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준의 어퍼컷]케이블TV의 '우아한' 출구 전략

[강병준의 어퍼컷]케이블TV의 '우아한' 출구 전략

케이블TV업계가 초상집이다. 가뜩이나 먹구름이 가득한데 주름살이 더 늘었다. 공정거래위원회 결정 때문이다. LG의 CJ헬로 지분 인수와 SK의 티브로드 합병 등 빅딜 두 건이 성사됐다. 과기정통부 후속 심사가 남았지만 큰 문제 없어 보인다. 방송법은 공정거래법에 비하면 민감한 이슈가 덜하다. 증권가와 언론에서는 '방송통신융합 이정표' '미디어 빅뱅' 운운하며 시장재편을 기대하지만 당사자인 케이블TV는 속이 타들어간다. 인수합병은 신호탄일 뿐이고 자칫 업종 자체가 사라지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고민해야 할 판이다.

케이블TV가 벼랑 끝에 섰다. 이유는 차고 넘친다. 무엇보다 경쟁 상대가 너무 강력하다. 통신사업자는 자본·브랜드·서비스 등 모든 면에서 우위를 차지한다. 방송과 통신을 합친 결합 상품이 대세인 유료방송 시장에서 통신이 빠진 케이블TV는 이미 출발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 가입비를 거의 원가수준으로 낮춰 대응하지만 결국 제살 깎기다. 갈수록 손익구조가 나빠질 수밖에 없다. 당연히 투자도 뒷전으로 밀린다. 떨어지는 수익률을 이유로 망 투자는 엄두도 못 냈다. 투자 없이 서비스 품질이 개선될 리 만무하다. 결과는 가입자 이탈이다. 안타깝지만 악순환의 연속이다.

IPTV가 발목을 잡았다. 등장부터 심상치 않았다. 95년 케이블방송이 개국하고 13년이나 훌쩍 지난 2008년 IPTV가 걸음마를 시작했지만 판세를 뒤집는 데 채 10년도 걸리지 않았다. 2008년 당시 케이블 가입자는 1514만명으로 전체의 80%에 달했다. 2017년 11월 IPTV가입자는 1422만명으로 파죽지세로 늘렸고 케이블TV는 1409만명으로 되레 줄었다. 체면이 구겨질 대로 구겨졌다. 당시 SK가 CJ헬로비전 인수까지 선언해 살얼음판이었다.

케이블TV는 이미 시한부 인생이었다. 거슬러보면 IPTV가 등장하면서 예정된 운명이었다. 공정위 인수합병 승인이 확실히 쐐기를 박았을 뿐이다. 문제는 다음이다. 케이블TV가 산소 호흡기를 떼고 기사회생할 수 있을까. 쉽지 않아 보인다. 시장 흐름이자 패러다임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변하고 혁신해야 한다'는 모호한 충고는 염장만 지를 뿐이다. 지역방송을 앞세워 필요성을 외치지만 역시 설득력이 떨어진다. 유튜브를 포함해서 대체 플랫폼이 너무 많다. 케이블 1,2위 업체가 사라지면서 제4이동통신 사업도 물 건너갔다.

결국 '우아한 퇴장'을 고민해야 한다. 현명한 전략이 필요하다.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시대 흐름에 올라타는 길이다. 온라인 동영상(OTT)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OTT는 유료방송시장 '태풍의 눈'이다. 유튜브·넷플릭스에 이어 디즈니까지 뛰어들 정도로 가장 강력한 플랫폼으로 떠올렸다. TV·PC·모바일 등 스크린을 뛰어넘는 '유료방송+OTT' 서비스가 그나마 대안이다. 또 하나는 케이블TV 강점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바로 '가입자'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케이블TV 가입자는 1380만명이었다. CJ헬로 409만명, 티브로드 312만명을 빼면 그래도 절반이 남는다. 가입자 670만명은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CJ헬로와 티브로드를 제외한 나머지 군소사업자만으로는 경쟁력이 없다. 모수를 키워야 협상력도 커진다. 두 길 모두 전제가 있다. 힘을 모아야 한다. 과거처럼 '따로 국밥'이라면 죽도, 밥도 안 된다. 기억할 것이다. 케이블TV가 날개 없이 추락한데는 사분오열된 분위기가 한 몫을 했다. 반면교사가 따로 없다. 시쳇말로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정말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취재총괄 부국장 bjkang@etnews.com