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반도체 검사기' 입찰 시 보증금 최대 수억원 부과…허위 입찰 퇴출

반도체 검사장비. 생성형 AI 이미지
반도체 검사장비. 생성형 AI 이미지

나라장터 물품구매 입찰의 무분별한 참여를 막기 위해 특정 반도체 장비 품목에 대한 입찰보증금 면제가 중단됐다. 품목에 따라 수천만원에서 수억원대 보증금 납부가 의무화됐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조달청은 이달 3일 입찰공고 분부터 반도체검사기·진공증착기·오실로스코프 등 9개 대표품목에 대해 입찰에 참여하는 모든 조달업체로부터 보증금을 징수하기로 했다. 앞서 조달청은 지난달 '무분별입찰 우려 품목'을 지정해 공고한 바 있는데, 이를 실행에 옮긴 것이다.

조달청은 그동안 나라장터 물품 입찰에서 입찰보증금 납부를 대부분 면제하고 지급각서 제출로 대체해 왔다. 이번 조치가 이례적인 이유다.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제9조는 원칙적으로 입찰금액의 5% 이상을 보증금으로 납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조달청은 '계약관이 필요하다고 결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를 면제하는 기준을 적용해 왔다. 이번 9개 품목은 계약관이 보증금 납부가 필요하다고 결정한 경우에 해당한다.

반도체검사기와 진공증착기 같은 첨단 장비는 공공기관(연구소·대학·국립기관 등) 입찰 한 건당 금액이 수억원에서 십수억원대에 달한다.

단가가 높다 보니 실제 장비를 제조하거나 정식 공급할 능력이 없는 페이퍼컴퍼니나 유통 브로커들이 '일단 낙찰받고 보자'는 식으로 입찰에 참여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이들은 낙찰 후 실제 장비업체에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을 요구했다.

반도체 장비는 납품 이후에도 세밀한 튜닝과 엔지니어의 사후 관리가 필수적이다. 공급 능력이 부족한 업체가 계약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공공 연구개발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로 실제 공급 능력을 갖춘 업체 중심으로 입찰이 진행되고, 정밀도와 사후 서비스가 중요한 반도체검사기 등에서 전문업체의 설 자리가 넓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계약 이행률 제고와 공공 연구 인프라의 안정성 강화 효과도 예상된다.

조달청 관계자는 “최근 3년 간 나라장터 입찰 데이터를 분석해 소속 직원이 0명인 유령회사, 수천여건 중복입찰 회사 등 문제가 뚜렷한 항목을 보증금 납부 대상으로 선정했다”며 “이번 제도가 입찰 회사의 신용도와 재무상태를 검증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조달청 조치의 주된 대상은 페이퍼컴퍼니와 브로커이지만, 실제 기술력을 가진 중소 전문업체도 자금 사정 때문에 참여를 주저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보증보험을 이용하더라도 입찰건수가 늘어날수록 보험료와 담보 요구가 발생해 유동성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특정 품목에 일률적으로 보증금 부담을 지게 하면 공공입찰 참여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며 “기술력과 실적이 검증된 업체에 대해서는 면제나 감면 기준을 별도로 마련하고, 보증보험 수수료 부담 완화와 품목 지정에 대한 업계 피드백 반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형두 기자 dud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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