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국정감사]여야, 탈원전 '날 선 공방'…ESS 화재사고엔 동시 집중포화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분야 국정감사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렸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분야 국정감사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렸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탈원전'을 둘러싼 여야 공방은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치열했다. 야당은 탈원전으로 한국전력을 비롯한 에너지 공기업 적자가 대폭 증가했다고 주장하며 문재인 정부 에너지 정책을 정조준했다. 반면 야당은 탈원전으로 인한 부정 영향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반박하며 정부를 엄호했다.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사고와 관련해서는 여야 모두 정부·제조사를 질타했다. LG화학은 정확한 화재사고 원인규명 이후 자발적 리콜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처음 내놨다.

◇'탈원전' 공방전

7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부 국감에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현 정부가 추진중인 '탈원전 정책'을 비판했다.

김규환 자유한국당 의원은 “탈원전으로 한전 등 에너지 공기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수력원자력 인력이 해외로 빠져나갔고 2년전 12만6000원이었던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격은 반토막 났다”면서 산업부가 탈원전 정책 재고(再顧)를 청와대에 보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이종배 의원은 국민 투표를 거쳐 탈원전 정책 추진을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문 정부가 탈원전을 졸속 추진하면서 원전 생태계는 붕괴됐고 에너지 공기업 적자, 환경파괴 문제에도 자유롭지 못하다”면서 “국민 투표를 거쳐 탈원전을 추진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서울시 태양광 사업 비리 의혹과 관련해 증인으로 출석한 허인회 녹색드림협동조합 대표, 박승록 해드립 협동조합 이사장, 박승옥 서울시민햇빛발전 이사 등은 야당의 집중 질타를 받았다. 현장에선 박 이사장과 박 이사가 친형제인 사실도 드러났다. 또 허 대표가 전기공사업 등록없이 태양광 설비공사를 한 사례가 공개,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것도 확인됐다.

또 다른 증인인 김택중 OCI 대표는 중국산 폴리실리콘 과잉공급으로 인해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고 토로하며 전기요금이 저렴한 말레이시아에서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비중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당 의원은 '탈원전'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강조하며 산업부가 정책 추진 필요성을 국민에게 명확히 알릴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산업부가 (야당에) 끌려다니듯 해명할 것이 아니라 단호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면서 “한전을 비롯한 에너지 공기업 적자가 탈원전 때문이 아니고 유가상승이 원인이라는 것을 제대로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혁 민주당 의원은 “국민을 제대로 설득하지 못한 점은 산업부가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백재현 민주당 의원은 “태양광·풍력이 환경을 훼손한다는 일부 주장은 과대 포장에 불과하다”며 “탈원전을 추진하면서 정부·지자체간 협업체계를 견고히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중앙집중형으로 에너지전환 정책이 추진됐다는 점을 인정한다”면서 “각 분야별 사업과 중앙정부 권한 등을 재검토 할 것”이라고 밝혔다. 탈원전과 연계한 전기요금 인상 관련해서는 “한전 적자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 요인은 없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탈원전 공방은 같은 날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원자력안전위원회 및 산하기관과 한수원 국정감사에서도 되풀이됐다. 정용기 한국당 의원은 “과거엔 원전 마피아 얘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탈핵 활동가, 친문 선거캠프 인사 등 탈원전·탈핵 마피아가 원전기관을 장악했다”고 말했다. 박대출 한국당 의원은 11일 원안위 회의에 예정된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영구 정지 안' 의결을 보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엄재식 원안위원장은 일정대로 안건을 심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SS 집중 질타

에너지저장장치(ESS) 사고와 관련해서는 여야가 하나로 뭉쳐 문제를 정조준했다.

이훈 민주당 의원과 이철규 한국당 의원은 LG화학 제품이 설치된 화재사고가 모두 동일공장·같은 시기에 제조된 ESS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2017년 8월 전북 고창에서 발생한 ESS 화재 이후 최근까지 발생한 화재는 총 26건이다. 이중 LG화학 제품이 14건·삼성SDI 제품이 9건이다. 산업부는 ESS 사고원인을 인재(人災)로 결론내렸다. 그러나 2017년 2~4분기에 LG화학 중국 남경공장에서 제조된 LG화학 JH3 모델에서 화재가 집중적으로 발생, ESS 설계·제조상 문제를 배제할 수 없다는 게 국회 지적이다.

김준호 LG화학 부사장은 “중국 남경에서 해당 시기에 제작된 물량이 국내에 198개, 해외에 118개가 있다”면서 “만약 국내에서 리콜이 실시된다면 해외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원인규명이 밝혀진 후 필요 시 자발적 리콜을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임영호 삼성SDI 부사장은 “스위치 기어박스에서 결함이 있었다”면서 “최근 발생한 화재사고 원인을 파악하지 못한 점은 송구스럽다”며 고개를 숙였다.

성 장관은 “ESS는 최종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의 리콜 명령 대상에 포함되진 않는다”면서 “제조사가 판매한 배터리와 ESS에 대한 충전율 제한 등 사후관리를 한 것을 리콜로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동일공장·같은시기에 제조된 ESS에서 화재사고가 다수 발생한 것에 대해서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고 인정했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