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기술장벽(TBT) 대응 좌담회] "높아지는 비관세장벽, 선제 대비 필요"

무역기술장벽 대응 좌담회가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양종석 전자신문 미래산업부장, 한재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최갑홍 성균관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김규로 국가기술표준원 국장, 고준성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봉석 LG전자 상무.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무역기술장벽 대응 좌담회가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양종석 전자신문 미래산업부장, 한재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최갑홍 성균관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김규로 국가기술표준원 국장, 고준성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봉석 LG전자 상무.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세계 교역시장에서 보호무역주의가 득세하는 가운데 무역기술장벽(TBT)도 지속 높아지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TBT 통보는 2015년 1977건에서 2016년 2332건, 2017년 2580건, 2018년 3065건으로 늘었다. 올해 상반기에는 TBT 통보가 1717건으로 이미 지난해 절반을 넘었다. TBT는 대표적 비관세장벽으로 국가 간 교역에 필요한 기술 규정·표준·적합성 등 평가 절차를 포함한다. 관세와 같이 명시적이지 않고 숨은 기술 규제가 많다. 미·중 무역전쟁과 일본 수출 규제 등 세계 보호무역주의 파고가 높은 상황에서 '손톱 밑 가시'로 작용할 수 있다. 본지는 우리 기업이 TBT에 어떻게 대비하고 수출 경쟁력을 높여야 할 것인지 산·학·연·관 전문가 의견을 들어봤다.

◇참석자(가나다순)

고준성 산업연구원 산업통상연구본부 선임연구위원

김규로 국가기술표준원 기술규제대응국장

김봉석 LG전자 품질센터 제품시험연구소장

최갑홍 성균관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한재진 현대경제연구원 산업협력실 연구위원

사회=양종석 전자신문 미래산업부장

◇사회(양종석 전자신문 미래산업부장)=최근 일본 수출규제와 미·중 무역분쟁 등이 세계 무역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내 기업에는 어떤 영향이 있나?

◇최갑홍(성균관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세계 무역질서를 책임져야 할 강대국이 다자 질서체제를 부정하고 있다. 관세 정책은 이미 보편화됐다. 기술 규제를 완화하는 것인 핵심인데 미국과 중국이 예전으로 돌아가려 한다.

기술 보호주의도 나오고 있다. 중국이 센카쿠 열도 분쟁 때 희토류 수출을 금지했다. 이것을 벤치마킹했는지 일본도 자신이 가진 소재부품 수출을 제한했다. 기술장벽을 뛰어넘어 기술 격차를 뛰어넘는 새 시대로 가야 한다.

WTO 같은 세계 무역질서를 선도적으로 이끌어야 할 기술 강대국인 미·중·일이 WTO 질서를 파괴하고 있다. 거기에 국가 간 기술 격차를 악용하는 악습이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나. 분명히 안 좋은 흐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것을 다시 회복시키고 복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고준성(산업연구원 산업통상연구본부 선임연구위원)=지난해 7월 미국이 관세를 부과해서 중국도 관세로 맞대응했다. 일방주의 조치로 무역전쟁이 시작했다. 관세전쟁 데미지가 커 해결하려다 협상이 결렬됐다. 관세 규모가 커지고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무역적자나 환율 격차는 부가 문제다. 중국이 굉장히 다양한 방법으로 미국 기술을 탈취했다. '제조 2025'로 정부 차원에서 기업에게 기술 보조금을 줬다. 미국의 '하이테크(hightech)'에 도전했다. 중국이 합법적으로 했으면 안 됐다. 미국 정부 보고서를 바탕으로 미국이 수출 제한을 하고 있다. 미국에 대한 중국의 불공정한 도전은 민주당도 동의한 사안이다.

중국 제조 2025 추진이나 불법 기술 획득 행위를 중국이 단절해야 한다. 중국이 법상으로는 하겠다고 했는데 미국은 그 이행을 불신한다. 불신은 중국 행정과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다. 기술 전쟁에서 돌발된 양국 간 기술을 둘러싼 갈등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상시적이다. 이번에 관세 전쟁 형태를 가진 기술전쟁 영향은 기술을 둘러싼 대립과 관련해 '노멀(normal)'이 될 것이다. 우리 기업 차원에서도 대응이 필요하다.

◇한재진(현대경제연구원 산업협력실 연구위원)=미국이 기술 압박에 대한 위협을 느낀 것 같다. 화웨이 등 중국 정부가 강하게 키워낸 기업이 있다. 중국 기업 경쟁력이 상당히 올라왔다. 미국 입장에서는 시간을 늦춰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한 것 같다. 관세 전쟁이라는 무역전쟁 카드를 내걸었는데, 중국 올해 양회에서 얘기했던 G20에서 5대 개방조치를 하겠다고 했다. 중국은 우리는 이 프레임으로 가니까 공정한 무역을 하자고 다시 주장했지만 고위급 협상에서 결렬됐다.

