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7나노 AP 생산 차질 없다"…日 EUV 포토레지스트 수출규제 대응 총력전

시스템반도체를 만드는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EUV 라인 전경
시스템반도체를 만드는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EUV 라인 전경

일본이 수출규제 품목으로 극자외선(EUV) 포토레지스트를 지정한 지 한 달이 지난 가운데 삼성전자가 7나노 공정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탑재한 '갤럭시노트10'을 차질 없이 양산한다. 삼성은 EUV 포토레지스트 사용량을 최대한 줄이면서 자체 개발 검토와 대체재를 찾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이달 초 공개하는 갤럭시노트10에서 뇌 역할을 하게 될 '엑시노스 9825'에는 7나노 EUV 공정이 활용된다.

가장 최신 제품이었던 엑시노스 9820은 8나노 광원을 사용했다. 엑시노스 9825는 전작과 기능상 차이는 크지 않다. 하지만 7나노 EUV 초미세 공정을 통해 정확한 회로 구현과 전력 효율 향상을 꾀한다.

엑시노스 9825는 국내용 갤럭시노트10에 적용된다. 퀄컴의 최신 AP '스냅드래곤 855 플러스'도 함께 탑재되는데, 퀄컴 제품들은 미주와 유럽 지역에 공급된다. 퀄컴 스냅드래곤 855 플러스는 기존 파운드리 공정인 불화아르곤(ArF) 공정이 사용되는 반면에 엑시노스 9825는 EUV 공정이 적용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최근 삼성전자는 일본이 EUV 포토레지스트 수출에 제동을 걸면서 JSR, 신에츠, TOK 등 포토레지스트 주도권을 쥔 일본 제품 수급에 차질이 생겼다. EUV 포토레지스트는 반도체 웨이퍼 위에 회로를 새기기 전 노광 공정에서 회로 모양을 그리기 위해 반드시 발라야 하는 물질이다. 현재 국내에서 EUV 공정을 구현하는 기업은 삼성전자뿐이다. 일본 정부가 삼성전자 차세대 공정 지연을 타깃으로 한 셈이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향후 갤럭시노트10 생산 일정뿐 아니라 EUV 공정으로 만든 칩 양산에 차질을 주지 않기 위해 'EUV 포토레지스트 사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삼성전자가 EUV 노광 장비를 들인 곳은 화성 캠퍼스 파운드리 S3 라인이다. 4대 안팎의 ASML EUV 노광 장비로 일부 레이어 공정에만 쓰이는 것으로 알려진다.

내년 상반기 EUV 전용 라인이 갖춰지기 전까지 이곳에서 상대적으로 소규모인 칩 양산을 생산한다. 국내에만 공급될 엑시노스 9825가 그 예다.

삼성 모바일 AP 엑시노스 9(9820)
삼성 모바일 AP 엑시노스 9(9820)

삼성에서는 아직 소규모 양산 단계인 만큼 국제 정세가 안정화할 때까지 'EUV 포토레지스트 절약'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대안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포토레지스트 도포는 ㎜ 단위로 얇게 하는데 구매할 때는 갤런 단위로 사기 때문에, 공정 조율로 재료 낭비를 최소화하면 장기간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일례로 포토레지스트 도포를 위한 웨이퍼 회전을 최소화하는 방법이 있다. 또 “유효 기간이 조금 지나더라도 공정 조율로 극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은 EUV 포토레지스트를 자체 개발하는 방안도 검토하면서 소재개발팀 인력을 결집한 것으로 알려진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이전에 자체 EUV 포토레지스트 개발을 시도했다가 중단한 이력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업체 외에도 미국 등에 대안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일례로 미국 D사는 2000년 일본 미쓰비시의 포토레지스트 사업부를 인수한 이력이 있는 등 EUV 포토레지스트를 생산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일본 기업 포토레지스트 품질보다는 낮지만 아예 쓰지 못할 수준은 아니다”라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사태가 더욱 장기화하면 삼성이 EUV 라인을 본격 가동하는데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국내 재료 기업을 육성하는 등 수입처 다변화도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