를 제공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핀테크 업체 관계자는 “대출 금리 비교나 보험상품 비교 등 은행과 보험사를 중심으로 다양한 상품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반면 금융투자업계는 투자 시세 제공 외에는 별다른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면서 “젊은 층이 많이 이용하는 플랫폼을 통해 금융투자상품까지 제공할 수 있게 되면 증권사나 플랫폼 입장에서도 서로 긍정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안을 받은 증권사 역시도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등 내부 채널뿐만 아니라 핀테크 기업과 제휴, 외부 채널을 통해 외연을 확대하는 데 승부를 걸어볼만 하다”면서도 “불완전판매 등 다양한 우려 사항이 있는 만큼 만전을 기해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이처럼 핀테크 기업이 금융투자정보 API 확보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제도 변화에 따라 금융투자업계에도 API 제공이 의무화될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실제 금융위는 지난해 공개한 신용정보법 개정안에 은행권의 예금계좌 입출금 내역뿐만 아니라 증권사 투자자예탁금 등 계좌 입출금 내역과 주식, 펀드, ELS 등 금융투자상품 종류별 총액 정보를 통합조회 대상 신용정보로 포함시켰다. 현재 금융투자협회에서 제공하고 있는 펀드 정보, 예탁결제원이 제공하는 파생결합증권 관련 정보 등도 표준화 대상이 될 전망이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제도 변화가 예고되어 있는 만큼 금융투자분야에서 만큼은 여타 핀테크 업체보다 빠르게 제휴 증권사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이미 핀테크 기업 사이에서는 제휴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증권사도 API 제공 범위 확대를 적극 검토하는 분위기다. 실제 신한금융투자, NH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등은 비바리퍼블리카, 레이니스트 등과 데이터 활용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 API 제공 범위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특히 신한금융투자와 토스의 CMA 제휴는 대표 사례다. 원금손실이 발생하지 않는 CMA 특성 상 불완전판매 우려가 없을 뿐 아니라 증권사 입장에서 고객 확보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에서도 업계 의견을 반영한 오픈 API 확대 방안을 조만간 내놓는다는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전달 통로인 API를 구축해 마이데이터 산업이 조속히 시행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ELS 뿐만 아니라 금융투자상품 전반에 대한 데이터 제공 여부를 폭넓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