우리에게는 중국 경제가 상당히 중요하다.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 달성 목표가 6.2%인데, 올해까지는 가능하다. 내년에는 문제가 산적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서는 중국 경제성장률을 6.0%로 전망했고 다른 곳은 5%대를 얘기한다. 이것을 끌어올리기는 어렵다. 이런 부분에서 우리가 대안을 찾아야 한다. 중국 경제가 급락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1~2년이 아니라 5~10년 걸리는 일이다. 중장기적으로 산업을 업그레이드하는 차원에서 노력해야 한다.

◇사회=미·중 무역갈등 등 불확실성이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어떤 위기감을 느끼고 있나.

◇김봉석(LG전자 품질센터 제품시험연구소장)=우리나라 수출 1·2위를 차지하는 국가가 미국과 중국이다. LG전자도 미국 비중이 높다. 미국이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를 발동했다. 미국에서 세탁기 공장을 지어서 가동한다. 중국은 사드 사태로 한 차례 홍역을 치렀고 어려운 상황이 있었다.

일본 수출 규제 제한에 관해서는 산업별로 피해 양상이 다를 것 같다. 관광업은 타격이 있다. 산업계는 3개 품목 규제로 타격이 있는 것처럼 보도됐지만 생산 중지까지 갈 만한 수준은 아니다. 저희가 관련 있는 것은 폴리이미드인데 이미 수입처를 다변화했다. 일본에서 들여오던 것을 중국, 대만에서 들여와 큰 영향은 없다. 강대국에 우리가 어떻게 잘 대응하고 자국 보호주의에 어떻게 대응하냐가 중국 입장에서 필요하다.

일본 같은 사례는 수입처를 반드시 다변화해야 한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소재·부품·장비는 반드시 국산화가 필요하다. 여기서 달려있는 산업이 연계가 돼 국산화가 연결되는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중소기업이 자금이 없으니 개발을 하려고 해도 한계가 있다. 이 경우에는 대·중소기업 상생모델을 만들면 된다.

◇사회=자국 중심으로 교역하는 무역 동향과 최근 TBT 동향에 대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김규로(국가기술표준원 기술규제대응국장)=세계 주요국이 TBT와 관련해 통보의무가 있고 유예기간을 충분히 둬야 하는데 잘 안 지켜지고 있다. 개발도상국은 선진국을 모방해서 무턱대고 기술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국표원에서는 이에 대응해 우리 기업이 수출이 장애가 되는 것을 해소하고 해외기술 규제가 어떤 방향으로 이뤄지는지 파악해야 한다. TBT는 무조건 알리고 해외 주재관이나 상무관을 통해 들어오는 정보를 제공한다. 기업 영향을 초래하는 것은 시급하게 대응하기 위해 심층 분석을 한다. 관련 업계와 단체에 빨리 전달하고 대응할 수 있게 한다. 이외에도 연간 3회 열리는 WTO TBT 위원회에서 다자와 양자 간 갈등을 해소하려 한다. 여기서도 해소하지 못하는 것은 특공대처럼 현지로 날아가서 해결한다.

◇사회=구체적인 애로 해소 사례를 소개하면.

◇김규로=기술 규제라고 통보했는데 불합리한 부분이 있으면 이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한다. 첫째, 가장 큰 애로사항은 규제 시기를 알려주지 않는 것이다. 둘째는 국제표준에 불일치되는 경우다. 세 번째는 현지 시험인증 인프라가 부족한데 불필요한 시험인증 부담을 가중하는 것이다. WTO 기준에 위배되는 것 통과하지 않거나 하는 것은 양자, 다자간 협상으로 해결했다. 지난해 49건, 올해 상반기 27건을 해결했다.

우리 기업이 개발한 4K 초과 고해상도 TV에 대해서 기존 에너지 효율등급 규제를 적용한 캐나다가 대표 사례다. 캐나다에 시행 시기를 늦추거나 제외해 달라고 했다. 캐나다에서 올해 시행 예정이었던 에너지효율 기준이 기존 4K 해상도 미만에만 적용 가능한 것으로 다른 별도 기준 적용이 필요했다. 이에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관련 업계에서 수출 애로를 호소했었다.

◇김봉석=우리나라 레이더망에 걸리는 규제가 연간 4000건 정도다. 이 중 자사 관련 300건을 뽑아서 대응한다. 규제는 '선진 시장'과 '신흥(이머징) 시장'이 양상이 다르다. 2010년도에는 새 규제가 생성되는 비율이 선진 시장과 신흥시장이 50대50 이었다가 지금은 25대75로 신흥 시장 규제가 많다. 신흥 시장은 새롭게 제정하는 기본 규제가 많이 늘어났다. 안전, 에너지, 전자파 규제를 새로 제정하고 있다. 선진 시장은 환경에 초점을 맞춘다. 유해물질 규제를 확대하고 에너지효율에 관한 규제를 업그레이드 한다.

우리는 정부 도움을 받아 해결했다. 캐나다 TV 규제와 케냐 건이 그렇다. 케냐는 그렇게 덥지 않은데 너무 높은 온도로 시험해서 에너지 효율 등급이 안 나왔다. 그걸 통과하지 못해서 수출을 못했는데 통과 기준을 바꿨다. 당장 수출을 해야 하는데 못했던 사례다. 정부와 함께 특공대 조직해서 곧 바로 현지 출장을 갔다.

◇사회=보호무역이나 대외환경에서 TBT 대응이 왜 중요한지 논의했다. 이 같은 대외환경에서 수출 경쟁력을 어떻게 강화할 수 있나.

◇한재진=쉽지는 않다. 미·중 통상마찰에 우리가 다치는 산업부분에서 대처해야 한다. 한일 관계가 장기적으로 이어지면 기술 부가가치 측면에서 타격이 있다. 그런 부분을 발라서 대응해야 한다. TBT 장벽이 높아지면 그 영향으로 수요도 안 좋다. 일본이 다음 카드로 TBT를 건드릴 수 있다. WTO TBT 위원회 채널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지 모르겠다. 정부와 정부기관, 기업이 뭉뚱그려 대안을 찾지 말고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 수출 규제 장기화될 시 예상되는 시나리오를 발라주고 점검이 선행되면 좋을 것이다.

◇최갑홍=기존 산업과 첨단 산업 간 헤게모니 싸움도 있다. 자동차나 철강, 조선, 가전 같은 기존 제품은 가격하고 품질이 좋으면 세계 시장에서 싸울 수 있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네트워크, 플랫폼을 잡는지에 따라 시장이 바뀔 것이다. 기존에 있던 1~3차 산업과 첨단산업 헤게모니 싸움이 기술 장벽으로 나타난다. 미래 산업을 위한 헤게모니 싸움을 대놓고 할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 원인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WTO TBT 핵심이 국제 표준을 어떻게 해결할 지 참고해야 한다. 적합성평가를 어떻게 대응할지, 국제표준화기구 차원에서도 적합성평가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하나의 표준이 존재하고 하나의 적합성평가를 하면 문제가 해결된다.

인력도 필요하다. TBT는 'LTE(Law, Trade, Engineer)'급 인력이 필요하다. 전문가 개인이 할 수 없기 때문에 팀 단위로 해야 한다. 글로벌 스탠다드와 적합성 평가가 통상과 무역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법과 무역, 기술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인력이 필요하다.

◇고준성=TBT 차원 전쟁은 미국 화웨이에 대한 기술규제로 확대됐다. 미국의 불신을 되짚어 보면 화웨이를 통해 데이터가 나갈 수 있다는 안보 문제로 보고 있는 듯하다. 이렇게 되면 미국 주도 생태계와 중국 주도 생태계가 분리돼 버린다. 중국이 들어오지 못하고 배제돼 버린다. 단순한 글로벌 밸류체인 변화 이상을 초래하고 지속적으로 갈 것이다.

◇김봉석=기업은 TBT 이슈가 걸리면 수출이나 사업이 안 된다. 네트워킹을 강화했으면 좋겠다. FTA에 관련 조항을 넣어서 기술 문제를 해결하거나 규격기관을 포함해서 양해각서(MOU) 체계로 숨은 규제나 불합리한 규제, 이슈 협상에 대한 대응을 해결할 필요가 있다. 여전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등을 하다보면 중소기업과 중견기업 규제 대응력이 아주 약하다. 체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당장은 현지 정부 전문가가 필요하다 현지 지원체계를 구성했으면 좋겠다.

◇사회=FTA TBT의 동향과 우리의 정책 방향, 그리고 우리 기업의 TBT 대응역량 강화를 위한 정부 지원 정책은 무엇이 있나?

◇김규로=중소기업 대상으로 맞춤형 컨설팅을 하고 있다. 전문가를 중심으로 해서 TBT 대응은 오피니언 리더 제도를 운영한다. TBT 업무를 담당하는 각 부처와 유관기관 교육을 많이 할수록 좋다. 사이버 교육도 계획하고 있다. 온라인 대응팀을 오는 10월까지 준비할 것이다. 인력 양성 인프라에 대응하고 있다.

◇고준성=미국은 TBT를 협상하면서 미국이 전략적 관심 품목, 의료기기, 의약품, 화학물질, 정보통신 제품은 별도로 제품에 첨가된 TBT 대응규정을 만든다. 가령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에서 암호를 사용하는 정보통신기술(ICT) 제품에 대해서는 특정 암호 알고리즘을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우리도 관심 품목에 대한 분석을 통해 대응해야 한다.

◇김봉석=각 나라 산업군별로 우리나라 전문가가 많다. 전문가 풀을 이용해 TBT 이슈가 발생했을 때 전문가와 같이 가서 협상을 하면 협상력이 훨씬 올라갈 것이다. 이는 기업에서 목말라하는 영역이다. 기업에서는 (해외 당국을) 아무리 만나달라고 해도 한계가 있다. 전문가와 산업계가 협업해야 한다.

◇한재진=정부에서 신남방 정책을 펼치려 하고 우리에게는 국표원이라는 기관이 있다. 신남방 국가를 돌아다니다보면 자연스럽게 네트워킹이 만들어질 것이다. TBT가 발생했을 때 해결하기보다 미리 해결을 해야 한다. 중소기업이 들어가고 싶은 베트남, 인도 등. 잠재력은 좋은데 들어가기 힘든 나라를 정부에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좋다.

정리=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